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지금 그 이슈는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희가 팩트를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논란을 만드는 것이 이상합니다. 특히 언론에서는 왜 우리 이야기를 믿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라고 하면 그런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합리적 의심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합리적 의심이란 특정 기자 한 명이 가지는 개인적 의심이나 의문이 아닙니다. 독자와 시청자들을 넘어 상당수 공중이 유사한 의심이나 의문을 품을 때 그것을 합리적 의심이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위기 시 필히 해소시켜야 하는 대상이죠.

해명이나 설명을 했는데도 언론에서 계속 의문이나 의혹을 제기한다면, 말 그대로 공중의 합리적 의심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미국 형사 소송법에서도 합리적 의심을 ‘특정화된 감이나 불특정한 의심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에 기반한 의심’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은 이치에 합당한 의심이 없도록 하는 증명 즉, ‘의심의 여지없는 확실한 증명’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위기 시 기업이 이와 같이 ‘의심의 여지없는 확실한 증명’을 하지 못하는 한, 합리적 의심은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언론의 합리적 의심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트집’ ‘무책임한 의혹’ ‘의도적인 딴지’ ‘악의적 말꼬리 잡기’ 등으로 폄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도 공중이나 이해관계자의 합리적 의심에 부합된다면 해소의 대상이 된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기업 스스로 ‘말도 안 되는 트집’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돌아 앉아 버리는 대응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무책임한 의혹’ 또는 ‘의도적인 딴지’라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악의적 말꼬리 잡기’라며 기자와 말다툼을 벌이는 대응 또한 적절하지 않습니다. 기업 스스로 그를 통해 얻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주장이나 의문 제기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그 속에 ‘일리(一理)’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일리(一理)’에 집중해 성실하게 합리적 의심을 해소시키는 노력을 하기 바랍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기 시 꾸준하게 모든 합리적 의심을 해소시키는 노력입니다.

돌아앉거나, 귀를 막거나, 입을 닫거나, 대신 싸우고, 소송을 하는 것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 보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합리적 의심을 두려워해야만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집니다.

내부적으로도 위기관리팀 스스로 보유한 정보와 입장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투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선에서 올라오는 상황 정보들 또한 합리적 의심의 대상입니다. 부서별로 보고되는 전문적 의견들도 합리적 의심의 대상입니다. 내부적으로 ‘이것이 팩트며 정확함이다!’ 주장되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 실무자들은 그에 대해서도 부가적으로 합리적 의심을 투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 시 내부로 유통되는 모든 정보는 합리적 의심을 투영해 보아야 합니다. 이를 무사히 통과했을 때만 그 내용을 외부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아무런 합리적 의심이 존재하지 않아도, 외부로 전달되면 새로운 합리적 의심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를 배타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수용적으로 그 의심을 이해하고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위기관리팀 스스로 합리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합리적 의심을 사실관계에 투영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떳떳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새로운 합리적 의심을 수용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어집니다. 아주 일부 합리적 의심에서 많이 벗어나는 언론의 의심이라면 그것은 공중들이 먼저 압니다. 기업이 대응하지 않아도 그 의심은 해소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