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유플러스가 14일 이사회를 열어 CJ ENM이 보유한 케이블 업체인 CJ헬로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 CJ헬로 지분 53.92% 중 ‘50% + 1주’를 80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이며 LG유플러스는 30일 이내에 정부에 인허가 서류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당장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LG유플러스가 인수를 선언한 CJ헬로는 한 때 SK텔레콤이 눈독을 들인 바 있다. 실제로 2015년 SK텔레콤은 당시 CJ헬로 인수를 선언했으며, 거래 성사 9부능선을 넘었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지상파 방송사를 필두로 미디어 시장 독과점 논란이 불거졌으며 KT와 LG유플러스도 크게 반발했다.

결국 SK텔레콤의 야심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 불허 원칙으로 깨졌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적 우려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 인수를 공식 포기했고, 당시 CJ헬로비전은 CJ헬로로 사명을 바꾸며 각자도생 스탠스를 취하는 한편 장기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막았던 공정위가 이번 합병을 두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만남은 큰 틀에서 무리가 없다는 말이 나오지만, 넘어야 할 산은 분명히 있다. 여기서 가장 큰 난관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LG유플러스’다.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전 당시 LG유플러스는 KT와 연합전선을 꾸려 시장 독과점, 시장 지배력 전이, 미디어 공공성, 시너지 여부를 거론하며 강력한 반대에 나섰다. 여기서 미묘한 지점은 미디어 공공성과 시너지 여부다.

LG유플러스는 2015년 11월 설명회를 열어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비판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LG유플러스는 “공익성 및 공공성이 핵심인 방송 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진입규제, 소유·겸영 규제 등을 통해 특정 사업자의 독과점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미디어 합병을 넷플릭스, 구글 등과 동등선상에서 비교하며 글로벌 경쟁력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비유”라고 비판했다. SK텔레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당시 합병을 두고 “미디어 번들 상품을 강화하고 네트워크 투자를 절감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힌 지점을 저격한 셈이다.

나아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이번 인수합병 건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방송 공짜 번들화’를 통해 이동통신 지배력을 방송시장에 까지 확대, 이동통신은 물로 알뜰폰, 초고속, 방송에 이르는 모든 시장을 독점하려는 전형적인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외에서는 방송산업을 경제적 효율성보다 공익성·다양성 등의 공공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둬 미국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 사례와 같이 합병이 불허된 바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방송법을 통해 전국사업자의 지역사업자 소유·겸영금지, IPTV법에서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 인접시장 지배력 전이 방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2015년 12월 또 포문을 열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당시 ‘5조원 투자 계획’은 SK텔레콤과 CJ헬로의 기존 투자액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해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SK텔레콤이 주장하는 생산 및 고용 유발 효과 역시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나아가 “이번 합병은 SK텔레콤이 주장하는 ‘미디어 생태계 공생’과는 정면 배치되는 행태”라며 “SK텔레콤의 ‘케이블 공짜 번들 정책’으로 케이블 방송시장의 수익성 악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SK-CJ그룹 간 콘텐츠 독점화로 국내 방송 콘텐츠 산업의 황폐화가 전망”이라고 비판했다.

▲ LG유플러스가 2015년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당시 LG유플러스는 시장 독과점, 통신 경쟁력의 미디어 시장 전이 등도 문제삼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현재의 LG유플러스도 할 말이 있다는 평가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가 2위, LG유플러스는 4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금의 LG유플러스나 과거의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이유로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반대할 명분은 있다.

문제는 당시 나온 미디어 공공성과 시너지에 대한 비판이다. LG유플러스는 2015년 당시 SK텔레콤과 CJ헬로의 인수합병에 반대하며, 이들의 결합이 미디어 공공성에 큰 타격을 입히고 시너지 효과도 낮다는 평가를 전개한 바 있다. 그랬던 LG유플러스가 지금 CJ헬로를 품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시민단체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 부분을 문제삼았다. 언론연대는 14일 논평을 내고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시장 독과점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재벌 대기업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특히 중요한 것은 고용보장”이라면서 “CJ헬로 비정규직은 1600여명(2017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수합병 후 대규모 인력감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고용승계 방안을 허가조건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2015년 SK텔레콤은 CJ헬로 인수에 돌입하며 막대한 고용창출 효과를 예고했으나 LG유플러스는 이를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 일축한 바 있다. 이제 CJ헬로가 비슷한 질문에 대한 답할 차례인 셈이다.

지역성도 핵심 의제다. 언론연대는 “유료방송시장이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케이블방송에 부여했던 지역성 구현 책무가 축소될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지역채널 운영이 형해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LG유플러스가 2015년 SK텔레콤에 했던 문제제기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와 협력한 상태에서 CJ헬로까지 인수하려는 LG유플러스의 미디어 전략에 합격점을 주고 있다. 문제는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할 당시 LG유플러스가 던졌던 질문이 고스란히 LG유플러스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려고 움직였을 당시 뉴스를 통해 맹공을 퍼부었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2019년 현재 SK브로드밴드와 지상파 OTT 푹의 미래에 찬사를 보내는 블랙 코미디가 전개되는 가운데, 일각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도 한 편의 블랙 코미디가 될 가능성도 제기하는 이유다. LG유플러스의 새로운 모범답안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