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의 뉴욕 입성을 반대하는 시위대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마존이 지역사회의 반발에 부닥쳐 뉴욕에 제 2본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아마존 조디 세스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랜 고려와 숙고 끝에 퀸즈의 롱아일랜드시티(Long Island City)에 건설하려던 아마존 제 2본사 설립 계획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성명에서 "주(州)와 지역 정치인들이 우리가 그곳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며, 많은 사람들이 꿈꿔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협력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언급했다.

아마존은 1년 여에 걸친 사전 조사와 타당성 검토를 거친 끝에 지난해 11월 뉴욕시와 북부 버지니아 두 곳으로 제 2본사를 분리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두 도시에 각각 2만 5천명의 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정치적 후폭풍

아마존의 새 본사 유치는 당초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를 포함한 뉴욕 정치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고용으로 뉴욕 광역 지역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올 기회로 인식되었다. 뉴욕시가 단숨에 실리콘밸리와 맞설 수 있는 기술 허브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정작 유치가 발표된 후, 비판론자들은 뉴욕이 이 기술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제시한 15억 2500만 달러(1조 7200억원)의 인센티브가 지나치다며 맹비난했고, 이지역의 장기 거주자들은 아마존의 입성으로 집 값이 터무니 없이 올라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고임금 근로자들이 유입되면 저소득층이 외곽으로 쫓겨나는 이른 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위자들은 아마존 유치가 납세자들과 평범한 이웃들에게는 나쁜 일이라고 비난하며 롱아일랜드시티의 거리로 뛰쳐나왔다.

결국 아마존은 정치인들과의 실랑이 끝에 지역 사회의 우려와 싸우기 보다는 떠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아마존의 계획 철회 발표 직후,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트위터에 "뉴욕에서 성공하려면 강인해야 한다. 우리는 아마존에게 좋은 이웃이 될 기회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아마존은 공동체와 협력하는 대신, 그 기회를 저버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뉴욕주 하원의원 캐롤린 말로니는 “실망스럽다. 뉴욕은 2만 5000개의 일자리와 수 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잃었다"고 말했다."

말로니 의원은 트위터에 "(아마존과의) 협상을 개선할 수도 있었다. 뉴욕 주민들의 우려는 합당한 것이었고, 협상의 일부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나는 협상 변경을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그럴 기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의 진보적 정치 신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연방 하원의원 같은 사람들은(그는 아마존의 유치가 지역 월세 폭등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에 앞장섰다), 아마존의 철수는 최근 몇 달 동안 이 협상에 항의했던 지역 사회 구성원들의 승리라고 규정하며 환영했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오늘은 헌신적이고 평범한 뉴욕 시민들과 그 이웃들이 아마존의 탐욕, 노동자 착취, 그리고 세계 최고 부자의 힘을 물리친 날이다."라고 썼다.

아마존 유치 반대 목소리는, 퀸즈 출신의 마이클 지아나리스 뉴욕주 상원의원이 뉴욕 공공 심사위원회(Public Authorities Control Board)에 지명되면서 이달 초부터 더욱 탄력을 받았다.

대외적으로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이 위원회는 주로 경제 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해, 공공 기관을 통해 운영되는 모든 금융 및 토지 이용 거래를 심사 평가하는 조직으로, 과거에도 주요 프로젝트를 막는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요란하게 전국 유치전에 나서면서 인기를 제대로 누려온 아마존이 적어도 뉴욕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NYT는 또 “아마존이 뉴욕 시민의 70%가 지지한다"고 언급한 것도 아마존이 인기에 편승해 얼마나 안일하게 사태를 대처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도 아마존의 "고객에게 사랑받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철학에 큰 도전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 아마존이 제 2본사를 세우려고 했던 퀸즈의 롱아일랜드시티.  출처= NYT 캡처

뉴욕이 놓친 과일, 다른 도시에게 돌아갈까?

뉴욕의 정치인들, 터줏 대감들, 부동산 투자자들은 아마존의 철회를 반기겠지만, 다른 주의 관리들은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뉴욕에 인접한 뉴저지의 필 머피 주지사는, 아마존의 철회 발표가 나오자 뜸도 들이지 않고 뉴욕이 빠지면 뉴저지를 고려할 것을 아마존에 요청했다.

그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뉴어크(Newark)가 아마존 제2 본사로서 확실한 선택"이라며 "아마존은 이제 뉴어크라는 도시가 세계로 부상하는 이야기에 합류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현시점에 제 2본사 도시 탐색을 다시 할 계획은 없다"며 버지니아의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고, 내슈빌에 5000명을 고용하는 새로운 허브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1년간 끌어온 아마존의 제2 본사 콘테스트에서 버지니아가 유일한 우승자가 된 셈이다.

아마존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버지니아 경제개발 파트너십(Virginia Economic Development Partnership)의 스티븐 모트 최고경영자(CE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의 버지니아에 대한 계획은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건강하고 지속적인 주 전체의 성장을 위해 버지니아의 역동적인 기술 분야를 포지셔닝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트 CEO는 아마존의 뉴욕 철회로 버지니아에 더 많은 일자리가 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지난 주에 아마존이 뉴욕 투자를 재고하고 있다는 최초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 등 시 고위층 인사들은 아마존과의 협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명했었다.

이제 뉴욕시는 이번 협상 무산이, 기업 친화적인 도시, 특히 도시를 기술 회사들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미래 계획에 어떤 의미를 갖을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마존도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뉴욕시 기술 리더들의 비영리 네트워크인 ‘테크:뉴욕’(Tech:NYC)의 줄리 새뮤얼스 전무는 "오늘날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기술 허브 중 하나지만, 앞으로 그런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이번 소식이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과 결별하는 회사는 아마존 하나일 뿐이다. 구글은 바로 전날인 13일에 미국 전역의 거점 확보의 일환으로 뉴욕에 새 캠퍼스를 더 확장할 계획임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