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크셔 헤서웨이 포트폴리오. 자료=버크셔헤서웨이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 투자 비중을 줄였다. 대신 자동차업체 GM과 소프트웨어 개발사 레드햇, 투자은행 JP모건 등의 주식을 사들였다. 앞서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한 GM은 올해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GM은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따라 소모되는 인건비와 제반 비용이 크게 감소하면서 올해 이익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다.

2월 18일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2018년 말 기준 애플 주식을 2억4960만주(394억달러, 44조원)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전 분기의 2억5250만주보다 1.1% 줄어든 수준이다.

버크셔가 애플 지분을 줄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애플은 2018년 시총 1조달러를 돌파했다가 30%나 하락했다. 버크셔 자산 역시 출렁거렸다. 애플의 2018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883억달러)보다 줄어든 843억달러(약 94조8291억원)를 기록했다.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밀려나 4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 버핏은 정보기술(IT) 기업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세계 최고 IT기업이라는 애플도 손녀가 하루 종일 애플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것을 보고서 뒤늦게 샀다. 버크셔의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슬러 등 저명한 투자 매니저 역시 투자 결정을 밝히지 않았다.

애플의 주식을 줄인 버크셔는 GM 주식을 샀다. 버크셔는 GM 주식 2000만주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총 9319만주(약 36억달러어치)를 보유하게 됐다. 이와 함께 미국 금융투자회사 JP모건에 40억달러를 투자해 3570만주에서 5010만주까지 40% 늘렸다. 아울러 캐나다 선코어 에너지 1080만주(3억달러), 소프트웨어 업체 레드햇 420만주(7억달러)를 새로 사들였다.

▲ 2018년 3분기 누적 기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영업이익률. 자료=삼성증권

버크셔는 왜 GM에 투자했을까

GM은 최근 기대치를 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81억달러(약 9조639억원)로 전년(39억달러)보다 108%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역시 직전 분기보다 1.8% 늘어난 384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를 더욱 뛰어넘는 실적을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 GM이 자율주행테스트에서 가장 크게 소모하는 비용은 인건비다. 상용화를 통해 이를 줄인다면 충분한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가장 빠르게 접근한 우버를 기준으로 2017년 연간 손익계산서를 보면 총 매출 100%에서 인건비 쓰이는 지출(Net Partner Earnings)이 77.9%다. 운전자에게 지급하고 남는 순매출은 총매출의 21.3% 수준이다.

이를 덜어낸다면 이론상 총매출액에서 변동비를 제외한 공헌이익은 매우 커질 수 있다. 변동비 중에서도 자율주행 차량 대부분이 값싼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다. 주차비나 사고를 대비한 제반 비용도 사라진다. 또 운전자석과 엔진룸이 사라지면서 차량에 10인 이상이 동시 탑승한다면 이익은 더욱 극대화된다.

2017년 메리 바라 회장은 자율주행 택시 초기국면에는 시중 택시와 비교하면 월등히 저렴한 가격을 제공해도 전체 비용의 60~70%가 소요되는 운전자비용이 들지 않아 충분한 BEP를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 GM은 뼈와 살을 깎아내고 있다. GM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구조조정안을 2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당시 메리 바라 GM 회장은 미국 4곳, 캐나다 1곳, 그 외 지역 2곳 등 7곳의 공장을 폐쇄하고 1만여명의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M은 지난해 10월부터 근로자 1만8000여명에게 명예퇴직을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인 근로자는 2250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직 감축은 지난해 대부분 완료됐다. 감축 규모는 약 1500여명이다. GM은 2월 말까지 4000여명의 구조조정을 더 해 총 8000여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는 올해까지 25억달러(2조8000억원), 내년까지 총 60억달러(6조7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 GM의 자율주행 사업 목표. 자료=GM

GM은 확보한 유동성으로 자율주행차 기술과 전기차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GM은 자율주행과 공유경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모두 아우르는 수직적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자율주행 부서와 자율주행 합작 벤처 담당 부서,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전략 마케팅 부서를 신설하면서 기술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GM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자율주행차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10억달러에 인수했다. 2017년에는 자율주행차 센서 라이다(Lidar) 제조업체인 스트로브를 인수했다. GM은 자율주행차 상용화 필수 조건인 자율주행 인공지능 기술과 라이다 제조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면서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

GM은 2018년 5월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로부터 22억5000만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했다. 자금은 초기 9억달러가 투입되고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확정되는 시점에 13억5000만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계획이다. GM은 자사 카헤일링 앱인 크루즈 애니웨어(Cruise Anywhere)를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타사 직원들을 상대로 2017년부터 테스트 중이다. 올해 안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는 2023년까지 총 20개의 모델을 북미 시장에 출시할 방침이다. 2020년까지 총 10개의 전기차 모델을 중국 시장에도 내놓을 방침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5개 전동화 플랫폼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향후 추가로 내연기관차 생산 시설 축소와 전기차 생산 시설로의 전환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GM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을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올해 안으로 목표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전사적으로 미래차 기술개발에 포커스를 맞춰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GM이 보유한 크루즈는 혼다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금액까지 더하면 10조원에 이르는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 GM은 현재 규모에 비해서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면서 “GM은 밸류선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다. 버크셔 역시 가격이 저렴한 주가에 투자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GM은 구조조정의 방향성이 확실히 정해져 있고 추진도 구체적으로 되고 있다는 점은 매력적인 투자요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