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뉴욕 주식시장에서 3대 주요지수는 14일(현지시각) 부진한 경제지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방침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반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상존하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1%(103.88포인트) 내린 2만5439.39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에 비해 0.27%(7.30포인트) 내린  2745.73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0.09%(6.58포인트) 오른 7426.95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11개 업종 중 5개 업종이 상승세를 보였다. 에너지 (0.15%), 헬스(0.23%), 부동산(0.45%), 기술(0.12%), 커뮤니케이션 서비스(0.22%)가 올랐다. 산업(0.59%), 재량소비재(0.44%),  필수소비재(1.22%), 금융(1.16%), 소재(0.55%), 유틸리티(-0.31%)는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미국 기술주의 대표 격인 ‘팡(FAANG)’주가 혼조세를 보였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0.73% 내렸다. 아마존 주가는 1.06% 하락했다. 애플은 0.36% 상승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0.050% 올랐다. 넷플릭스는 2.08% 올랐다.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Nvidia)는 1.08% 상승했다. AMD는 1.23% 올랐다. 인텔(Intel)은 0.67% 상승했다. 웨스턴 디지털(Western Digital)은 0.61%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0.084% 상승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는 1.32% 상승했다.

자동차 제조기업 GM의 주가는 0.28% 하락했다. 수출에 영향을 크게 받는 보잉(Boeing)과 캐터필러(Caterpillar)는 각각 0.19%, 0.36% 내렸다.

금융주인 JP모건체이스는 0.61%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0.98% 내렸다. 보험회사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은 9.03% 하락했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주가는 0.060% 내렸다.애브비(AbbVie)는 0.33% 하락했다.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인 화이자(Pfizer)는 0.70% 상승했다. 마리화나 치료제 관련 기업인 틸레이(Tilray)는 0.87% 하락했다.

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경제지표와 미·중 무역협상 추이, 미국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 관련 소식 등을 주시했다.

미국의 12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밑돌아 장 초반 시장에 충격을 줬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1.2% 줄었다. 이는 금융위기 기간인 지난 2009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시장 예상치 0.1% 증가에 훨씬 못 미쳤다. 자동차와 휘발유 등 변동성이 큰 부분을 제외한 소매판매도 1.4% 감소하는 등 소비가 전방위적으로 부진했다.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수 등 다른 지표도 부진하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1.5%로 대폭 내렸고, JP모건체이스는 2.6%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다우지수는 장 초반 2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그러나 연방정부 부분폐쇄(셧다운)에 따른 데이터 수집 차질 등으로 지표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지표 부진 충격이 다소 진정되면서 주요지수도 차츰 낙폭을 줄였고, 일부는 상승 반전했다. 미·중 무역협상 관련 낙관적 기대가 유지된 점이 투자심리를 지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미국이 오는 3월 1일인 무역협상 마감기한을 60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무역협상에 대한 상반된 소식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양측이 강제적인 기술이전 문제나 자국 기업 보조금 지급 등의 구조적인 사안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이 무역구조 문제를 제쳐두고 반도체 등 미국산 제품 구매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장 후반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서 마련한 예산안에 서명한 이후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란 소식이 나왔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할 계획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다우지수는 낙폭을 다시 키웠다. 셧다운 사태가 재발하지는 않겠지만, 민주당의 거센 반발 등 향후 정국 혼란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시장의 경계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소매판매 외의 다른 지표도 다소 부진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수가 전주에서 4000명 늘어난 23만9000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예상치 22만5000 명보다 많았다.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1%(계절조정치)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치 0.1% 상승보다 낮았다. 11월 기업재고가 전달대비 0.1%(계절 조정치) 감소한 1조980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 0.2% 증가보다 부진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경기둔화 위험이 명확하게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가 올해 말 종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무역협상에 대한 시장 기대가 유지되고 있지만, 협상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렌 워드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 수석 시장 전략가는 "무역 전쟁 비관론이 몇 주 내에 해결되리란 낙관론으로 변했다"면서도 "협상 타결 근거는 명확하지 않은 반면 일부 매우 골이 깊은 난제들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