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뉴욕 맨해튼에서 지난달 월세 510달러의 아파트가 등장해 큰 관심을 끌었다. 맨해튼의 평균 아파트 월세가 3667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시세다.

더구나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맨해튼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살기를 희망하는 어퍼웨스트로, 이 지역의 아파트 월세 평균은 4697달러로서 맨해튼 전체에서도 높다.

진짜 매물이라 하기에는 위치나 가격이 너무나 완벽한 이 아파트에는 물론 단점이 있는데, 아파트 사이즈가 49제곱피트(4.55㎡)에 불과해서 과장하자면 좀 큰 화장실 정도다.

그러나 ‘스튜디오(방과 마루의 구분이 없는 한국의 원룸형 아파트)’라고 광고된 이 아파트의 가장 큰 단점은, 화장실과 부엌이 아파트 내에 없고 다른 거주민들과 공유해야 하는 싱글룸아큐펀시(SRO, Single Room Occupancy)라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이 아파트는 에어컨의 설치를 불허하고 오로지 선풍기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때문에 온라인에서 이를 확인한 사람들이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교도소 독방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고, 일부 사람들은 부엌과 화장실이 없는 이런 아파트는 불법이어야 한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대부분 침대 하나 놓기도 부족한 규모의 방이 ‘아파트’라는 이름을 달고 임대된다는 것에 황당해 했다.

SRO는 1930년대 미국 뉴욕시에서 처음 생겨난 용어로, 19세기부터 20세기 초 사이에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나 노숙자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만든 일종의 적정가격주택(Affordable Housing)으로 분류된다.

초기에는 한국의 쪽방처럼 SRO들은 하룻밤에 돈을 내고 지내는 SRO호텔로 지어졌다.

주로 농촌지역에서 일거리를 찾아서 도시로 올라온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1주일에 110달러 정도였으며 이들 임시 거주자들은 약 3개월에서 6개월간 머무르곤 했다.

대공황 당시 일거리를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북적이던 SRO는 이후 정신질환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당시 정신병원의 열악한 시설에 대한 비난과 막대한 정신질환자 수용비용으로 인해, 정부는 많은 이들을 탈수용하기로 했고 졸지에 오갈 데가 없어진 이들이 SRO로 몰린 것이다.

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 미국으로 이민 온 푸에르토리코인들이 1인이 살 수 있는 비좁은 공간에서 온가족이 모여 사는 과밀도 문제를 보이면서, 여기에 당시 만연했던 인종차별 등이 겹쳐 1950년대부터 신규 SRO의 건립을 금지시켰으며, 집주인들에게는 일반 아파트 건물로의 전환을 적극 권유했다.

1970년대에는 SRO를 일반 아파트로 전환하는 집주인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하면서, 1976년과 1981년 사이에 뉴욕시의 SRO 아파트의 3분의 2가 사라졌다.

1980년대에 들어서 뉴욕시는 노숙자들이나 저임금 근로자들을 위해서 SRO를 유지해야 하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대부분의 SRO가 사라진 상태였다.

이후 SRO의 용도변경을 강력히 제한한 탓에, 집주인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세입자들을 괴롭혀서 내쫒거나 돈을 줘서 내보내는 방식으로 건물을 비싼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아파트 등으로 바꿨다.

용도변경을 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방을 더 잘게 쪼개거나 기본적인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월세를 받는 불법 SRO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신고할 경우 그나마 있는 숙소에서 쫓겨날까 봐 신고를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최근에는 SRO를 찾기도 어렵지만, 워낙 비싼 맨해튼 물가 탓에 노숙자나 단기 거주자들보다는 뉴욕으로 직업을 찾아 이주한 사회 초년생이나 맨해튼에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 학생들이 머무르는 공간으로 바뀌기도 했다.

전혀 모르는 남과 화장실, 욕실, 부엌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SRO를 기피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욕실과 부엌을 공유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기쁘게 SRO의 작은 방을 임대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