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과거 미수금으로 부도까지 겪은 바 있는 현대건설이 미청구공사 감소, 채권 회수 증가 등으로 대손에 대한 위험이 크게 줄면서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내실 경영이 다음주 있을 회사채 수요예측까지 긍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오는 26일 현대건설(AA-/안정적)은 2000억원가량 공모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19일부터 시작하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랜치는 3년, 5년, 7년으로 나눠 700억원, 1000억원, 300억원씩 각각 발행할 계획이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미래에셋대우다.
 
현대건설과 관련해 주목할 포인트는 채권 회수 등 리스크 관리다. 2014년 4조 8000억까지 증가했던 미청구공사(미청구채권)는 2조 9000억원 대로 감소했다. 또한 2015년 이후 주택사업 관련 용지투자를 확대했음에도 순차입금은 2014년 말 (-) 2436억원에서 2018년 9월 말 (-) 1조 7784억원으로 순차입금이 1조 5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추이. 출처=한국신용평가

차입금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많은 상태다. 이는 2014년 이후 해외 프로젝트에 관한 채권 회수가 증가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8년 9월 말 현재 연결기준 총 차입금은 2조 5152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에 대응하는 현금 및 장단기 금융 자산은 4조 293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 연결 재무제표 기준 차입금 및 재무안정성 지표. 출처=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류종하 연구원은 "올해 주택사업장 입주잔금 유입이 예정된 가운데 사업성이 양호한 자체사업장(김포향산리, 개포8단지 등)의 매출 인식으로 선투입 용지대금 회수가 예상된다"며 "이에 현금흐름의 추가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일부 사업의 경우 PF지급보증액이 5년 사이 70% 이상 줄었다. 현대건설은 2018년 9월 말 현재 주택사업 관련해 PF지급보증(재개발 및 재건축 조합 지급보증 제외)을 연결 기준 1조 6830억원 제공했다.

이 중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며 금융비용 부담이 누적된 ▲당진 송악지구 ▲경기도 광주 태전지구 ▲평택 세교지구 사업이 시작, 관련 사업 PF 지급보증액이 2013년 말 1조 283억원에서 지난해 말 2926억원으로 감소했다. 진행 중인 PF사업장의 분양률은 지난해 말 기준 99%에 이른다.
 
류 연구원은 "주택경기 하강, 해외건설 실적 부진 등으로 영업현금흐름의 변동성이 과거보다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우수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PF우발채무. 출처=한국신용평가

한편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현대건설은 올해 사업연도 매출액 17조, 영업이익 1조 신규수주 24억1000억을 목표로 삼았다.

◆현대건설 부도... 이라크 장기미수금 악몽

2001년 현대건설이 부도를 겪었던 이유는 IMF에 이후 수주부진 및 분양부진 등에 의한 수익성 악화도 있지만 이라크 장기미수금이 주요 원인이었다. 

2000년 말 당시 현대건설이 보유한 이라크(이락)관련 장기미수금은 1조가 넘었다. 이라크 장기미수금에 당시 실사를 했던 삼일 회계법인은 약 1조원 중 회수예상기간을 고려해 50%(약 5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또한 미수채권에 대한 대손상각 등도 추가, 2조 98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이듬해 부도를 겪게 되었다. 참고로 1979년부터 1991년까지 현대건설이 거둔 당기순이익 합계는 1581억원이다.

▲ 이라크 관련 장기미수채권. 출처=DART

◆2013년 리스크 관리 본부 신설... 학습효과의 결과물

2013년 1월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그룹 시무식을 통해 “질적 성장을 통해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은 내실을 강화하는 방식을 대금 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해 수익성이 나는 수주 위주로 맡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업본부 별로 운영해오던 수주심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했다.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단 회의를 신설해 실무 리스크의 사전 검토 기능을 강화하고 수주심사위원회의 결의 요건을 명확히해 실질적인 결정권을 부여했다.

아울러 전사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관리를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 별도 구성 ▲기획본부 내에 PRM(Project Risk Management)팀 ▲사업본부 기획실 내에 RM파트를 설치 등을 통해 각각 수주 리스크와 사업 수행 리스크관리를 전담시켰다.

현대건설 측은 "이후 현대건설은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깨끗하게 손을 털고 수주전에서 물러났다"며 "현대차그룹 편입 후 조직이 어느 정도 정비된 이후 리스크관리 체계 전반을 강화해나갔다"고 말했다.

▲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공사. 출처=현대건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