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연구개발(R&D)투자, 설비구축 등을 통해 백신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이 백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출처=SK바이오사이언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2019년 업무 계획에 따르면 식약당국은 2023년까지 백신 자급화율을 21종 75%까지 올릴 계획이다. 이유경 바이오의약품정책과 연구관은 14일 “2009년 25%였던 백신 자급화율은 2017년 50%까지 올랐다. 2018년에는 수두생백신 또한 개발했다”면서 “2020년까지 백신 16종을 개발, 57%까지 자급율을 확보하고 2023년에는 21종 75%로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백신 파이프라인은 146개지만 인플루엔자와 에볼라 등 4품목에 집중됐다. 이를 개발하고 있는 제약바이오기업은 사노피, 머크, 화이자, GSK 등 글로벌 제약사다. 글로벌 제약사는 전체 백신 개발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유경 연구관은 “임상 2상 이후 글로벌 제약사가 대부분의 백신 파이프라인을 흡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한국 제약바이오기업 중 최초로 개발한 백신을 속속 출시하면서 전량 외국산에 의존했던 백신 국산화를 이끌고 있어 주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저력, 설비투자‧R&D에 있다

SK바이오는 2016년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을 활용한 4가(4종류)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를 출시하며 글로벌 백신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백신은 대개 유정란 배양‧세포배양‧유전자재조합 등 세 가지 방법으로 생산된다. 백신의 종류와 각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최근 인플루엔자 백신과 관련해서 세포배양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동물세포에 감염시킨 뒤 증식도니 세포를 따로 분리, 정제해서 백신을 만드는 방법이다.

▲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프리필드실린지 제품 모습. 출처=SK바이오사이언스
▲ 세포배양 독감백신의 특징. 출처=SK바이오사이언스

세포배양 방식은 기존 유정란 배양 방식에 비해 설비투자비용이 더 필요하지만, 한 번 생산설비를 구축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백신 제조기간이 2~3개월로 짧아지므로 변종 독감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쉽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미얀마에서 갑작스럽게 독감이 유행하고, 사망자가 속출했다”면서 “미얀마 보건당국은 당시 스카이셀플루를 긴급 요청했고, SK바이오는 신속하게 현지에 이를 공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유정란 방식은 약 6개월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 이는 또 계란을 사용하지 않아 계란 알러지가 있는 사람도 접종할 수 있다. 최첨단 무균 배양기를 활용해 생산하므로 항생제와 보존제를 넣지 않을 수도 있다.

SK바이오가 차세대 백신명가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로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꼽힌다. 이 기업은 2018년 7월 경상북도, 안동시와 함께 2022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백신 제조공장 증설을 골자로 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바이오는 안동 바이오산업단지에 6만2626㎡ 규모의 세포배양 독감백신 등 주요 백신 상업 생산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백신 원액 생산량은 현재의 약 2배 규모로 증가한다.

기존 SK케미칼 백신사업부였을 2008년 당시에는 안동에 백신공장 건축을 결정한 후 설비 구축과 R&D비용으로만 4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스카이셀플루 4가와 ‘스카이조스터’ 개발로 이어졌다. SK바이오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뤄지면 약 100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는 2018년 6월 수두백신 ‘스카이바이셀라주’를 출시, 한국 시장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바이오가 백신 개발에 집중한 시기는 2006년으로 2015년 결실을 맺어 한국 최초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발매했다. 2016년 4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2017년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등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SK바이오는 2018년 2월 세포배양 백신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17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성공했다. 이 기술은 사노피가 개발하는 범용 독감 백신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미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술수출 금액은 국내 백신 기술수출 액수로는 역대 최대”라면서 “SK바이오의 백신 개발 기술력은 글로벌 수준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R&D 중인 백신 파이프라인만 4개…지속가능한 매출 확보?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신산업은 전 세계적인 감염병 발생, 경제 성장,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국민 보건 향상뿐만 아니라 시장 성장성 측면에서도 중요도가 조명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백신 시장은 선진국 인구 고령화에 따른 백신 수요 증가와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백신 접종률 증가 등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해마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 글로벌 백신 시장 성장률 전망. 출처=프로스트&설리번(Frost&Sullivan)

시장 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글로벌 백신시장규모는 2014년도 363억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도에는 85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차세대 백신 시장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어 R&D 역량에 따른 성장동력 확보가 필수일 것으로 보인다.

백신산업은 고도의 바이오기술력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면서도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해 다양한 백신 개발과 제품화에 한계가 있다. 이는 특히 효능과 안전성을 예측하기 위한 적절한 동물모델과 성인‧영유아 임상대상자를 찾는 것이 어렵다. SK바이오는 대규모 생산설비 구축에 더해 백신 R&D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 1월 24일을 기준으로 개발 중인 백신 파이프라인은 4개로 모두 임상에 들어갔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주요 백신 파이프라인. 출처=전자정보공시스템(DART)

2010년부터 개발 중인 소아장염 예방용 ‘NBP613’은 임상 2상과 추가 공정개발 단계다. 2011년부터 R&D를 시작한 자궁경부암 백신 ‘NBP615’는 임상 1/2상 중이다. 2013년부터 개발 중인 장티푸스 예방용 ‘NBP618’은 임상 2상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폐렴구균 백신 ‘GBP410’은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시작했고 공동 개발을 하고 있다. SK바이오는 백신 개발을 담당하는 박사급 11명, 석사급 50명 등 73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R&D에 집중한 결과, 시판되기 시작한 백신으로 2017년부터 시작된 수익성 개선흐름은 지난해 뚜렷해졌고, 2019년에는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 애널리스트는 “독감백신 성수기, 신제품 매출 호조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  품질(PQ)인증을 통해 2020년 독감백신 수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