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국인> 마이클 브린 지음, 장영재 옮김, 실레북스 펴냄.

주의! 이 책을 읽다 보면 불쾌하고 불편할 수 있다. 화가 날지도 모른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저자들의 칭찬 일변도 한국 분석서와 달리 지나칠 정도로 객관적이고, 섭섭할 만큼 냉정하기 때문이다. 저자 마이클 브린은 햇수로 38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영국인 저널리스트다. 그는 한국인들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수십년간 <더 타임즈>, <가디언>, <워싱턴 타임즈>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적인 분석과 통찰로 한국 사회를 추적해왔다.

그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는 한국을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한다. 특히 1948년 건국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인들에 대해 ‘냉정하게’ 살핀다. 내용에 대한 평가 없이 책 내용을 옮긴다. 그 자체로 생각거리가 될 것이다. 일부 문장은 편의상 줄이고 붙였다.

-한국인은 성미가 급한 민족이며, 자신이 상상하는 선진국 사람들처럼 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자신의 나라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때는 지나칠 정도로 자책한다.

-(198년 첫 한국 방문 당시) 모두가 한국의 지속적 발전을 의심하는 가장 큰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비관적이었다. 모든 것이 잘못되리라는 한국인들의 우려는 외국인 관찰자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런 비관적 성향 때문에 한국인은 한국이 세계무대에 진출했다는 사실을 늦게까지 깨닫지 못했다.

-1920~1950년에 태어난 세대의 업적은 진정 놀랄 만하다. 한국의 성장은 모든 세대가 참여하고 기여한 데 힘입었다. 하지만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은 그들을 고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전쟁과 독재체제, 고된 일 사이에 해변으로 갈 기회도 없었던 시절 등 윗세대가 헤쳐 나온 모든 고난에 빚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민정서’라는 개념이 이례적인 힘을 갖고 있다. 국민정서는 민주 한국의 신(神)이다. 국민정서는 폭민(暴民)정치를 피하기 위해 우리에 가둬 놓아야 할 짐승이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말은 거리시위나 온라인 항의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안정된 민주주의는 대의제도와 법치에 기반을 둔다는 것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서울 도심에서 매주 토요일 시위가 계속됐다. 시위 양상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몇 주 뒤 국회는 박근혜를 탄핵했고 2017년 3월 헌재가 탄핵을 인용했다. 5월 선거에서 문재인이 청와대 주인이 됐고, 박근혜는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들과, 특히 이 현기증 나는 사태를 자국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외교관들에게는 사라지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박근혜가 실제로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아리송하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미국처럼 법에 기초했다면, 조사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다음 과제는 검찰을 청와대의 간섭에서 독립시킴으로써 노무현이 시도했지만 이명박이 깔아뭉개버렸던 변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검찰의 책임을 기소에 한정하고 수사권이 경찰에 이양되도록 해야 한다.

-남한은 낙후되고 부패한 독재체제에서 산업화된 현대적 민주주의 강국으로 거듭났다. 한국은 미국의 지원 하에 이러한 위업을 성취할 수 있었다. 이제 세계는 북한도 그 뒤를 따르기를 기대한다.

-한국에서 산업의 개발이 1막이고, 민주주의가 2막이었다면, 그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문화다. 외국인들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기적이라고 말하는 반면에 한국인은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기적처럼 느낀다.

-2068년에 북한 김정은은 85세가 된다. 그러나 그 전에 통일이 이뤄지고 김씨 왕조는 단지 역사가들의 관심사가 되고 말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