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공식. 출처=한국기업평가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부동산금융 리스크의 측정방식으로 기존의 LTV(Loan to Value)가 아닌 새로운 방식이 제안됐다.

15일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금융의 시대 – 저금리가 던진 리스크의 착시와 왜곡의 원인’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금융 리스크의 새로운 측정방식으로 ‘STV’(Subordinated financing to Value)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STV는 후순위성 자금인 에쿼티(Equity)와 후순위 대출 등을 밸류(Value) 값으로 나눈 방식이다.

◆LTV, 밸류값 높을수록 리스크 낮아져...리스크 측정수단으로 한계

LTV는 주택담보인정비율로 집을 담보로 얼마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금융권에서는 LTV를 기준으로 대출규모를 정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대출규모를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LTV가 70%라고 하면 집의 가치(Value)가 5억원일 경우 3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즉 LTV가 높을수록 금융권의 대출비중은 높아지게 되며 대출 상환리스크도 커진다. LTV는 부동산PF사업시 사업시행자가 대출을 받을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국내 분양형 주택PF에서 100억원이란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에서 초기 실제 대출을 일으키는 것은 20억~30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라면서 “결국 자본조달을 덜 한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추가적으로 돈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에 대출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Loan의 형태로 변형돼 실제 PF에서 LTV는 80~90%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돈 없이 사업시행사가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 리스크를 금융기관이 진다는 것”이라면서 “리스크에 대한 지표를 LTV를 통해서 하지만 Value값만 높게 잡으면 리스크가 없다는 형태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즉 100억원짜리 사업이라고 Value값을 정하면 loan이 30억원이라고 해도 LTV는 30%에 그치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다. 반면 30억원짜리 사업이라고 할 경우 loan이 30억원이 된다면 LTV는 100%로 급격하게 올라간다. 즉 같은 대출금액을 일으킨다고 해도 사업비를 얼마로 하는지에 따라 LTV가 달라지기 때문에 Value를 높게 할수록 리스크는 낮게 된다는 맹점이 생기는 것이다.

◆밸류값 과대평가, 부동산 금융 리스크 착시와 왜곡 요인

한국기업평가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금융에서 리스크의 착시와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Value값의 과대평가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금융의 핵심 리스크는 부동산 가격이 불특정 시점에 특정 희망 가격에 미치지 못할 위험이다. 불특정 시점이란 부동산 가격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시장위험에 노출된 기간을 의미한다. Value 값을 결정한 시점의 거시환경이 확률 상 빈번히 일어나지 않는 조건이라면 산출한 Value값이 왜곡돼 있을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특정시점의 부동산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 확률로 일어나지 않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특정시점의 거시환경을 높은 확률로 일어나는 시장환경으로 오인할 수 있다”라면서 “이러한 환경에서 선택한 Value값은 부동산 익스포저의 리스크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밸류값 낮을수록 리스크 낮아지는 STV, 수요가 충분한 가격에 초점 맞춰

이것을 보완한 것이 STV이다. STV는 LTV와 달리 값이 클수록 리스크가 작은 특징을 지닌다. 즉 후순위성 자금 비중이 높고 Value(밸류)값이 작을수록 양호하다. 이때의 Value값이란 수요가 충분한 가격을 의미한다.

STV는 높을수록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STV를 높이기 위해 분모에 해당하는 Value값을 낮출 수가 있다. 당초 사업을 계획할 때 LTV로 측정할 경우 해당 사업의 Value값이 높을수록 리스크가 낮게 나왔지만 반대로 STV에서는 Value값이 낮을수록 리스크가 낮다.

황 수석 연구원은 “한마디로 100원에 물건을 만들어서 2000원에 파는 것과 100원에 만들어서 120원에 팔 경우 몰리는 수요가 다르게 된다”라면서 “후자는 수요를 많게 해 사업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다수의 물건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안정적이 되며 결국 Value값 자체가 낮아져야지 안정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부동산PF환경을 고려할 때 금융기관의 STV채택은 여러 부수효과를 얻게끔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 STV채택시 밸류값 낮추기 위해 적정 분양가 유도할 수 있어

STV를 채택할 경우 금융기관과 시행사의 에쿼티(Equity)투자를 위한 자본축적을 유도하며 후분양과 같은 주택정책의 현실성이 높아진다. 또한 Value가 작을수록 리스크가 작아지기 때문에 적정 분양가를 유도해 PF사업장의 사업성을 높일 수가 있게 된다.

한기평은 이 보고서를 Value값 결정 매커니즘을 밝히며 예상손실을 ‘0’으로 만드는 Value값의 조건을 분석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Value값은 수요가 충분한 가격으로 리스크의 왜곡을 막는 Value값은 결국 예상손실의 평균을 ‘0’에 근사하게 만드는 값이다.

▲ ‘①’이 예상손실을 ‘0’으로 만드는 Value값. 출처=한국기업평가

◆수요가 충분한 가격 결정에...수익형 부동산은 공실률•자본환원율, 주택은 가격

이를 위해 먼저 확률상 수요가 충분한 Value값을 찾아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것이 부동산 유형별 가격결정변수를 분해해 각 변수의 확률분포와 누적확률분포도를 작성하는 것이다. 예컨대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가격결정변수는 공실률과 Cap rate(자본환원율)이며 주택 등 비수익형 부동산은 주택가격이 해당된다. Cap rate는 미래추정이익을 현재가치로 전환하기 위해 적용하는 할인율로 기대수익률의 일종이기도 하다.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연간임대수입을 Cap rate로 나눠서 건물의 가치를 구하며 이때 Cap rate는 투자자의 요구수익률과 궤를 같이한다. Cap rate 즉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높아질수록 부동산가치는 낮아지게 된다.

그리고 Cap rate는 금리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수익형 부동산 Value값은 금리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가 있다. 반면 금리가 낮을 경우 소비자의 소득가치가 증가하고 유동성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저금리는 공급 제한적 재화인 주택가격에는 간접적인 영향만을 준다.

공실률은 고유위험의 특성이 강하며 특정 값을 중심으로 집중 분포하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확률분포상 기댓값에 근사한 값을 결정하기 위해 독립변수로 사용이 가능하다.

Cap rate 확률분포는 금리와 유사하며 전형적인 시장위험으로 Value값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수익형 부동산 Value값 산출을 위해 공실률 분포와 Cap rate 분포를 결합확률분포로 전환된다.

주택가격의 경우 극심한 ‘상대적 금리 변동’ 등에 노출되기 전까지는 펀더멘탈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기평은 설명했다. 특히 대규모 가구가 공급된 분양가 등에 근접한 가격이 Value값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 상황에서는 확률분포의 기대값을 Value값으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이 같은 Value값 결정 메커니즘 방법을 통해 ‘10%’ 확률을 밝혔다. 즉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한미금리 역전현상 등의 거시환경을 고려했을 때 부동산금융에 한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10% 이하의 확률로 벌어지는 세상으로 판단된다는 의미다. 현재 수익형 부동산 가격 역시 확률상 10% 미만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타인자본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의 익스포저(손실위험액)는 Value값의 변동성 위험에 크게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 마포구 ㎡당 아파트 가격 확률분포 및 누적확률분포. 출처=한국기업평가

◆주택의 수요가 충분한 밸류값은 호가나 시세 아닌 중위값

주택의 경우 주택가격지수의 지속적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역별의 주택가격 확률분포는 중위값에 집중된 모습을 보인다. 결국 충분한 수요가 발생한 주택가격은 호가나 시세가 아닌 확률평균에 근접한다는 것을 보이는 대목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결국 금융기관이 사용할 Value값이 감정평가액이나 호가, 시세가 아님을 반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예상손실을 ‘0’으로 만드는 Value값은 주택의 경우 가격을 확률분포로 작성해 기댓값에 근사한 값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심상업지구 오피스의 경우 공실률의 확률분포상 기댓값에 근사한 가밧을 사용, Cap rate는 10% 미만인 7~9%를 사용한다. 다만 확률분포상 주택가격과 공실률 등이 중심에 집중적이지 못한 형태를 나타내면 원인을 파악해 값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기평 측은 바라보고 있다.

이외에 부동산 유형별 낙찰가율을 통해 예상손실 구간을 설정하고 목표하는 익스포저의 리스크 수준을 감안해 LTV를 적용해야 한다.

한기평 관계자는 “확률적으로 수요가 충분한 가격을 찾아야 경기변동 등에 따른 가격하락에 따른 위험에 대응을 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