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작년 11월까지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11월까지 합산으로 12월을 더하면 1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쇼핑 중에서도 모바일 쇼핑이 성장세가 더 빠르고 그 비중 또한 62%로 PC보다 높다.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6%로 늘어나 개념적으로는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온라인으로만 소비를 하고 있다. 특히 항상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상품을 주문하는 게 일반화되었고 그 성장세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가격 싸고, 손가락 하나 까딱 하면 집 앞에 물건이 와 있는 이 온라인 서비스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점점 더 온라인 쇼핑은 일반 오프라인 쇼핑을 대체해 당장 필요한 것, 꼭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착용해야만 하는 상품을 제외하고는 대중화될 것이다.

그런데 이 편리한 온라인 쇼핑에 불편한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포장박스와 거기에 들어있는 부자재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원래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들은 기본적으로 포장이 되어 있다. 포장되어 있지 않은 신선식품의 경우에도 계산을 하면 가져가기 편한 최소한의 포장을 해준다. 그런데 이 제품들을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배송을 위한 추가 포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박스에 담는 것만 생각하겠지만, 박스에 담아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상품이 상하기 않도록 여러 가지 포장용 부자재가 들어간다. 냉장, 냉동 상품의 경우는 보냉팩과 스티로폼 박스가 추가로 더 들어간다. 깨지는 걸 막기 위해 소위 뽁뽁이라고 부르는 에어캡과 배송을 위한 전용 박스를 제작한다.

그렇게 열심히 만들고 정성으로 포장한 그 배송만을 위한 박스와 부자재들은 고객의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쓰레기가 된다. 일부는 재활용 대상이긴 하나,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스팩과 스티로폼 박스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새벽 배송의 과대포장과 관련해 소비자의 불편과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는 편리함을 좇기는 하지만 죄책감도 같이 배달되는 상품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히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하나의 박스에 상품을 최대한 담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손으로 주문하고 잠을 자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창고에서 포장을 하고, 이후에 얼마나 여러 곳을 거치며, 수백 킬로를 달려서 내 문 앞에 도착하는지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에서 파손, 변질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는 적정선 혹은 그 이상의 안전을 위한 포장을 하기 마련이다.

많은 고객들이 과대 포장을 불편해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실제 제품의 사용이나, 내용물의 신선도와 전혀 무관한 아주 작은 흠집, 구겨짐, 찢어짐, 찌그러짐도 참지 못한다. 고객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포장재를 넣고 고객은 불평하면서도 또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고 상품보다 2~3배 더 많은 박스와 부자재 등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악순환’ 그것보다 더 나은 말을 찾지 못했다.

온라인 쇼핑 100조원 돌파의 ‘明’에는 배송으로 인한 부자재 쓰레기 증가라는 ‘暗’이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 온라인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바로 지금 온라인 구매를 통해 발생하는 쓰레기에 대해서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과대포장, 과잉 부자재에 대해 불편함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판매자는 최적의 포장, 친환경적인 포장재를 만들어내는 것과 더불어 최대한 많은 상품을 박스에 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자기가 실제 필요한 포장 안에 있는 가치가 상하지 않는 수준의 포장이면 충분한 포장임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실효성이 없는 가이드라인보다는 재활용에 적합한 포장재 개발을 지원하고, 과대포장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수립하고 위반 시 실제 행정 처분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준비하는 시간보다 닥쳐올 문제가 더 빠른 만큼 모두의 노력이 지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