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새라 케슬러 지음, 김고명 옮김, 더퀘스트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나 임시직의 형태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제 방식을 긱 경제(Gig Economy)라고 부른다. 긱(Gig)은 본래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생겨난 단어로, 당시 이곳에서 단기로 섭외한 연주자를 긱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프리랜서나 독립계약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정기적으로 일정 장소에 출근하지 않는 근무 형태가 자유롭고, 편안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긱 경제에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IT 전문가·프로그래머·기자·크리에이터·그래픽 디자이너처럼 희소성과 전문성을 지닌 직종의 종사자라면, 프로젝트 단위로 옮겨 다니며 일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릴 것이다. 하지만 희소성이 적은 직종, 즉 청소원·운전기사·단순노동자의 경우 이들에게 긱 경제란 실업 상태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불과하다. 미국회계감사원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랜서를 포함해 임시직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정규 노동자보다 시간당 소득은 10.6% 낮고 퇴직연금 혜택을 받는 비율은 2/3이나 낮았다. 게다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 노동자보다 직업 불안정성을 더 많이 경험하고, 복지와 고용조건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저자는 이렇게 ‘기업이 필요할 때만 노동자를 임시로 고용하고 해고하는 방식’이 노동자가 아닌 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를, 실제 긱 경제 노동자들을 취재하며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평생고용 개념의 기존 일자리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에 실리콘밸리가 새롭게 만들어낸 근로계약 형태인 긱 경제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제도나 지원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진정한 진보도 혁신도 아니”라는 것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긱 경제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소득 불안정과 복리후생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