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애플이 아이폰을 수익모델의 중심에 두지 않고 다른 길을 찾아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폰 수요가 급감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한 데 따른 변화로 읽힌다.

판매량 감소는 미중 무역협상,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 등 불안정한 중국 시장 탓도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과포화 상태에 이르러 기기 교체 주기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력 상품인 아이폰의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그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1000달러 이상으로 크게 올렸다는 것이 외신의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정확하다면, 애플은 이미 하드웨어에서 서비스 중심 사업으로 주력 사업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의 애플의 역사와 비교해 보면 이번 결정은 애플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콘텐츠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애플의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와 뉴스 서비스도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어 애플의 대응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애플은 1970년대를 컴퓨터를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엔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공개했고 2007년엔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굳혀나갔다. 주로 하드웨어 분야에서 큰 성공을 이룬 것이다.

아이폰 출시 후 다음 해엔 앱스토어를 선보이면서 아이폰을 하드웨어 그 이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스티브 잡스가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휘청거리던 애플을 다시 정상으로 올려놓은 게 바로 하드웨어와 서비스의 조합이라는 것이 외신의 설명이다.

하드웨어 시대가 지나고 애플의 다음 먹거리로 지목된 건 엔터테인먼트·콘텐츠 서비스와 AR/VR, 자율자동차, 인공 지능과 같은 기술들이다. 현재 세부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근 채용과 인수 소식들을 토대로 애플의 미래 방향성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애플이 새롭게 내놓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와 AI 뉴스 구독 서비스다. 기기를 바탕으로 한 애플의 공고한 생태계를 통해 콘텐츠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애플 TV의 서비스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2018년 4분기 매출 실적에서 서비스 매출은 해당 분기 전체 매출인 843억달러 중 109억달러로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전년대비 19%가량 증가했다.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2012년 63억 달러에서 2017년 247억 달러로, 연평균 31.4% 성장한 것을 봐도 충분히 유망하다.

다만 뒤늦게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만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애플의 상당한 수수료율 요구가 논란이다. 

AI 뉴스 서비스의 수익을 50% 가져간다는 소식은 기존 언론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수익구조가 견실한 언론은 애플의 생태계속으로 편입되어 누리는 혜택엔 사실상 크게 관심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애플이 거대한 애플 하드웨어 생태계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돈벌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애널리스트의 주장도 나왔다. 2023년까지 2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고 해도 이는 애플 전체 매출의 약 5%에 불과할 것이고 아이폰같은 하드웨어 판매감소분을 메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애플의 새로운 방향이 애플의 베스트셀러인 '아이폰'만큼 성공할 수 있을 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하드웨어와 최근 공을 들이는 콘텐츠, AI 뉴스 등 서비스 사업의 새로운 조합이 최근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애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애플은 3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파크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애플은 논란의 중심인 가입형 뉴스 서비스, 2세대 에어팟, 고속 충전패드 에어파워 등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