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독일의 충돌
2019년 2월 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제적으로 파장이 큰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노르트 스트림2 사업 비판과 관련해서, “미국 측 우려는 유럽의 전략적 위치를 약화시킨다.”며, “러시아와 모든 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시리아에서 군대를 신속하게 철수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이란과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은지 의문”이라면서, 미국이 내린 결정에 대해 우려했다. 그리고 미국의 일방적 이란 핵합의 폐기로 촉발된 이란 문제와 관련, “이란 핵합의 유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미국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메르켈 총리의 비판에 대해서, 펜스 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해서는 “에너지 사용을 통해 우리 동맹을 분열시키려는 러시아 노력에 저항해왔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우리의 적들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구입하려는 천연가스를 전쟁 무기로 간주한 것이다. 용인할 수 없는 조처라는 뜻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도 메르켈 총리의 견해를 수용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유럽 국가들은 이란 핵합의에서 손을 뗄 때가 됐다.”며, “우리와 함께 이란의 국민, 지역사회, 그리고 세계에 그들이 누려야 마땅할 평화, 안전,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란은 세계 최고의 테러지원국”이라며, “유럽이 이란과 경제 교류를 지속하는 것은 이란이 핵폭탄을 제조하는 능력을 강화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은 연설 후에 가진 회담에서도 이런 태도를 보엿다.
미국과 영국의 갈등
2019년 2월 17일, 파이낸셜 타임스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가 “화웨이 장비로 5G 통신망을 구축했을 때 나타나는 위험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월 13일에도, “지금까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드러난 적은 없다”는 로버트 해닝언 전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본부장의 기고문을 실은 적이 있었다. 이 말은 영국 정부가 계속해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영국의 입장 표명에 이어, 뉴질랜드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 2월 18일, 재신다 아덴 뉴질랜드 총리는 현지 언론 모닝리포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문제는 아직 결론이 난 것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파이브 아이즈’ 동맹문제와 별개로 독자적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 이어 뉴질랜드의 아덴 총리까지 조심스럽게 화웨이 장비 사용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유럽 국가들에 대해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작년 1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르헨티나 정상회담 당시, 캐나다 밴쿠버공항에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체포 작전이 진행된 것이 시발이었다. 미국은 멍 부회장을 금융사기 및 기술절취 등 13개 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화웨이에 압박을 가해왔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영국의 이번 결론은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배제를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노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자 이틀 뒤인 2월 19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서, “영국 정보당국이 중국 이동통신사 화웨이 장비 사용을 허용할 방침을 밝혀서 다른 유럽 국가들도 영국 사례를 뒤따를 듯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화웨이 장비 사용금지 방침이 영국과 영연방 국가, 그리고 유럽 각국의 정면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는 보도는 주목할 일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강경 발언
2019년 2월 18일,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이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단호하게 밝혔다. 런정페이 회장은 “미국은 세계를 대표하지 않는다. 일부를 대표할 뿐”이라면서, “서쪽이 빛나지 않아도 동쪽은 여전히 빛날 것이고, 북쪽이 어두워져도 남쪽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항전을 표명한 것이다.
런정페이 회장이 말한 동쪽과 남쪽은 중국이 속한 동양과 개발도상국 진영을 각각 뜻한다. 런정페이 회장은 자신의 딸이자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가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가 풀려나서, 미국 인도 여부에 대한 심리를 받는 데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했다. “정치 보복과 위력 행사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런정페이 회장은 1월 17일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인터뷰에서도 “화웨이를 사지 않는 사람이 멍청하고,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런정페이 회장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은 채,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오해가 옳지 않다고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국 BBC와의 인터뷰는 상황이 달랐다.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들, 그리고 유럽 각국들의 화웨이 제품에 대한 구매 의사를 청취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한 달 전 중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던 때보다는 발언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제가 미중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뒤에 나온 것이어서, 외신들은 중국 정부와의 교감설도 주장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유럽의 반발
뮌헨안보회의에서 확인된 메르켈 총리의 반미 발언, 영국과 뉴질랜드 정부의 화웨이 장비 사용 가능성 제기 등으로 인해서, 최근 미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시대’ 이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이 다자간 이익을 도모하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미국이 제기한 ‘미국 우선주의’의 영향을 받아, 모든 나라들이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리는 것이다.
세계가 다자주의에서 자국주의로 선회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세계는 자국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에 주목해왔다. 그래서 때로 자국에 불이익이 되는 경우에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 외교정책을 취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자주의는 심각한 균열을 맞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반미 발언이나, 영국과 뉴질랜드 정부의 화웨이 장비 사용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이런 사태의 발단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개진된 미국 우선주의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자국주의의 출발은 미국이다.
최근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느슨해지고 있는 유럽과의 연대를 회복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유럽과의 동맹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서양 동맹의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워낙 다양한 이해관계로 묶여 있는 세계가 특정한 공동체로 묶여 집단적으로 행동하기에 버거운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처럼, 세계 각국이 자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이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혼돈과 격동의 시대로 돌진해 들어가고 있다.
독,남중국해20년만구축함파견
중,역외국가,중아세안이간질말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