[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2018년 세계 배터리 사용량 1위 기업인 중국의 CATL이 독일에 2025년까지 연간 생산량 100GWh(기가와트시)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독일 외신서 나왔다. 이미 중국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CATL이 유럽에서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업계는 CATL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 독일 에르푸르트 CATL 공장 부지 전경. 출처=그린카콩그레스

독일 매체 일렉트라이브는 이달 초 “CATL이 2026년까지 독일 에르푸르트에 연간 생산량 60GWh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수도 있는데 이를 확장해 2025년경에 100GWh의 생산이 가능한 배터리 공장도 지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티아스 젠트그라프 CATL유럽 지사장은 “독일에서는 많은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이 있고 2025년까지 연간 100GWh규모의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초기 단계지만 생산량 증대도 생각 중”이라고 매체에 밝혔다. 만약 CATL의 독일 배터리 공장이 100GWh에 이르게 되면 테슬라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의 목표치인 연간 100GWh에 근접하게 된다. 있다. 물론 젠트크라프는 한계도 지적했다. 젠트그라프는 “소비자들이 얼만큼 전기차를 구입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CATL이 폭스바겐, BMW등 완성차 업체들의 고향 독일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위협이 된다는 사실에는 공감했지만 업체별로 상황 인지는 달랐다.

▲ 2018년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순위. 자료=SNE리서치

국내 배터리 업계...“위협이다 VS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작년 세계 전기차 탑재 배터리 제조사 순위에서 사용량 21.3GWh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중국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의 파나소닉이 19.7GWh의 사용량으로 1위에, 한국의 LG화학이 7.3GWh로 2위, 삼성SDI가 2.8GWh로 4위에, SK이노베이션이 0.75GWh로 6위에 자리했다. 작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탑재 총량은 97GWh였다.

CATL이 계획하고 있는 연간 생산량 100GWh는 작년 세계 전기차 탑재 배터리 총량을 넘어선다. 이런 이유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는 긴장감을 표했다. LG화학 관계자는 “CATL은 기본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고객이 많은 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생각해 왔다”면서 “독일 공장 설립 계획을 보면 이제는 중국 시장을 벗어나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유럽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도 “CATL의 공격적인 배터리 공장 증설이 위협이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CATL의 공장 증설을 큰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선수주 후증설로 먼저 물량을 확보한 후 배터리를 공급해 확실한 공급처를 갖고 있다는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면서 “CATL의 계획도 현재로서는 계획일 뿐이라서 추이를 지켜봐야 정말 큰 위협이 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CATL독일 공장은 현재 2021년부터 최대 14GWh의 배터리 양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까지는 계획 수준에서 100GWh 생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서 당장 한국 배터리 업체에 위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몇몇 국내 배터리 업체도 2020년대 초반에 연간 생산량을 100GWh이상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2020년말까지 연간 100GWh, 삼성SDI는 2023년까지 120GWh정도의 물량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까지 5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이 목표다.

▲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출처=LG화학

CATL 상당한 위협 될 수도

한편 CATL의 독일 공장 증설이 배터리 중국굴기의 시발점이 돼 본격적인 배터리 물량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유럽 공장은 폴란드, 헝가리와 같이 독일이 아닌 국가에 위치해 배터리 원재료 및 완제품 수송에서 독일에 공장을 짓는 CATL보다 불리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CATL의 독일 공장 설립 계획은 한국 배터리 업체에 상당한 위협으로 보고 있는데 이유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배터리 공급물량 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면서 “세계 1위와 2위를 다투는 배터리 회사가 중국의 CATL과 일본의 파나소닉인데 어떻게 보면 한국은 3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어 샌드위치 상태라고 보기도 힘들기에 CATL의 공격적 계획에 한국 업체들은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배터리 업체도 나름의 대응책을 세워야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보다는 산업적 측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재도약, 중국의 약진에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현재 버거워하는 상황이기에 정부가 외교통상측면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 독일 에르푸르트(빨간핀)위치. 출처=구글지도

CATL의 독일 에르푸르트 배터리 공장이 BMW, 폭스바겐, 다임러와 같은 독일 내 완성차업체의 공장으로 배터리를 보내는 데 다른 배터리 제조사들보다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젠트그라프 CATL 유럽 지사장은 독일 매체 일렉트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에르푸르트는 독일 중심부에 있는 곳이라서 전기차 제조사들에게 완제품을 보내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도 “한국 업체들이 유럽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지어 유럽 물량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독일 현지에 있는 공장과는 물류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