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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협상 디폴트조항 합의 이룰까?중국 WTO약속 이행 안한 나쁜 기억, 美 강제이행 조치 계속 요구
   
▲ 이번 협상에 임하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장관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도 합의한 협상이 여전히 강력하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출처= ABC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2001년 중국이 국가간 교역 질서를 관할하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은행, 통신, 전자결제 처리와 같은 수익성 높은 사업에 대해 외국인들에게 자국 시장을 개방할 것을 약속했다.

17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중국의 통신산업은 여전히 정부의 강력한 지배하에 있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외국 기업들이 중국 국내에서 자국 은행업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거의 20년 간의 지루한 법정 다툼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비자카드(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중국 결제시장 진출 신청허가를 유보하고 있다.

이번 주 미중 무역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이틀 간의 회담을 위해 베이징으로 출발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뇌리에는 여전히 중국의 이같은 약속 불이행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 임하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장관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도 합의한 협상이 여전히 강력하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미국 협상단은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증가하면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가 자동적으로 인상되는 메커니즘을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저 양국간의 이견을 은폐하는 임시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그것은 경제성장 둔화에 고전하고 있는 중국 정부나, 정치적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싶은 트럼프 정부에게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중국이 이미 제시한 약속(미국 제품의 수입을 늘리는 것)을 어떻게 지키도록 할 것인지, 그리고 미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 강제 이전 중단, 중국의 수출업체에 대한 중국정부의 보조금 제한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 중국이 추가적 약속을 내놓을 것인지 등 큰 난관에 직면해 있다.

전 정부에서 무역 문제를 담당했던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의 마크 우 교수는 "현 시점에서 볼 때, 그 모든 것을 해결할 해법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느낀다”면서 지난해 12월 미중 정상 회담에서 정한 협상 데드라인 3월 1일을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가 진짜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에 가까워지면, 협상 시한이 잠시 연장되는 것은 묵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합의든, 그저 한 1년 동안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협상이 아니라, 진짜 좋은 협상이 되길 원합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도 모든 미해결 문제들이 이번 협상단에 의해 해결될 것 같지는 않으며, 최종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신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듯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시점에서는 시 주석과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 양 정상이 협상단이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데드라인 3월 1일을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자신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최종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다.  출처= SCMP 캡처

미국 협상단은 아마도 이번 베이징 방문에서는 그리 큰 환영을 받지 못할 지도 모른다.

중국 경제정책 심의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2월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맺은 잠정 합의안은 중국 정부 내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 합의안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부과한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게 했을 뿐 아니라 중국이 취한 보복 조치는 모두 뒤로 후퇴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내부의 이런 불만이 그 이후 통상회담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백악관은 지난 1월 31일 브리핑에서 양국 협상단이 최종 합의가 어떠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초안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그동안 무역에 관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중국 정부의 행적을 감안할 때, 미국 협상단은, 합의안에 만약 중국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즉각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했을 때, WTO는 회원국에 대한 중국의 수출이 증가해 회원국 내수시장을 교란하면 회원국들이 관세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을 승인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나라들은 이 규칙을 발동하는 것을 꺼렸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 규칙을 발동할 수 있는 네 번의 기회를 모두 거부했다. 그의 보좌관들이 그 규칙을 발동하면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에 단 한 차례, 중국산 타이어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 규칙을 발동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산 자동차와 가금류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 관세는 2013년까지 유지됐고, 가금류 관세는 지난해에 겨우 복원됐다. WTO는 미국 편을 들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소비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했다며 국내에서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그 이후 관세 지형이 바뀌었다. WTO 규정에 따라 중국에 대해 그런 규칙을 발동할 수 있는 권리는 2013년에 만료되었고, 이에 따라 이론적으로 중국은 어떠한 보복 조치를 쓰든 세계 무대에서 자신을 더욱 방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미국 협상단은 이 전략을 다시 사용하려고 한다. WTO규정과는 별개로, 미국에는 1974년 제정된 미국통상법(1974 Trade Act)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법 301조는 “대통령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며 차별적이고 모순된 (외국의) 법률, 정책, 조치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권한 범위 내에서 모든 적절하고도 가능한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84년 통상법의 수정으로 적용 대상이 첨단기술, 서비스, 투자에도 확대되었다.

앞으로 (중국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를 더 높이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일종의 도박이다. 중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 관리들은 중국은 현재 자국의 경제 침체를 미국과의 협상보다 더 큰 문제로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 많은 미국 기업들은 통상법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재계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이 자국의 수출업체들을 지나치게 지원하고 수입을 막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견해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 1974년 제정된 미국통상법(1974 Trade Act) 301조에는 “대통령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며 차별적이고 모순된 (외국의) 법률, 정책, 조치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권한 범위 내에서 모든 적절하고도 가능한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어

미국 무역 관리들은 중국 정부가 또 다시 무역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WTO에 가입할 때 외국의 전자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합의했고, 그후 2012년 WTO의 소송에서 합의 사항 불이행으로 패소했지만, 여전히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 같은 외국 카드 회사들의 중국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절차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중국은 2001년에도 외국은행이 들어오는 것에 동의했으면서 외국은행들이 충족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한 규제를 폈다. 현재 외국계 은행은 중국 내 은행 자산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은 또 2001년에 외국 통신 서비스들이 들어오는 것에도 동의했지만, 외국 통신사들의 접근을 매우 좁게 규정했고,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서비스와 아마존 같은 해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차단했다.

중국은 2003년 광우병 파동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이후 시장을 다시 완전 개방하기로 한 수많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나 애완 동물용 미국산 쇠고기는 여전히 중국 수출에 장애를 겪고 있다.

중국 관리들은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이행해왔으며, 다만 예상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중국의 그런 약속 이행 지체가 정부의 단일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중국의 WTO 가입 협상을 담당했던 개혁적인 중국 관리들은, 중국이 보다 시장지향적으로 변하고 경제에 대한 국가의 은근한 통제를 뒤흔들기를 원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워 온 막강한 중국 관료들과 공기업들은 많은 분야에서 발전을 늦추었다.

이번 미국 협상단에게 WTO의 관세 인상 규칙을 재검토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수출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중단하고 정부의 경제 장악력을 완화하기 위한 다른 조치들도 취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중국이 법과 정책을 어떻게 수정해야 한다고 (미국이) 생각하는지에 대한 세부적 내용을 제시하지 않고, 중국 정부가 직접 그런 변화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양국 간 의견 차이가 매우 큰 것처럼 보이지만, 양측이 합의안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만 합의한다면 큰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nited State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의 마이클 웨셀 위원은 "이번 협상이 중국의 약탈적이고 보호주의적인 정책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석윤 기자  |  syhong@econovill.com  |  승인 2019.02.13  15: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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