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F(가칭)가 20일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을 제작하는 기업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접히는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모듈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을 제작하는 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전제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생산 물량을 연간 100만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공개 후 소비자의 반응이 좋아야 하고, 사용자 경험(UX)과 콘텐츠에서 유용한 특징이 있어야 소재 업체들도 수혜를 볼 수 있다. 폴더블폰이 최근 수년간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목받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핵심부품와 업체는?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모듈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는다. 현재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소재는 RF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 FPCB(연성회로기판)과 같은 기판과, 투명 PI(폴리이미드)필름이다.
모두 다 기존 스마트폰의 딱딱한 디스플레이와는 달리 접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구현을 위해서 필요한 핵심 소재다. 디스플레이가 접히거나 구부러지면 디스플레이 모듈을 구성하는 기판과, 디스플레이 위에 부착하는 커버윈도우 필름도 함께 접히거나 구부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판은 접히는 디스플레이 부분에는 FPCB가 나머지 양쪽부분에는 RFPCB 혹은 RPCB(경성회로기판)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접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기판이 모두 연성일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에 FPCB를 공급하는 업체는 비에이치와 인터플렉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기판을 공급했던 삼성전기는 RFPCB혹은 RPCB를 폴더블폰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에이치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RFPCB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일반 스마트폰 대비 2배 비싸고, 향후 소비자 반응과 시장 반응에 따라 언제든 기업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평했다.
투명PI필름 업체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는 코오롱인더스트리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에는 일본 스미토모사의 제품이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미토모사의 양산 능력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이런 이유에서 만약 폴더블폰 시장이 커진다면 국내서 유일하게 기술력과 양산능력을 확보한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현재 어떤 스마트폰 회사에 자사의 CPI(Colorless Polyimide)가 공급되고 있는지 밝힐 수는 없지만 세계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에 시제품을 보내고 협력하면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상북도 구미에 연간 100만㎡의 CPI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 중이다. 7인치 디스플레이 기준으로 연간 2000~3000만대의 폴더블 스마트폰에 CPI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SKC도 투명PI필름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대량 양산 체제는 갖추지 못했지만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시장이 커지면 주요 공급사로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FCW(Flexible Cover Window)라는 투명 PI필름을 CES 2019서 공개했다. 양산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SKC도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올해 7월 완공 목표로 연간 100만㎡생산능력의 PI필름 공장을 설립 중이다. 양산은 10월 이후로 예정돼 있다.
폴더블폰 성장 가능성은?
현재 소비자들의 폴더블폰에 대한 관심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구매는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원 이모씨는 “폴더블폰 가격이 200만원 이상으로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어 선뜻 구매가 망설여지기는 한다"면서도 ”만약 통신사 보조금이 많이 지급되고 이후 보다 저렴한 폴더블폰이 나온다면 구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들도 삼성의 폴더블폰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미국 IT매체 폰아레나가 실시한 삼성 폴더블폰 구매 의향 설문조사에서 미국 소비자 1353명 중 구매 의사를 보인 응답은 41%로 나타났다. ‘구매하지 않거나 다음 세대 폴더블폰 출시에 고려해보겠다’는 응답은 이보다 높은 59%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 소비자들이 초기 구매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과 높은 가격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역사를 보면 초기 모델보다는 그 다음 모델이 더 나은 성능을 보여왔다는 학습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스마트폰보다 많은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자부품등이 탑재돼 비싸진 가격도 부담이다.
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본부장은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가격이 비싸고 폴더블폰에서 잘 활용될 수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등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본다”면서도 “스마트폰도 초기에 화면이 작았다가 점점 커지는 진화를 한 것처럼 폴더블폰에서도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적절한 화면 크기가 정립되는 등 진화가 있다면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