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으로 국내 2위 규모의 철강업체다. 사진=현대제철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현重-대우조선 인수합병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제철의 실적 상승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에 공급하는 후판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가량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중에, 결국은 조선사와의 후판 가격 협상이 중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기대하기에 다소 이른 시점이지만 대우조선 후판 공급량은 늘어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인수합병이 결정되면 아무래도 현대제철이 유리해질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강판으로 선박의 선체 등 건조에 이용되는 필수 자재다. 통상 선박 가격의 15%~20%정도를 차지한다.

현대제철의 후판 매출 비중은 10% 내외를 차지한다. 크지는 않지만 기대감은 불거질 만한 정도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별도매출액은 18조6108억원이다.

다만 대우조선에 공급하는 후판 물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 계열사로 편입된다 해도 한 쪽의 후판 사용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수 자재의 경우 공급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 위험부담이 커진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제철 물량을 크게 늘리기로 결정했는데, 어떤 이유로 현대제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대우조선해양은 당장 선박 건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제철, 포스코, 동국제강 등으로부터 후판을 공급받고 있다.

▲ 현대제철 매출액 추이(별도기준). 출처=DART

“물량보다 중요한 단가”

현대제철 관계자는 “물량 증가보다 중요한 것은 후판 가격 재조정”이라고 언급했다. 대우조선 물량이 늘어도 후판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실적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상반기 후판가격을 두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철강업체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반영, 후판 가격을 소폭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철강업체는 그동안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등의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철광석 평균 현물 가격은 2016년 톤 당 6만8000원에서 2017년 8만1000원으로 상승했다. 후판 유통가는 2016년 톤 당 52만원에서 2017년 64만5000원으로 올랐다. 단, 철강업체는 현물가보다 저렴한 장기계약으로 재료를 조달한다.

최근에는 계절적 요인의 반영으로 철광석 가격이 9만원대로 상승했다. 후판 가격도 60만원대 후반으로 소폭 올랐다. 물론 원재료 매입과 제품 생산에는 시차가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후판 가격이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했다”라며 “가격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으므로 후판 생산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데, 공급처는 한정돼 있다보니 이익을 낮춰서라도 판매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조선사들은 후판가격 상승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선가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LNG 선가는 척당 1억8400만달러로 전월보다 100만달러 올랐지만 2016년 평균 가격 대비 1300만달러 하락한 수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황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후판 가격이 오르면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격 부담으로 중국산 후판 사용을 검토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중국 후판 퀄리티도 많이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重-대우조선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후판 가격 협상주도권은 조선소 쪽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협상 대상 업체가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니 아무래도 주도권이 축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