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SUV, 프리미엄, 친환경 등으로 대변되는 라인업을 확충하며 수년간 저하됐던 사업경쟁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심화로 높은 판매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대응부담도 늘고, 차세대 자동차 기술 관련 연구개발(R&D) 비용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전반이 낮아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도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시장 성장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나 유럽의 노딜 브렉시트 등으로 무역환경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이러한 위기는 비단 현대차 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 주요 등급조정 검토요인 지표 추이. 자료=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19일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을 ‘AAA 안정적’에서 ‘AAA 부정적'으로 전망 하향 조정했다. 현대·기아차의 등급전망 하향 조정은 글로벌 산업환경 제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시장의 성장 둔화로 경쟁강도가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라면서 “친환경차 개발과 자율주행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한 R&D 비용부담까지 늘어나면서 2017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계 영업수익성이 저하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최고의 수익성을 지키던 다임러와 BMW도 2018년 들어 영업수익성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면서 “토요타는 친환경차 판매호조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북미 부문의 수익성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진단했다.

▲ 지난해 세계 주요국 및 지역별 자동차 판매량. 자료=LMC오토모티브 (단위: 만대)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

현재 글로벌 시장의 자동차 전체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18년 자동차 판매량이 9479만대로 2017년(9530만대)과 비교해 0.5% 감소했다. 이는 9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후퇴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는 지난 2010년 이후 연평균 5% 이상의 꾸준히 증가해왔다. 판매 부진은 중국과 유럽 판매량이 감소한 데다 미국 판매량도 정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2.8% 줄었다. LMC오토모티브는 경제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1.6ℓ 이하 승용차 판매 세율의 점진적 인상도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1.6ℓ 이하 승용차 판매 세율은 지난 2016년 5.0%, 2017년 7.5%, 2018년 10.0%로 상승하는 추세다.

유럽지역 자동차 판매량도 5년 만에 처음으로 하향 국면을 맞이했다.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0.04% 줄었다. 특히 2018년 4분기에는 판매량이 7.8%나 줄었다. 새로운 배출가스 인증 시험인 국제표준자동차연비·배기가스시험방식(WLTP)이 시행되면서 업계와 소비자들의 혼란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 시기를 늦추면서 판매량이 둔화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노딜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주요 완성차 메이커에게 중단기적으로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영국 총수출량은 2017년 기준 10만대로 총수출량의 5%를 차지한다.

▲ 주요 완성차시장 성장률 추이. 자료=KAMA (단위: %)

미국과 일본의 판매량은 각각 0.6%, 0.7% 증가했지만 정체 수준이다. 미국 자동차 판매량의 경우 2017년 처음 감소한 뒤 1년 만에 다시 반등했지만 증가율은 낮았다. 미국은 수입차 부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25%)를 준비하고 있다. 관세부과 대상국들은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출감소로 경기침체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의 2017년 기준 미국 수출물량은 총 54만대다. 이는 총수출량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신흥국 판매량 증가율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는 경제 성장배경에 더해 다양한 신차 출시, 세금 부담 완화로 2018년 자동차 판매량이 9.5% 늘었다. 브라질과 러시아도 각각 14.6%, 12.8% 증가했다. 러시아는 정부 폐차 보조금과 저리 할부금융 연장 시행에 나서면서 소비자 수요를 끌어당기고 있다.

▲ 글로벌 자동차 수요 전망. 자료=ISH오토모티브, 삼성증권 추정

환경규제 강화에 대한 대응부담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환경규제 강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기준(95g/km)을 충족하지 못한 제조사에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친환경차 10% 의무판매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자동차 시장도 2020년부터 환경규제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업계는 환경규제에 발맞춰 대응하고 있지만 원가부담이 아직 높은 상태다. 규모의 경제도 이르지 못하면서 채산성이 낮은 친환경차의 판매비중을 늘린다면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나신평은 “완성차 메이커들은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차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해야 하는 문제와 높은 차량가격,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친환경차 구입을 주저하는 소비자 수용성 문제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친환경차 라인업을 늘리고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기술 선점 필요성에 따라 글로벌 리더 메이커들은 R&D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 또한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나신평의 진단이다.

▲ 주요 완성차 메이커 R&D 투자규모 추이. 자료= 각 사 공시자료, 나신평 (단위: 백만달러, 억엔, 백만유로, 십억원)

현대·기아차의 실적 개선?..."아직 부족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과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7년 급격하게 떨어진 이후 최근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2018년 1분기에 6.7%에서 4분기 7.2%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중국은 2017년 2분기 3.0%에서 2018년 4분기 5.9%로 늘어났다. 유럽 역시 미미하지만 2017년 6.4%에서 2018년 6.7%로 0.3%포인트 점유율이 올랐다.

다만 과거 미국과 중국시장 점유율이 8%였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최재호 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판매 증대를 위한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점유율 개선으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또 "인센티브 부담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거 대비 절대적인 인센티브 수준이 매우 높다"면서 "산업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면 중단기적으로 의미있는 수준의 수익성 개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현대자동차(왼쪽)와 기아자동차(오른쪽)의 영업수익성 추이. 자료=각 사 공시, 나이스신용평가

한편 나이스신용평가가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교체하면서 국내 3대 신평사간 등급 스플릿 문제가 해결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0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교체했다. 한신평도 같은해 11월 현대·기아차 신용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를 붙였다.

무디스 역시 지난 1일 현대차(Baa1)와 기아차(Baa1), 현대모비스(012330)(Baa1)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교체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추기까지 했다.

유완희 무디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대차는 주요 시장의 비우호적 영업환경과 지속적인 비용압박에 수익성이 향후 1~2년간 취약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2018년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28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현재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워스트레이팅)' 3위에 올랐다. 설문 응답자 179명중 34명(19%)이 현대기아차의 등급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