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큰 경제국 인도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출처= The We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시한이 오는 3월1일에서 60일간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협상타결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반면 미국의 또다른 교역대국인 인도와의 긴장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후 다음 무역전쟁 당사국으로 인도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장관 방문도 취소?

당초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주 14일, 협상을 위해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13일 오후 늦게 방문 계획을 취소하면서 연간 1250억 달러 규모의 무역 거래를 하고 있는 양국 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로스 장관은 악천후와 기술적 문제, 그 외 몇 가지 논리적 문제로 방문을 취소하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로스 장관은 대부분의 협의에 원격으로라도 참여할 예정이며, 인도 정부 및 민간 부문이 양국간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보여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CNN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품 구매, 미국인 고용 우선 원칙’(Buy American, Hire American)' 전략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전략과 충돌하면서 최근 몇 달 사이 인도와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되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할리와 위스키 관세 노골적 불만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특히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 오토바이 같은 미국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음을 수 차례 비난한 바 있다(그러나 할리 데이비슨이 실제로 인도 당국에 관세를 지불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백악관의 한 행사에서 "인도의 관세가 매우 높다. 그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수입 위스키에는 1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 행정부가 이제 인도에 대해 나사를 조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주 미국이 보석, 자동차 부품, 전기 모터 등 56억 달러(6조 3000억원) 상당의 상품을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는, 이른 바 일반특혜관세제도(GSP) 대상국에서 인도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특혜관세제도(GSP) 프로그램은 미국이 1970년대부터 도입한 제도로, 121개 개발도상국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특혜 대우다. 미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2017년에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국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미국의 낙농업계와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인도의 관세로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한 후, 인도에 대한 GSP 프로그램 자격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인도 당국은 이달 들어,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미국의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그들의 규모와 자본력을 이용해 인도에서 가격을 내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규제를 도입했다.    출처= TechCrunch

200억 달러의 무역 적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미국에 500억 달러의 상품을 수출했으며 300억 달러의 미국 상품을 수입했다.

반면 모디 총리는 더 많은 외국 생산 업체들을 인도에 유치하려고 한다. 모디 총리가 연임을 위한 선거 운동에 나서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면 외국 회사들은 당연히 달가워할 리 없다.

시장조사회사 피치 솔루션(Fitch Sulution)의 국가 리스크 분석 전문가인 제이슨 예크는 "미국에게 무역 양보를 하는 것은 제조 허브로서의 인도의 매력을 줄이는 것과 같은 추가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인도로서는 앞으로 수년 동안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을 저울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와 인도 상무부는 모두 인도의 GSP 프로그램 제외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인도 싱크탱크인 국제경제관계연구회(Indian Council for Research on International Economic Relations)의 라잣 카투리아 소장은 "미국이 인도를 GSP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협상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인도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임을 감안할 때 미 행정부가 충분히 그런 전략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도는 이제, GSP 프로그램 같은 조건부 접근이 부여됐던 개발도상국 문턱에서 벗어났습니다. 물론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혜택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미 불길한(GPS 프로그램의 제외)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GSP만이 양국 간 긴장감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인도는 지난 해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한 여러 나라 중 하나이다. 인도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2억 4000만 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아직 시행은 하지 않고 있다.

인도, 아마존과 월마트에 대한 규제 도입 

인도가 미국의 최대 기업 두 곳(아마존과 월마트)에 대해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도 양국 간 무역 협상에서 또 다른 주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인도 당국은 이달 들어,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미국의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그들의 규모와 자본력을 이용해 인도에서 가격을 내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규제를 도입했다.

아마존은 인도 사업에 50억 달러(5조 6000천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고, 월마트도 지난해 인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인 플립카트 인수에 160억 달러(18조원)를 지불했다. 두 회사 모두 이 인도 당국의 새 규제에 반발해 왔지만, 인도 시장에 정착할 시간을 더 달라는 두 회사의 요구는, 현지 기업들의 압력을 받고 있는 인도 정부에 의해 거부됐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월마트와 아마존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인도 정부에 전자상거래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로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인도의 비즈니스 연계를 추진해 온 단체들은, 인도 당국의 전자 상거래 규제에 반대해 왔다. 미-인도 전략적 동반자 포럼(US-India Strategic Partnership Forum)은 인도의 규제를 ‘추세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고, 미-인도 기업 자문위원회(US-India Business Council)는 새로운 규제 정책이 양국의 협력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결제에 대한 규제까지 포함돼, 마스터카드 같은 신용카드 회사들도 타격을 입었다. 마스터카드의 아제이 방가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예정됐던 로스 장관의 인도 방문 시 함께 수행할 예정이었다. 인도 정부는 또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회사들에게 인도 사용자의 데이터를 인도에 저장하도록 요구할 계획이어서, 미국 기업들과 무역 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어쩌면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될 지 모를 인도가 미국과 섣불리 전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출처= India TV

해결책은?

미국과 인도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미국은 이미 중국과 1년 가까이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어, 또 다른 무역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인도 국제경제관계연구회 카투리아 소장은 "미국이 중국과 치른 전쟁처럼 인도와의 전쟁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인도가 협력자로서 미국과 타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전쟁이 인도가 미국과의 싸움을 피해야 하는 추가적인 동기를 부여해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미중 무역 전쟁을 겪으면서,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기업들이 다른 시장으로 이탈해 나온다면, 인도가 그 누구보다 수혜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