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 경제의 실체는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한다.  출처= Foreign Polic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전세계 각국 기업들은 올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으로 꼽히는 (따라서 자사의 성장 전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중국의 경기 둔화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호소한다.

중국 정부의 자체 발표만 따르더라도,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 열기는 지난 해 거의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냉각되었다. 애플, 캐터필러(Caterpillar) 등 글로벌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 악화는 대부분 중국의 실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 경제의 실체는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경제분석 자문회사 차이나 베이지북(China Beige Book)의 리랜드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GDP 수치는 한낮 쓰레기에 불과하다"라며 "그들의 숫자는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말한다.

그의 회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조사 방식을 사용하는데, 중국내 여러 산업에 걸쳐 수 천 개의 회사들로부터 자료를 수집한다. 밀러 CEO는 현재 중국 경제는 중국 정부의 수치보다 "아주, 훨씬 더 취약하다. 게다가 상황이 곧 호전될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 부진이 얼마나 심각하고 얼마나 오래 갈 것인(length and depth of the slump)를 파악하는 것은, 그에 따라 투자와 고용에 대한 결정을 내리려는 기업들 뿐 아니라, 자신의 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투자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부실 대출을 단속하려는 노력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 수치를 발표하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중국의 경제 건전성을 정확히 반영하기보다는 인민들에게 정부의 좋은 모습만 보이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데릭 시서스 상임연구원은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중국 통계국은 공산당 기관으로서의 활동이 우선이고 정직한 통계 발표는 그 다음 일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지북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기도 한 시서스 연구원은 “중국 통계국이 발표하는 많은 데이터가 이치에 맞지 않아, 중국의 진정한 성장 속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중국 경제의 규모가 중국 시민의 평균 수입과 비교하면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중국 통계국의 자료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지표에 의존한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해운, 발전(發電), 금융 대출 등 다양한 자료를 검토해 통해 자체적인 지표를 만든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경제는 통계국이 발표한 공식 성장률인 6.6%보다 훨씬 더 낮은 5%대에 그쳤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중국 기업들에게 암울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에서 산업용 페인트 공장을 운영하는 웨이 빙유(Wei Bingyu)는 "무역 전쟁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앞으로 몇 달 안 동안 중국 경제는 점점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거대한 제조 부문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최근의 독립 조사(정부 조사가 아닌)에 따면 중국제조업 활동은 지난 달 거의 3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 중국 통계국은 공산당 기관으로서의 활동이 우선이고 정직한 통계 발표는 그 다음 일이다.    출처= Wikipedia

중국 소비가 증가했다고?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나타난 산업 전체의 이익 감소와 수출 감소를 포함한 중국 경제 전체의 약세 징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행동은 중국 경제의 핵심이다. 정부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쇼핑객들의 지출이 거의 10% 증가했다. 그러나 이 나라의 거대한 자동차 시장은 2018년에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고, 이번 달 춘제 연휴 동안 소매 판매는 10년 만에 가장 느린 속도의 성장을 보였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줄리안 에번스 프리차드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중국 정부의 공식 자료는 중국의 소비 증가율을 과대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중산층 쇼핑객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지난해 중국 대도시 지역의 소비 지출은 오히려 약 3%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의 지적은 자영업자들의 말과 일치한다. 베이징 중심가에서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는 저우창 (Zhou Chang)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트니스 센터는 의식주 소비나 출퇴근 같은 기본 소비와는 전혀 다르다. 의식주 소비는 필수적인 것들이지만, 보디빌딩 같은 체력 단련은 그렇지 않다."며 경기가 침체되면서 "많은 체육관이 휴업하거나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정부 부양책은 공기업에게만

그러나 중국 정부는 오히려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

시진핑 주석의 오른 팔로 알려져 있는 왕치산(王岐山) 부주석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투자자들에게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2019년에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지만, 확실한 것은 중국은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그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리들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들은 세금 인하, 인프라 건설 지출 증가, 금리 인하를 포함하는 통화 완화 정책 같은 조치들을 내놓으며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조치들로 인해 풀린 자금의 상당 부분이 민간기업보다는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조치들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한다.

중국의 많은 민간 기업들은, 대개 은행의 공식 대차대조표에는 나타나지 않는 애매한 형태의 대출인 이른 바 그림자 금융(shadow financing)에 의존한다. 규제 기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그러한 관행을 단속해 왔다.

그러나 중국 북부 지린(吉林)성에서 제약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궈위청(Guo Yucheng)은 "민간 기업으로서 정부로부터 공식 대출을 받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최근, 은행 문턱을 넘기 위해 정부 소유의 회사와 합병했다.

그는 “세금 감면 같은 조치들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앞으로 2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우리처럼 매달을 무사히 넘기려고 애쓰는 민간 기업들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중국의 민간 기업들은 길고 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