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롱패딩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 작년보다 상대적으로 온화했던 이번 겨울 날씨와 그 사이 소비자의 패딩 트렌드가 변했기 때문이다. 흔해진 롱패딩보다는 숏패딩과 패딩조끼, 발열내의로 트렌드가 옮겨갔다.

이에 패션 업계는 큰 비상이 걸렸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롱패딩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이미 물량을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작년만 못해 재고만 쌓여가고 있다. 또한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따라가기 바쁘고 재고처리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 디스커버리의 익스페디션 롱패딩, 출처=디스커버리

식어버린 ‘롱패딩’ 인기
지난해 11월 기상청은 올해 겨울이 역대급으로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이번 겨울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이면서, 올해도 열풍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롱패딩’ 반응이 시들해졌다.

지난해 겨울 롱패딩은 거의 ‘국민패딩’이었고 학생들은 교복만큼 자주 입고 다녔다. 평창 롱패딩으로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도 판매물량이 부족해, 패션기업들마다 추가생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때문에 올해 겨울도 롱패딩 열풍 기대감에 부풀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롱패딩 판매율은 전월보다 2% 줄었고, 12월에는 전월보다 59% 떨어졌다. 또한 옥션에서는 지난해 11월 롱패딩 판매율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 늘었지만, 12월부터는 판매율이 29%로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패션업계에 따르면 롱패딩의 재고가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올해 예상보다 날씨가 포근한 데다 너무나 많은 롱패딩이 사장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12월에 들어서는 예상보다 평균 온도를 웃도는 날이 많아지면서 롱패딩의 판매량은 약20% 떨어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1월에는 한파가 찾아오지 않았고, 패딩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롱패딩 판매량이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웃도어 업체관계자는 "작년엔 평창동계올림픽 특수행사에 한파까지 겹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지만, 올해는 이렇다 할 특수 행사도 없어 예상보다 판매율이 낮다“면서 ”판매량이 늘린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해 재고도 그만큼 쌓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보브의 2018 FW 컬렉션. 출처=신세계인터내셔날

새롭게 바뀐 패딩 트렌드
패션 전문가들은 날씨보다 소비자의 패션 트렌드 변화가 롱패딩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올해는 롱패딩 열풍이 프리미엄 수입 패딩으로 옮겨갔다. 몽클레르, 에르노, 무스너클 등 1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입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다. 작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국내 3개 백화점 평균 프리미엄 수입 패딩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22.4%을 보였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수입 브랜드 매출이 30.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본점에서 프리미엄 수입 패딩을 할인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첫날 주요 제품의 재고가 동 날 정도로 고가인데도 소비자가 몰렸다”고 전했다.

패션업계는 몽클레르 국내 판권을 보유한 몽클레르신세계의 경우 작년 매출이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2017년 809억원 대비 25% 이상 성장한 셈이다.

▲ 롯데백화점 SJYP매장에서 한 고객이 허리 라인이 강조된 체크 패턴의 숏패딩 점퍼를 입어보고 있다. 출처=롯데백화점

또한 올해 패딩 트렌드는 더 이상 롱패딩으로만 이어지지 않고 다양하게 분산됐다. 롱패딩이 시든 틈을 타 숏패딩, 경량패딩에 시선을 모아졌다. 현재를 살아가는 트렌드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의 패션 피플들은 롱패딩보다 숏패딩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숏패딩 점퍼로 불리는 푸퍼 재킷(Puffer jaket)이 해외 시장에서 레트로 열풍을 타고 아우터웨어 강자로 부상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로 롱패딩에 벗어나 다채로운 디자인의 스타일리시한 숏패딩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근육맨 패딩’이라 불리는 노스페이스의 경우 2000년대 유행했던 짧은 기장의 패딩 재킷을 출시하자마자 일부 제품이 조기 매진됐다.

또한 다가오는 봄에 패딩이 입기 부담스럽지만 추운 것을 꺼려하는 소비자들은 얇고 여러겹   레이어드해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기본 브이넥 디자인의 패딩조끼에 다양한 색상과 컬러를 조합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52% 증가했다고 밝혔다.

▲ 이마트 매장에서 한 남자가 패딩조끼를 입어보고 있다. 출처=이마트

패딩조끼 외에도 발열내의도 인기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발열내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은 일본의 대표적 의류회사인 유니클로가 출시한 히트텍(Heattech)이다. 지난 2003년 일본의 소재기업인 도레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발열내의를 개발하여 지금까지 엄청난 판매고를 자랑하고 있다.

발열내의라고 하면 어렸을 때 입었던 보온내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발열내의와 보온내의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보온내의는 체온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섬유 속에 공기를 가둬 공기층을 만들었기 때문에,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에어캡(air cap)처럼 올록볼록한 형태를 띠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공기를 함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열전도율이 낮은 공기의 특성상 외부와 단열되고 보온성은 올라가게 된다”면서 “발열내의를 입었을 경우가 입지 않았을 경우보다 일반적으로 3도 정도 더 높다”고 말했다.

이렇듯 두껍고 무거운 패딩의 단점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하고, 얇게 입어도 따뜻하고 답답하지 않는 옷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에 관련업계는 롱패딩보다 발열내의와 패딩조끼가 꾸준히 인기를 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패션 디자이너는 “올겨울 쇼마다 숏패딩의 활약이 눈부셨다.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는 아우터도 인기를 모았다”면서 “내년에는 숏패딩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복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이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기록적인 한파라고 할 만한 추위가 오지 않아 롱패딩이 아닌 롱코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코트로 막을 수 없는 추위를 발열내의, 패딩조끼로 보완할 수 있고 소재부터 디자인, 색상까지 다양해지고 있어 이들의 인기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