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부가 SNI 필드 차단 방식으로 유해 콘텐츠를 담은 사이트를 대거 폐쇄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15일 현재 업계에서는 “중국에서나 보던 장면”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실효성에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정부가 도입한 SNI 필드차단 방식은 URL 차단이나 DNS 차단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웹사이트 차단 기술이다. URL 차단을 해도 보안 프로토콜을 주소에 추가하면 사이트가 간단히 열리는데다 DNS도 우회 접속이 가능하지만, SNI 필드차단은 웹사이트 접속 과정에서 활용되는 표준기술 자체를 막기 때문이다.

오픈넷은 정부의 SNI 필드차단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픈넷은 14일 “망사업자를 통한 접속차단 시스템이 이용자들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URL 차단, IP 차단, DNS 차단 기술을 이용한 접속차단 역시 이용자들의 통신 패킷을 읽고 워닝 페이지로 접속되도록 변조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면서 “다만 이번 기술의 도입으로 국가기관의 요청에 따라 망사업자가 관리, 통제하여야 하는 이용자들의 통신 패킷 영역이 SNI 필드까지 확장되었다”고 설명했다.

▲ 정부의 SNI 필드 차단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오픈넷은 이어 “SNI 필드는 암호화되진 않지만 본래 보안 접속을 위해 존재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보안 목적의 영역마저 규제에 이용하고자 관리, 통제 권한 아래에 두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번 차단 방식이 특히 우려스러운 이유다”고 강조했다.

물론 접속차단이 곧바로 개별 이용자들의 패킷이나 접속기록 내용을 직접 들여다보는 감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픈넷은 “이용자의 패킷을 읽고 ‘송·수신을 방해’하는 형식의 감청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또한 불법감청은 아니라고 하여도, 이러한 접속차단 제도로 인해 이용자들의 통신 정보에 대한 국가기관과 망사업자의 통제권이 보다 강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자신의 통신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쉽게 통제되거나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 파급효과에도 주목했다. 오픈넷은 “현재 대부분의 차단 대상 사이트가 성인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음란물 규제 찬반 양상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듯이 보이나, 접속차단 대상은 비단 음란물에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방통심의위는 모든 불법정보 및 불법에 이르지 않는 유해 정보에 대해서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저작권 침해 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포쉐어드’와 같은 파일 공유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며 북한의 정보통신기술 현황을 전달하는 ‘노스코리아테크’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차단했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넷은 마지막으로 “프리덤 하우스 보고서에서 한국은 인터넷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접속차단 기술의 강화가 달갑지 않은 것은 이렇듯 과도한 심의 제도와 맞물려 인터넷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위험도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면서 “정부는 인터넷 이용자의 보안과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접속차단 시스템을 재고하고 광범위한 인터넷 심의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