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의 역사는 1981년 오뚜기의 ‘3분 카레’로 시작됐다. 사실 그 이전부터 라면이 식사대용식으로 자리 잡고 있었으니 가정간편식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즉석 미역국, 황태해장국도 이미 10년 전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이었다. 단지 인스턴트로 불렸을 뿐 가정간편식의 역사는 꽤나 길다.

그러나 1980, 1990년대에 가정간편식은 ‘인스턴트’, ‘건강하지 않은’, ‘방부제 덩어리’ 이미지가 강했다. 그럼에도 편의성과 신속성을 강점으로 가정간편식 시장은 조금씩 자리매김해가다 최근 몇 년 사이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2011년 1조1067억원에서 2015년 1조6720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3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4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정간편식은 밥이 없을 때 먹는 ‘비상식량’에서 ‘주식’이 됐다.

 

비상식량에서 주식으로

즉석밥 시장의 강자 CJ제일제당의 ‘햇반’의 판매량 추이를 살펴보자. 지난해 햇반은 3억개 이상 판매되면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국민 1인당 5.8개를 먹은 것과 마찬가지로 밥상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 과거 인스턴트, 방부제덩어리라는 이미지가 강해 비상식량으로 여겨진 가정간편식이 최근 주식으로 밥상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CJ제일제당

햇반이 출시된 당시에는 ‘누가 식은 밥을 사먹냐’는 반문이 많이 받았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고령화 가속화로 1인 가구의 빠른 증가와 맞물린 가정간편식 시장은 급성장했다. 가정간편식의 편리함과 신속성이 그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이들은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밥솥 구매는 낮아졌지만 전자레인지 보급률은 높아지는 등 가전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작-확장-성숙-발전’의 단계에서 우리나라 시장은 현재 2~3단계다. 이즈음의 식생활패턴을 살펴보면 맞벌이부부가 늘어나고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습관 차이로 따로 밥 먹는 ‘개식화(Solo-Dining)’가 잦아졌다. 식사를 매번 준비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차려먹거나 반·완전조리식품을 이용해 준비시간을 줄이려는 경향도 커졌다.

가정간편식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은 세분화, 다양화, 고급화됐다. 이는 집밥에 익숙한 시니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시니어들은 간편식 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3년간 즉석밥·죽 간편식 시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가구당 가장 많이 구매한 가구는 40대 가구와 5인 이상 가구로 나타났다. 2017년 대비 2018년 구매액 증가율도 가구주 연령이 40대인 가구와 5인 이상 가구가 각각 36.5%와 59.3%로 가장 높게 나타나 향후 주요 소비층을 예고했다.

▲ 가정간편식에 진출한 식풍, 유통업체. 출처= 각사

영유아식부터 고령친화식까지 ‘생애 주기별 간편식’

매일유업의 유아식 전문 브랜드 맘마밀의 ‘맘마밀 안심이유식’은 국내 이유식 업계 최초로 스파우트 파우치에 이유식을 담은 레토르트 이유식 제품이다.

식품 유형 중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기타영유아식’인 맘마밀 안심이유식은 스파우트 파우치에 이유식을 담아 섭씨 120도 이상 고압으로 가열·살균해 안전성은 물론 편의성까지 확보했다.

▲ 가정간편식은 영유아부터 고령층까지 생애주기별 먹을 수 있도록 세분화 다양화 됐다. 출처= 매일유업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외출이나 여행 시에도 바로 아이에게 먹일 수 있다. 스파우트 파우치를 적용해 이유식을 담았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 바로 먹거나 패키지와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안심스푼’으로 별도의 이유식기 없이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동원홈푸드의 가정간편식 전문몰 ‘더반찬’은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세트 ‘더반찬키즈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소금, 설탕, 고춧가루 등 조미료의 함량을 낮춰 자극적인 맛을 줄인 식단이다. 또 합성향료나 보존료를 첨가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 가정간편식은 영유아부터 고령층까지 생애주기별 먹을 수 있도록 세분화 다양화 됐다. 출처= 동원홈푸드

현대백화점그룹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연화식(軟化食) 기술을 접목한 케어푸드(Care-Food)를 선보였다. 연화식은 일반 음식과 동일한 모양과 맛은 유지하면서 씹고 삼키기 편하게 만든 식사로, 치아 등 구강구조가 약한 고연령층뿐 아니라 유아동이 섭취하기에도 최적화돼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소프트는 음식 강도를 일반 조리 과정을 거친 동일한 제품보다 평균 5분의 1, 최대 10분의 1로 낮추는 연화 공정을 거쳤다. 별도 조리 없이 해동 후 전자레인지 등으로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 제품이다. ‘입에서 녹는 동파육’, ‘더 부드러운 등갈비찜’, ‘더 부드러운 LA갈비’ 등이 있다.

▲ 가정간편식은 영유아부터 고령층까지 생애주기별 먹을 수 있도록 세분화 다양화 됐다. 출처= 현대그린푸드

김해곤 현대그린푸드 전략기획실장(상무)은 “치아가 약한 소비자가 장기간 씹기 어려운 식품을 섭취하지 않으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데 연화식이 좋은 대체재가 될 수 있다”면서 “케어푸드 기술을 활용해 단체급식 사업에서도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식품·영양부문 수석연구원은 “각 업체들은 단순 시장 확장보다 선진국 HMR 시장과 같이 보다 건강한 메뉴와 세분화된 소비자 취향 등을 고려한 제품 개발에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