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소비자가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과 유통 경로는 굉장히 다양해졌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대체 어떤 식으로 화장품을 구매할까?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여성들은 화장품을 구매할 때 ‘입소문’에 큰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입소문에 가장 민감한 소비층은 2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품 ‘후기’가 소비자 마음 흔든다
최근 6개월 기준 화장품 구매경험이 있는 전국의 만 13세~59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화장품 구입 시 사용자의 ‘후기’를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소비자의 82.3%가 화장품 구매 시 입소문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20대 여성이 90%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이현주(24.여)씨는 “직접 본인이 써보지 않은 화장품은 덥썩 사보기가 겁이 난다”면서 “제품을 사기 전 인터넷에 들어가 후기를 찾아보고 피부 타입 별로도 다를 수 있어 최대한 여러 후기를 보고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 입소문이 화장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 출처=트렌드모니터

실제로 여성 10명 중 8명(79.9%)은 소비자 후기가 별로 없는 화장품의 구매를 망설이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제품 사용자의 평가가 좋을 경우 해당 화장품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셈이다. 특히 젊은 여성층이 소비자 후기가 별로 없는 화장품의 구매를 꺼려하는 태도(10대 84.5%, 20대 89%, 30대 84%)를 보였다.

반면 고가의 화장품이라도 후기와 평점이 좋으면 사는 편이라는 응답이 절반(50.8%)에 해당됐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후기를 완전히 신뢰하는 것은 아닌 입장도 있었다. 인터넷 후기를 보고 산 화장품과 뷰티 블로거나 뷰티 유튜버가 추천한 제품은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SNS상의 홍보 제품은 소정의 돈을 받고 쓰는 홍보성의 광고 후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 명동의 한 매장에 사람이 없는 한가한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2명 중 1명은 ‘로드샵’ 왜 가?
후기와 입소문에 영향을 받는 소비자들이라면 실제 구입통로는 어떠할까. 화장품을 구입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꼽히는 ‘로드샵’ 매장의 인기는 예전만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명 중 1명(47.9%)이 로드샵이 불황이라는 사실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세대에 비해 20~30대 여성이 로드샵 매장의 위기를 많이 실감하는 편이었다.

1세대 화장품을 주름잡았던 로드샵 매장들이 예전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결정적인 이유는 ‘화장품 판매처의 다변화’에 있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입하는 일이 많아지고, 화장품을 살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들도 많아졌다. 또한 H&B스토어의 경쟁력이 높아져 로드샵이 위기에 빠진 것이다.

▲ 화장품 주 구입 장소. 출처=트렌드모니터

스스로 로드샵 매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었다고 말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97.9%가 화장품 구입을 위해 로드샵 매장에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그 중 로드샵 이용자의 44.1%가 과거에 비해 로드샵 이용이 감소한 것 같다고 응답했다. 또한 세일기간이 아니면 소비자들이 찾지 않고, 더 이상 가격경쟁력이 없는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의견도 있었다.

로드샵 관계자는 “이제는 로드샵 매장이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워서는 현재 입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거나 H&B스토어만의 흐름과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진단했다.

구경만 해도 부담 없는 ‘H&B스토어’
로드샵의 방문은 줄었지만 H&B스토어의 소비자의 이용은 많이 증가했다. 전체 94.1% 중 H&B스토어를 이용해 본 경험자 중 예전보다 이용이 증가했다고 말하는 소비자는 39.3%였고, 감소했다고 말하는 소비자 14%에 그쳤다. 과거에 비해 H&B스토어를 많이 찾는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매장 방문의 재미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 올리브영의 매장수는 현재 약 1200개로 H&B스토어 업계 1위다. 출처=CJ올리브넥트웍스

로드샵 매장보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구경만 해도 심적으로 부담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이와 함께 제품의 다양성도 한몫했다. H&B스토어는 로드샵 매장보다 한 번에 다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다른 매장보다 좀 더 다양한 제품이 있다. 화장품 외에도 다양한 생활용품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H&B스토어 이용자들이 매장에서 주로 많이 구매하는 제품은 립 메이크업(41.7%), 마스크팩(37.2%), 스킨케어(35.7%), 클렌징(34.9%) 등으로, 주로 ‘화장품’을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H&B스토어가 로드샵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하고 있다는 셈이다. 또한 식음료·간식(25.6%)과 생활잡화(21.8%) 등 화장품 이외의 제품도 많이 구입하고 있어, H&B스토어의 확장성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H&B스토어 관계자는 “뷰티시장을 주도하는 20~30대 여성 고객들 중심으로 화장품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브랜드 중심의 쇼핑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제품 중심의 쇼핑이 이뤄지고 있어 단일 매장보다 다양한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H&B스토어가 성장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명동의 한 매장에는 2층 까지 고객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로드샵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뷰티 업계의 모두가 로드샵 매장의 미래를 마냥 어둡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설문조사의 소비자 전체 68.6%가 로드샵 제품도 마케팅을 잘 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10명 중 7명이 로드샵에서도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면 방문할 의향이 있다는 반응이 69.1%였고, 각 로드샵 브랜드의 입소문 난 제품만을 모아서 판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에는 71.9%로 집계됐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매자 후기가 좋은 제품이 있다면 로드샵 제품이더라도 소비자의 구매율은 자연스레 증가할 것”이라면서 “로드샵이라고 해서 모두 불황인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이 약 68.9%점을 감안하면 결국 제품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민선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되면 보따리상 감소에 따른 면세점 매출 하락 부분 상쇄와 면세점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이는 주요 상권에 위치한 로드샵 매출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