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12월이 되면 석화와 함께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샴페인을 즐기는 것이 와인 마니아들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12월의 석화와 샴페인은 와인 마니아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사랑방 군고구마 같은 겨울철 메뉴다. 청담동 AOC는 석화와 샴페인을 먹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장소다. 어둑한 와인바의 적당한 허세, 고급스럽지만 어딘가 촌스러운 여운을 남기는 외관과 인테리어가 주는 편안함, 그리고 따뜻한 온기.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하나 둘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던 청담동의 사랑방 와인바 AOC를 소개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하루 종일 종종걸음으로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마음 편히 기대 쉴 수 있는 아지트가 있다는 것은 무척 행운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따뜻함이 그리워지면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 기자에게 청담동 AOC(Appellatino d’Origine Controlee)는 그런 곳이었다. 주변 청담동 골목의 매끈한 인테리어의 와인 바와는 달리 이곳은 의도된 스타일이 보이지 않는다. 멋을 낸 듯 한데 어딘가 투박스럽고 세련된 느낌이 있지만 촌스럽다.

이곳은 현재 주인이 바뀌었지만 원래 사진작가 김용호씨가 운영하는 와인 바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개인적으로 집을 옮기며 2년여 간 찾지 못한 AOC는 그 동안 주인과 매니저가 모두 바뀌어 있었다. 김용호 사장과 동업하던 또 다른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는데 소문으로는 배우라고 할 뿐 정확히 누군지는 모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항상 바에서 오래된 손님을 맞아주던 매니저가 바뀌어 있다 보니 고향을 찾듯 오랜만에 찾았지만 반가이 맞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정지용 시인의 고향의 한 구절이 불현듯 떠올랐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어차피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 아닌가. AOC에서의 추억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며 여러분들에게 청담동 AOC를 새롭게 펼쳐보인다.

사람은 바뀌었지만 AOC는 여전히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는 이곳은 한쪽에 사적인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라운지를 만들어 프라이빗한 공간을 마련했으며, 고객층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준비했다. 특히 주말 늦은 밤에는 귀에 익은 음악이 흘러 마치 클럽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AOC의 매력은 역시 석화와 함께 즐기는 샴페인이다. 샴페인 외에도 프랑스 샤블리 같은 화이트 와인도 석화와 어울리는 궁합이다. 매년 12월이 되면 마음 맞는 동료들 네댓 명과 이곳에서 석화를 즐겼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알이 굵고 신선한 통영 자연산 석화를 대중적인 샴페인 ‘뵈브클리코’와 매칭하면 입 안에서 느껴지는 상쾌함과 석화 본연의 신선하고 짭짤한 여운이 어우러져 기가 막힌 궁합을 과시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AOC 역시 겨울 추천음식으로 석화를 내놓았는데 미네랄이 풍부한 굵은 알의 석화는 여전히 그 맛을 간직하고 있었다. 기분 좋게 맛을 음미하면서도 나름 아쉬웠던 것은 석화 위에 잘게 오이를 썰어놓고 밑에 차갑게 얼음을 깔아 굴이 시리도록 차가웠다는 점이다. 어떠한 식재료도 첨부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석화가 가장 매력적인 법인데 추억이 짙은 만큼 아쉬움도 깊었다.

프랑스 리옹에서 유학생활을 한 AOC의 셰프는 계절마다 젊은 감각의 새로운 메뉴(디저트·코스 등)를 선보이고 있어 항상 새로운 메뉴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뿐 아니라 AOC는 전문 와인 바답게 소믈리에가 상주하고 있어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 준다.

와인 가격 역시 4만원대의 칠레와인부터 48만원대의 프랑스 와인까지 약 100여개의 와인이 구비돼 있는데 AOC의 배재현 소믈리에는 “저렴하면서 좋은 밸류와인을 추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칠레와인 선호도가 높다며 "프랑스 와인도 좋은 품질이 많지만 요즘은 칠레, 미국, 호주 와인도 많이 찾는다" 고 말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AOC에서 추천하는 두 번째 음식은 와규 스테이크다. 마늘과 함께 구운 와규 스테이크는 마늘의 고소하면서도 알싸한 향이 육즙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간이 배어 있었다. 배 소믈리에는 와규 스테이크와 어울리는 와인으로 아르헨티나 와인인 ‘트라피체 싱글 빈야드 말벡’을 추천했다. 마늘의 강한 향이 스며든 와규 스테이크와 진한 말벡 와인의 궁합은 고기의 느끼함을 없애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추천한 음식은 ‘부야베스’로 프랑스 프로방스의 전통음식인 해산물 스튜요리다. 쉽게 말해 토마토 소스를 기본으로 한 프랑스식 해물탕이라고 할까. 추운 겨울,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탕 요리’가 그리울 때 주문하면 안성맞춤이다.

AOC의 총 좌석 수는 약 70석 정도로 네댓 명의 가까운 지인과의 수다 장소로 적당하지만 70여명의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연말모임, 혹은 파티장소로도 적합하다. 중앙 홀을 대관하면 되는데 모든 장소를 사용한다해도 와인 바 자체가 부담스레 크지 않아 아늑한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연말모임이나 파티를 기획하고 있다면 인원 수에 따라 레스토랑의 홀이나 라운지를 대여할 수 있는 AOC에서 가족 같은 사람들과 분위기 있는 파티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 강남구 청담동 청담사거리 구 엠넷 건물 골목으로 100미터 진입
추천음식 : 오이스터(석화) 2만 5000원, 부야베스 3만2000원, 와규등심스테이크 3만5000원
문의 : 02)541-9260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