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톤브릭 출시와 삐에로쑈핑 개점을 알리는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게시물. 출처=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마트가 2월 14일 새롭게 선보인 뷰티 브랜드 ‘스톤브릭(Stonebrick)’이 미디어와 대중들에 알려진 과정을 보면 대략 이와 같다.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새 브랜드의 출시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올려서 SNS를 관찰하고 있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본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된다. 혹은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신세계 실무진들은 이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다(혹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다고 하거나)”고 기자들에게 답한다. 이후 신세계는 브랜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한다. 기자들의 후속 취재가 이어지고, 내용이 담긴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브랜드가 궁금한 기자들은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 

▲ 14일 문을 연 이마트의 뷰티 브랜드 스톤브릭 매장 내부.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브랜드와 관련된 대외 마케팅의 시작이 정 부회장의 개인 SNS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마트의 잡화점 ‘삐에로쑈핑’이 알려진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아이디어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브랜드들을 꼭 SNS에 먼저 소개해 화제를 집중시켜왔다. 스톤브릭이 알려진 것도 마찬가지였다.   

재미있게도 스톤브릭이라는 브랜드와 매장의 콘셉트 역시 이전에 정용진 부회장이 삐에로쑈핑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먼저 제품을 살펴보면, 크게 색조 화장품과 립스틱 두 가지로 구분되는 스톤브릭의 모든 제품은 마치 장난감 블록처럼 위 아래로 제품을 끼워 맞출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 블록처럼 이리저리 끼워 맞출 수 있는 스톤브릭 제품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팔레트’라고 불리는 블록 모양 판이 있으면 화장품 이용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들을 이리저리 팔레트에 끼워서 보관하거나 혹은 휴대할 수 있다. 화장품이 연결되는 부분은 모두 자석으로 되어 있어 한 번 연결된 제품들은 의외로 고정성이 좋다. 화장품을 휴대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다양한 모양의 팔레트를 연결하면 마치 집안의 인테리어 소품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이 제품들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색을 새롭게 조합할 수도 있다. 즉, 화장품의 케이스나 색을 이리저리 조합하면서 가지고 노는 ‘재미’를 주는 것이다. 

스톤브릭 매장의 콘셉트에도 ‘재미’는 빠지지 않는다. 매장의 한쪽 벽은 스톤브릭 모든 상품 총 211종(립스틱 95종, 액세서리(퍼프·브러쉬 등) 116종)의 케이스가 색상별로 빼곡하게 꽂혀있다. 이곳은 SNS를 즐기는 10대, 20대 여성들의 취향을 반영한 포토 존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실제로 스톤브릭 매장 개점 당일 인근을 지나던 몇몇 외국인 관광객들은 매장 안으로 들어와 제품을 구경하고 포토 존에서 ‘셀카’를 찍기도 했다. 

▲ B금 유머 감성과 정글에서 물건을 찾는 재미를 선사한 이마트의 잡화점 삐에로쑈핑. 사진은 2호점 동대문 두타몰점. 출처= 이마트

스톤브릭 매장의 입지에도 삐에로쑈핑으로 정용진 부회장이 보여줬던 ‘계산’이 반영돼있다. 스톤브릭은 젊은이들의 거리이자 서울시의 대표 관광지인 홍익대학교 인근이다. 젊은 고객, 외국인 관광객들을 주 타깃으로 하고 그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그들이 스스로 SNS에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퍼다 나르도록 만든다. 코엑스, 동대문 두타몰, 명동 등 삐에로쑈핑의 입지가 주변의 유동인구 패턴을 반영한 것과도 맥락이 비슷하다. 

스톤브릭, 삐에로쑈핑은 알려진 과정부터 마케팅 그리고 제품까지 모두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정용진 부회장의 재치가 담겨있다. 그가 SNS를 통해 많은 대중 그리고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전형적인 방법론들이 고스란히 반영돼있다. 

이러한 제안들은 우선 새롭다. 일련의 제안들은 분명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비슷한 콘셉트가 없었거나 드물었던 시도들이다. 다만, 이들이 장기적 관점에서도 통하는 것일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지금은’ 재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후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공교롭게도 스톤브릭 매장 개점일인 2월 14일 이마트는 전년 대비 각각 –58.9%(4분기), -20.9%(연간) 영업이익 감소라는 암울한 2018년 실적을 발표했다. 과연 정 부회장이 신세계의 유통에 반영하는 재치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이마트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제안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