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管理)’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경영관리, 생산관리, 사무관리, 영업관리, 인사관리 등등 기업과 관련해 한 웬만한 일에는 관리라는 말을 붙여 쓴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경우도 ‘리스크 관리, 언론 관리 또는 여론 관리’ 정도로 관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관리는 어떤 일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거나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하며 감독함을 뜻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을 때 관리한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다.

경영, 인사, 생산, 사무 같은 경우야 기업이나 조직 내부 사람들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것이기에 맞는 것 같지만 리스크, 언론, 여론은 절대 관리라는 말을 쓸 수 없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습관적으로 관리라는 용어를 써오다 보니, 리스크와 여론 및 언론을 통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서 오히려 화를 키우게 된다. 항상 리스크는 주의해야 한다. 뭐가 터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일단 발생하면 최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관리되지 않는 것이 미디어와 여론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았던 예전에는 기업에서 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윤전기에서 막 인쇄되어 나오는 수십만 부의 신문을 사서 모조리 폐기해 버렸다는 얘기를 간간이 듣기도 했다. 확산의 속도와 폭을 줄일 수 있었을 지는 몰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는 없었다. 아마 그런 시대였다면 뉴스타파에서 보도했던 S사 노 회장의 동영상 파문이나 모 고위 교육공무원이 술자리에서 발언했던 개 돼지 막말 파문이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처럼 리스크가 없는 일은 성과도 별볼일 없는 일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기업 성과와 상관없이 오랜 기간 노력으로 쌓아온 기업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려 버리는 사고도 많다. 특히 지난 수년간 부쩍 늘어난 오너리스크처럼 기업 주변에는 수 많은 리스크 요인들이 잠재한다.

기업에서 가능한 리스크 관리라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사람들과 사업장의 범위 내 정도가 통제될 수 있는 것이지, 실상 그 범위를 벗어나면 통제불능이다. 리스크 문제에 있어서는 사전 예방과 통제도 중요하지만 실상은 사후에 얼마나 유효적절 하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평소에 시장과 대중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얼마나 노력해 왔고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과도 얼마나 잘 커뮤니케이션 해 왔는지에 좌우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주인공의 말 한마디로 여론이 조용해지거나, 전화 한 통화로 배달음식 주문하듯이 언론 기사나 여론을 맥락도 없이 주무를 수는 없다.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들다. 절대라는 말 한번으론 부족하기 때문에 절대라는 말을 백 번 정도 붙여서 표현해도 모자람이 없다. 대통령도 언론과 여론을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세상이다. 요즘은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제도권 언론사들뿐만 아니라 일인 방송시스템인 BJ들과 파워블로거들도 많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SNS 네트워크에 엮여 있는 사람들까지 미디어 분야도 엄청 다양해졌다. 1인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과 관점도 다양 다종하다.

심심하면 연예인 관련 사고가 터지는데, 단지 연예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도 엔터테인먼트 기업 집단에 소속되어 있어 기업 매출과 직결된다. 모 여가수가 SNS에 일본 욱일승천기를 디자인화한 이미지를 올린 사건이 있었다. 이 일로 그녀는 출연하던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미국서 나고 자라서 역사적인 배경지식이 없었기에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지만 이런 것을 대중과 여론은 놔 두지 않는다.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의 국가(國歌)인 기미가요를 듣고 웃으며 박수 친 것 때문에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연예인도 있었다. 이런 범주들까지 기업과 비즈니스의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리스크 요인은 끝이 없다.

영화 베테랑에서 주인공이 한 말이지만, 조정래 작가가 정글만리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 사회를 꼬집으며 했던 말이 있다.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 이 말은 중국만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피할 수 없는 리스크도 많지만 어떤 경우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누군가가 문제로 지적하면서 큰 이슈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또 심각하리라 예상했는데, 조용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것과 같이 어디서 리스크가 어떻게 터져 나올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슈가 잦아들 때까지는 긴밀하게 후속 대응을 해 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직원 상대로 교육하고 책자로 만들어 숙지시키기도 하지만 항상 사고는 그런 예상 가능한 범주를 벗어난 곳에서 터진다. 뉴욕 공항에서 비행기를 되돌린 사건, 운전기사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 술에 취해 비행기에서 난동을 부렸다거나 술집 종업원을 폭행한 일도 사실 임직원들이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여론과 언론은 짝사랑하는 연인 대하듯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제각기 터득한 방법이 있겠지만, 말하고 싶은 제대로 된 방법은 ‘짝사랑 하는 연인 대하듯’하는 것이다. 자주 보고 자주 연락하고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그에 부합하는 리액션이 나오게 되어 있다.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 할 때 특별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Input이 있었으면 반드시 적당한 Output이 있어야 한다는 기업 논리에 어긋나기에 일이 쉽지만은 않다.

당장의 보답을 기대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다가서야 한다. 받아주지 않더라도 반드시 진솔함이 담겨 있어야 한다. 몸에 배어 있는 권위의식을 버리고 먼저 뭔가를 얻어내려 하기 보다는 부족한 뭔가를 채워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자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기자는 그 어떤 기관의 기관장보다 더 높고, 그 어떤 사람들보다 더 낮은 사람이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 자세를 유지하라는 뜻일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기자를 만나고 싶어한다. 대부분 뭔가 알리고 싶어 부탁하거나 아니면 골치 아픈 문제 때문에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다.

짝사랑을 쟁취한 사람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반복에 있다. 데이트 한 번 했다고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끊임 없이 생각하고 노력하고 실행한다. 가끔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때까지 중단하지 않는다. 한 번의 만남을 가지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애쓴다. 전화, 문자, 이메일 가끔은 우연을 가장하여 만날 기회를 노리기도 한다. 첫 만남부터 마음을 터놓기는 힘들다. 하지만 부족했던 첫 만남을 감사히 여기고 두 번째 만남 세 번째 만남으로 진전시킨다.

딱 한 번 만났는데 마치 오랜 지기가 된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마치 잡아 놓은 물고기라도 되는 것인 양 관리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수박 겉핥기로 한 번 읽은 책을 마치 통달이라도 한 것처럼 생각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짝사랑을 표현하는 길은 무척 어렵다. 덜하면 관심이 부족해 보이고 과하면 스토킹이다. 까칠한 성격의 기자일수록 핑계거리가 없으면 만남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감정과 느낌 그리고 개인사에 대해 진솔하게 주고 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나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줄 필요도 있고, 만나면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각시킬 필요도 있다. 사실 연애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 잘 통하는 사이가 될수록 어떤 일에 대해 보고 이해하는 시각의 차이가 줄어든다.

리스크를 대처해 나가는 기술적인 방법들은 많이 알려져 있다. 리스크 상황 발생시 주관부서의 주도하에 상황을 파악하고 개요을 작성하고 내부 입장을 정리해서 공유하며 대변인을 선정하고 외부 대응에 돌입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24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을 넘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후 적절한 대응과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이런 것들이 회사에서 공식적인 용어로 ‘관리’라는 표현에 해당될 것이다. 복잡다단한 것을 한마디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 관리로 대신하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잘 못 이해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 그 동안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리스크를 제대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첫 단추 인 셈이다. 그 첫 단추를 꿰는 데만해도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은 관리가 아니라 세월을 두고 투자해 나가는 짝사랑의 시작이다. 그렇다고 보고서에 짝사랑이라 쓸 수가 없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