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평가에서 가장 초점이 되는 부분이 CEO에 대한 평가 또는 분석일 것이다. 이는 조직의 수장이라는 의미 외에도 정부와의 역학관계, 관계기관의 친밀도 등이 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 공기업 평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CEO들의 면면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하는 것이다. 대부분 공기업의 수장들이 지난 2008년에 임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올해의 인사 이동이 초점이 되고 있다. 더욱이 내년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라는 양대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흔히들 ‘정권 말기’라 표현되는 특수성까지 더해진다.

때문에 정권 끝 무렵의 인사는 항상 ‘보은인사’나 ‘측근인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모든 공기업 수장들을 그런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각 조직에 필요한 인재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

이지송·김중겸 사장 역량 발휘 화제
그런 화제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을 꼽을 수 있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LH 통합출범 2년여 만에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왼쪽부터) 대한주택보증공사 남영우 사장, 한국전력 김중겸 사장, 한국가스공사 주강수 사장, 한국광물자원공사 김신종 사장, 한국수자원공사 김건호 사장.


지난 2009년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LH는 초기 천문학적인 부채로 재무위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초대사장으로 취임한 이지송 사장은 방만한 공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지송식 개혁’을 단행했다.

이 사장은 지난 2년간 138개 신규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과 1·2급 직원 75%를 물갈이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 같은 혁신 작업은 경영 호전으로 이어져 LH의 올해 상반기 말 부채 비율은 458%로 지난해 말(559%)에 비해 101%포인트나 낮아졌다.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은 인선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많았던 CEO 중의 한 사람이다. 하지만 “한전의 국내 사업은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해외사업은 수익성을 가장 중요시할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한전이 앞으로 자원 개발과 발전소 건설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해 한전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소신대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은 “공기업이 해외사업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매국적인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신념으로 앞으로 사업에 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9·15 정전사태가 왜곡된 전기소비 구조와도 연결돼 있다고 강조, 전기료 인상 등에서 소신 있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그동안 정부와의 바람직하지 못했던 관계도 일신하는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최근 한국생산성학회 주관으로 열린 제16회 생산성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 한수원은 “김 사장이 안전 최우선 경영을 기반으로 모든 업무영역에서 지속적 혁신 추진을 통해 값싼 양질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11월 18일 한국마사회장에 취임한 장태평 회장은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이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장 회장은 한국마사회장 공모에서 말 산업 발전은 물론 공기업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 최고의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대한민국 농축산 분야를 총괄하던 장 회장이 한국마사회의 새로운 선장이 됨에 따라 올해 시작된 말 산업은 순풍을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의 연임된 케이스. 국토해양부는 지난 7월 임기가 끝나는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에 대해 연임 제청을 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행정안전부로부터 연임을 명받았다. 이로써 김 사장은 3년 임기를 채우고 내년 7월 27일까지 1년 더 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김 사장의 연임은 내년까지 이어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한 것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왼쪽부터) 한국마사회 장태평 회장, 한국공항공사 성시철 사장, 한국조폐공사 윤영대 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지송 사장,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도 연임된 인물이다. 김신종 사장은 현장을 직접 누비며 한정된 재원을 부진 광종과 지역에 우선 투자하는 전략으로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광물공사는 또 10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2010 정부평가에서도 기관, 기관장, 감사 부문 모두 A등급을 획득하며 전체기관 1위를 차지, 내실 다지기에도 성공했다.

지난 9월 한국조폐공사 신임 사장에 임명된 윤영대 사장은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으로 행시 12회의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다. 윤 사장은 진영욱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과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함께 다시 현장에 돌아온 ‘대선배’ 서열로 유명하다.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적극적인 리더십 발휘와 공공부문 경영혁신을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에서 주관한 2011년도 한국의 경영대상에서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성 사장은 한국공항공사 창립 이래 2008년 최초로 내부 승진한 케이스로, 지난 31년간의 공항경영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감동 실현으로 설렘과 행복을 전하는 공항’이라는 고객만족(CS)비전 달성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동반한 강력한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도 ‘특혜성’ 시비는 남아 있어
하지만 공기업 사장 인사는 아직까지는 정부의 그릇된 관행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12월 임기를 마치는 대한주택보증 사장 후임을 놓고 특정인사의 ‘특혜성 인사’라는 의혹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영우 대한주택보증 사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가 특정회사 출신으로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주택보증의 경우 건설사를 주 고객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주택전문 보증기관임에도 이해관계에 있는 특정 건설사 출신을 사장 후보군에 올린 배경을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상오 기자 hanso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