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국제유가가 14일(현지시간) 미국의 12월 소매판매 부진에 따른 충격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가 유지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거래일 대비 1.0%(0.51달러) 오른 배럴당 54.4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1.51%(0.96달러) 상승한 배럴당 64.57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의 12월 소매판매가 부진한 결과를 나타냈지만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이끌었다.
유가는 12월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장 초반에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 상무부는 12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1.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시장 예상치는 0.1% 상승이었다. 예상보다 나쁜 지표에 충격이 있었다. 지난주 주간실업보험 청구자 수도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경기둔화 우려를 자극했다.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큰 폭 하락해 출발한 것을 비롯해 위험자산이 전반이 위축됐다.
그러나 WTI는 증시가 낙폭을 줄이며 회복하자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중 무역협상 관련 낙관론이 유지되면서 투자심리를 회복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중국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또 일부 외신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마감기한을 오는 3월 1일에서 60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미·중 협상단이 중국의 강제적인 기술이전 문제나 자국 기업 보조금 지급 등의 구조적인 사안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이 무역구조 문제를 제쳐두고 반도체 등 미국산 제품 구매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1월 수출입이 시장 예상보다 양호했던 점도 원유 매수 심리를 지지했다. 중국의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했고, 수입은 1.5% 감소하는 데 그치며 안도감을 제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는 3월까지 산유량을 하루 평균 980만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파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작년 주요 산유국 감산 합의 당시 목표로 한 것보다 하루평균 50만 배럴가량 산유량을 더 줄일 방침이다. 유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와 주요국 감산 영향이 혼재되면서 유가가 일정한 가격 안에서만 오르내리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존 킬두프 어게인 캐피탈 연구원은 "수요 측면의 하락 요인이 공급 측면의 상승 요인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에서 "중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면서 "브렌트유는 올해 평균 70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