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던트(Saladent)’라는 말이 있듯 요즘 직장인들은 자기계발에 열심이다. 이왕이면 커리어에 도움 되는 자격증을 따볼까 하는 생각으로 유망한 자격증을 묻기도 한다. 실제로 이직자들은 평균 2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직무연관성이 높은 자격증은 경우에 따라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계기업 이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격증보다 실무 경력이다.

필자의 전문 분야인 자동차·반도체 산업의 경우 경력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학부에서 수행했던 프로젝트다. 소재, 나노, 설비, 기계, 전자, 산업공학 등 어떤 학과에서, 어떤 담당교수의 지도로,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가 자격증에 우선한다. 특히 신입 채용 시 학부에서의 세부 전공과 연구 경험은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다.

기계 분야 설계 엔지니어라면 CAD 자격증이 이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설계 도면이 해외 본사에서 왔을 때 이를 한국 기준에 맞추는 과정에서 도면을 읽고 수정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 분야에서는 ASA(미국보험계리사자격증)를 보유한 3~8년 차 경력의 보험계리사에 대한 수요가 높다. 비단 국제공인자격증뿐만 아니라 국내자격증도 인정받을 수 있다. 회계분야에서는 국내 세법을 잘 이해하고 있는 한국공인회계사(KICPA)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여러 분야에 걸쳐 안전성 이슈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안전 관련 자격증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생활화학제품과 화학물질 취급 분야에서 연구개발부터 허가까지 전 과정을 규정에 맞게 관리하는 허가담당자(Regulatory Affairs Specialist)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중이다. 화학 분야 외에도 AI 및 4차산업혁명, 오토메이션, 안전규정 관련 자격증이 선호된다.

외국계 기업이라고 하면 주로 떠올리는 어학자격증은 어떨까. TOEIC Speaking 점수가 실제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담보하지 않듯 어학 점수는 당락에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이공계의 경우 영어는 이메일과 업무 관련 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면 무난하다. 지원하는 회사가 선호하는 언어를 구사하면 물론 도움이 된다. 독일계 회사 지원 시 독일어 가능 지원자는 면접 시 가산점을 기대할 수 있다.

드물지만 신입 레벨에서 학부 전공과 상이한 분야로의 직군에 도전할 때 자격증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실례로 회계학과를 졸업했으나 설계자격증을 취득한 한 지원자는 설계 관련 직군으로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CEO 급에서의 MBA나 회계 분야 매니저 급에서의 AICPA(미국회계시험합격증)처럼 특정 직급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자격증은 취득을 추천한다. 대표직 채용 과정에서 다른 조건이 비슷한 지원자들 중 MBA 보유자들에 한해 면접이 진행된 실제 사례가 있었다.

자격증은 지원자가 보유한 스킬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특정 직무, 직군, 연차에 따라 선호되고 우대받는 자격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라면,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백기를 갖거나 본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외국계 기업 이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력이며, 자격증은 직무에 대한 이해와 명확한 커리어 목표 설정 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면 HR 전문 컨설턴트와의 상담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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