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최태원 SK회장의 혁신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 13일 재계와 SK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르면 올해 7월부터 부사장, 전무, 상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부터 최 회장이 강조한 ‘일방혁(일하는 방식의 혁신)’의 일환이다. 수직적인 직급 체계를 벗어나 보다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어 혁신을 불어 넣겠다는 것이다.

▲ 최태원 SK회장이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SK

SK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임원 직급 폐지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면 시행 시기는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사실 SK주요 계열사에서는 이미 전무급 임원이라도 공식 직함으로 ‘실장’으로 표기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의 주요 계열사들은 이미 조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애자일 조직’을 가동 중이다. 이 조직은 실이나 본부 밑에 있던 팀을 없애고 업무 중심으로 재편된 조직을 말한다. 이전에는 팀장이 관리자의 역할에 좀 더 힘을 실었다면, 이 조직에서는 마치 감독 겸 선수처럼 실무도 함께 하는 것이다.

SK서린사옥에서도 현재 사무공간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SK관계자는 “현재 서린사옥에서는 칸막이를 없애고 넓은 공간의 사무실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예를 들면 출근해서 지정된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 아무 곳에나 앉아서 PC를 켜고 일을 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도 이미 임원 직급을 공식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 실장, 본부장 같은 형태의 직급만 남기고 상무, 전무 등의 직급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외부 미팅이 있을 경우 상무급, 전무급과 같이 이해를 돕는 수준에서 부연설명만 하고 있다.

▲ 최태원 SK회장이 올해 1월 '행복토크'에서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SK

최태원 회장 올해 초부터 혁신 드라이브 가속

최 회장은 올해 신년회부터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기존 기업 총수나 CEO들이 신년사를 발표한 것과는 달리 SK그룹의 주요 관계사 CEO들이 패널로 참여해 대담하는 형식으로 신년회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사회를 보고 패널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김철 SK케미칼 사장,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이 참여했다. SK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필요해 올해 신년회부터 진행방식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구성원들과 ‘행복토크’ 시간을 가졌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SK이노베이션 등 서린사옥 내 임직원 300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최 회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했다. 현장에서 임직원이 질문이나 의견을 즉석에서 올리면 최 회장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자신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해 “제 워라밸은 60점 정도로 꽝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들까지 그렇게 일하라는 건 절대 아니고 그렇게 말하면 꼰대죠”라고 말했다. 또 한 구성원이 “팀원이 팀장을, 팀장이 임원을 택해서 일하는 인사제도 도입은 어떨까”라고 묻자 회 회장은 “장단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류의 과감한 발상을 하는 퍼스트펭귄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조그만 해결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업무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편과 애로, 각자가 느끼는 불합리한 대화와 소통, 제3의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도 꾸준히 강조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SV, Social Value)도 꾸준하게 강조하고 있다. 기업이 수익추구를 하면서도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 더 큰 회사로 발전할 수 있다는 철학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연 ‘기업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 세션에서 “6년 전 이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 개념을 소개한 뒤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면서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그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SPC를 4년간 190여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했는데 지원금인 150억원보다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다보스 세션에 참가했던 조지 세라핌 하버드 비즈니니스 스쿨 교수도 “SK가 선보인 사회적 가치 추구 활동은 1회성 사회공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선순환 교과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모델”이라고 평했다.

최 회장은 작년 10월 제주에서 열린 ‘2018 CEO 세미나’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는 사회와 고객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기업 전체의 밸류(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라면서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하루빨리 나서 달라”고 CEO 세미나에서 말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CEO 세미나 오프닝 스피치를 통해 “사회적 가치 추구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 경영성과와 투자유치 측면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SK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을 한시라도 빨리 내재화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