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 랠리가 당분간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출처= Twitt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달러 강세를 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1월 금리 인상이 조만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그의 발언으로 이제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인내심’을 갖고 미국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는 대개 통화 약세와 맞물려 있다. 마이너스 금리, 디플레이션, 경기 침체로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던 일본과 엔화를 생각해 보라.

그러나 1월 30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회의 이후,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지수는 1.5% 상승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다.

1.5%의 증가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이 보일 수 있지만, 요즘처럼 잠잠한 통화 시장에서는 매우 극적인 움직임이다. 현재 달러는 지난해보다 약간 상승한 상태다.

달러 강세로 우울한 美 우량 기업들

달러가 더 강해지면 다우지수와 S&P 500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곤경에 빠지게 된다. 달러가 더 강해지면 이들 회사들의 국제 매출 가치가 잠식되기 때문이다.

다우에 편입되어 있는 애플, 보잉, 캐터필러(Caterpillar), 3M(MM) 같은 회사들은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들의 주식들은 거의 모든 일반 투자자들이 거래하고 있는 ETF와, 퇴직 연금 계좌(401(k) 계좌)나 개인은퇴계좌(IRA)의 뮤추얼 펀드를 통해 상당히 노출되어 있다.

달러 강세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들 기업의 성장 저하에 이미 일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의 자료에 따르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올리고 있는 S&P 500 회사는 16.6%의 수익 성장을 기록했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한 기업들의 수익 성장은 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큰 대조를 이루었다.

물론 달러 강세가 다국적 기업의 수익 성장을 저조하게 만든 모든 이유는 아니다. 유럽, 영국, 중국, 일본 및 다른 국제 시장의 성장 둔화도 이들 다국적 기업의 수익 저조에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문제는 서로 관련이 있다. 미국 경제가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보다 더 건전하게 유지되면 달러는 앞으로도 더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4월쯤에는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중국 침체로 달러 강세 더 가속될 것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 랠리가 당분간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환중개회사 FXTM의 자밀 아흐마드 글로벌 통화전략 및 마켓리서치 팀장은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아직은 여전히 견실해 보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달러화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 간 반복되는 무역 논쟁에 지친 투자자들은 이제 “중국의 성장 둔화가 올해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이라는 사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중국의 성장이 더 둔화될 경우, 특히 그로 인해 다른 신흥국 시장도 함께 부진에 빠질 경우, 달러는 계속해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신흥국들의 성장 부진이 부메랑으로 미국에 영향을 준다 해도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것이 달러가 당분간 ‘더러운 옷 중에서는 가장 깨끗한 옷’(Cleanest Dirty Shirts, 미국 경제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나마 가장 낫다며 미 채권투자 전문가 빌 그로스가 언급한 표현)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BK 자산운용(BK Asset Management)의 보리스 슐로즈버그 외환전략담당 전무는 “사람들이 달러에 몰리는 것은 달러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유럽과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전망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