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파운드리 업계의 강자인 글로벌파운드리(GF)가 최근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종료되며, 최소한 하반기는 되어야 다시 부활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두 기업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GF는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0.8%로 1위를 달리는 TSMC에 이어 점유율 8.4%를 가진 3위 업체다. 삼성전자는 14.9%로 2위, UMC가 7.5%로 4위, SMIC가 5.1%로 5위다.

GF의 최대주주는 아랍에미리트 국영기업인 ATIC다. ATIC는 GF를 2018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 사업자로 키우는데 성공했으나, 최근 심각하게 지분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IT매체 테크익스트림은 지난 14일 “ATIC는 GF를 통해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기류가 변했다”면서 “GF는 수익성이 떨어졌고, ATIC는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GF가 7나노 공정을 포기한 것도 큰 틀에서 ATIC가 GF를 통한 파운드리 경쟁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GF가 싱가포르에 소재한 200나노 팹 생산이 가능한 팹3E를 2억3600만달러에 대만의 뱅가드인터내셔널세미컨덕터(VIS)에 매각한 것도 사실상 ATIC의 ‘엑시트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관건은 GF의 행보다. 만약 GF가 매물로 나오면 새로운 주인으로 중국계 기업이 낙점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여전한 상태에서 미국 기업인 GF를 중국 반도체 기업이 인수하는 것은 어렵다는 반론이 만만치않다. D램의 푸젠진화 쇼크가 여전한 상태에서 중국 기업의 GF 인수는 가능성이 낮다. 최근 중국도 반도체 굴기를 진행하며 자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더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GF를 인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현금보유액은 최근 100조원을 넘기고 있다. 막대한 실탄을 가진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GF를 인수할 가능성이 살아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GF를 품어내면 단순하게 계산해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20% 중반 수준의 점유율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당장 삼성전자-GF 동맹이 TSMC와 한 판 대결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 삼성이 GF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빠르게 두각을 보이고 있으나, 시장의 절반을 가진 TSMC와 직접 상대하기에는 어렵다는 평가다. 심지어 디지타임즈, 테크스팟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의 강자 TSMC는 3월말 7나노 EUV 노광장비를 사용한 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테크스팟은 "TSMC는 첨단 제조 공정에 대한 혁신 목표를 명확한 궤도에 올렸다"면서 "7나노 EUV에 이어 5나노, 3나노의 명확한 로드맵을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 30대 중 무려 18대를 확보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최첨단 공정에서 TSMC와 전투를 벌이는 한편, 단순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GF를 적극 활용하면 의외의 활로가 뚫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기적으로도 맞아 떨어지는 구석이 많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국정농단 쇼크에서 일정정도 벗어나 현재 새로운 성장 먹거리를 찾는 상황인데다, 인수합병은 이재용 부회장 특유의 경영전략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를 두고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