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사물배터리(BoT·Battery of Things)시대는 생활 곳곳에 배터리가 사용되는 시대를 말하는 신조어다. 스마트폰,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부터 전기자동차, 전기자전거, 전동공구까지 배터리는 우리 생활 속 여러 물건 속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배터리는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 바그다드 전지 모습. 출처=위키미디어

2000년 넘은 ‘바그다드 전지’

세계서 가장 오래된 배터리는 바그다드 전지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근교 호야트럽퍼 유적에서 1932년 독일인 빌헬름 쾨니히가 발견한 전지다. 높이는 14cm, 직경은 8cm의 작은 항아리 모양의 이 전지는 초벌구이 항아리 속에 원통형 구리판이 있고, 구리판 안에 철 막대기를 꽂아 전체를 아스팔트로 고정한 후 밀봉한 구조로 알려져 있다. 구리판이 양극 역할을, 철봉이 음극 역할을 하고 식초가 전해액의 역할을 해 전압을 발생시킨다.

이후 1780년 경에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생물학 교수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는 개구리를 해부하다가 신기한 경험을 한다. 갈바니 교수는 철봉에 매단 개구리 다리에 우연히 황동으로 만들어진 철사를 댔는데 개구리 다리가 꿈틀거리는 현상을 발견한다. 갈바니는 1791년 이를 ‘동물전기’라고 정의해 발표했다. 마치 개구리 다리 안에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동물전기를 발견한 갈바니의 이름을 따 현재도 전기회로를 측정하는 전류계를 갈바노미터로 부르고, 두 종류의 금속이 접촉했을 때 일어나는 자극을 갈바니 작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볼타전지 발전원리. 출처=삼성SDI

동물전기, 볼타가 오류 증명

그러나 갈바니의 동물전기는 이탈리아의 볼타가 의심을 갖고 연구를 해 오류가 증명됐다. 개구리 다리 안에 에너지가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2가지의 서로 다른 금속과 개구리 체액이 반응해 전류를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철봉에 매달린 개구리, 그리고 황동이 개구리 체액과 반응한 것이다.

볼타가 동물전지의 오류를 증명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여러 가지 금속과 수용액을 사용해 실험을 반복한 것이었다. 볼타는 실험을 통해 은과 아연판 사이에 소금물에 적신 종이를 끼우면 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구리와 아연판 사이에 소금물에 적신 종이를 겹겹이 쌓아 올리면 더 큰 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1800년에 발표한 이 사실은 ‘볼타 파일(Volta Pile)’이라고 불린다.

볼타는 전해액으로 소금물 말고도 다른 것도 사용했다. 묽은 황산을 소금물 대신 사용하면 더 큰 전기가 발생한다는 것도 확인한다. 아연판이 음극, 구리판이 양극 역할을 하면서 전구에 불을 켤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전지라고 불리는 볼타전지다.

볼타전지의 원리

볼타전지는 이온화 경향이 큰 아연이 음극 역할, 이온화 경향이 작은 구리가 양극 역할을 한다. 묽은 황산이 전해액 역할을 한다. 아연이 이온으로 돼 용액에 녹아 나오는데 양극을 전선으로 연결하게 되면 아연판의 전자가 구리판으로 이동하고, 수소 이온에 전자를 줘 수소 가스가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기가 발생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볼타전지는 처음에는 0.76V정도의 전압을 보이지만 2~3분 후에는 전압이 0.4V정도로 떨어진다. 이유는 구리판에서 발생한 수소 기체가 구리판 주위에 막을 형성해 수소 이온의 환원 반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볼타전지는 사용하지 않을 때도 아연이 계속 부식용해돼 오늘날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최초의 1차 전지라는 측면에서 배터리 역사에서 의미있는 전지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