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밥상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초 최저임금인상 이슈와 함께 물가는 한 해 동안 도미노식 인상을 이어왔다. 가격인상은 새해까지 이어지면서 여전히 물가가 들썩이고 있어 서민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져만 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12월 생활물가지수는 104.35로 전년 동월 대비 1.3% 올랐다. 반면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6%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신선식품 가격이 이렇게 오르다 보니 밥상물가가 함께 오르는 것도 당연하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우는 게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더 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먹는 게 더 비싸다는 얘기는 옛말이 돼버렸다.

정말로 가정간편식을 사먹는 게 요리를 하는 것보다 경제적일까.

▲가정간편식과 해먹는 밥, 어느 것이 더 경제적일까. 종합식품그룹 동원이 운영하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반찬’이 판매하는 ‘7데이세트(2만2400원, 배송비 포함)’와 홈플러스(2월 12일 기준)에서 같은 메뉴를 요리할 시 드는 장보기비용(최저 가격 적용)을 비교해 봤다. 출처= 이코노믹리뷰 DB

종합식품그룹 동원이 운영하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반찬’이 판매하는 ‘7데이세트(2만2400원, 배송비 포함)’와 홈플러스(2월 12일 기준)에서 같은 메뉴를 요리할 시 드는 장보기비용(최저 가격 적용)을 비교해 봤다. 소금, 설탕, 고춧가루, 마늘 등의 기본양념을 제외한 요리의 주재료 가격이다.

7데이세트는 43개 메뉴 중 7가지의 반찬과 국을 선택할 수 있다. 반찬 한 개당 3200원인 셈이다. 1인 가구를 기준으로 느타리버섯불고기(180g), 봄동된장무침(170g), 멸치볶음(60g), 건새우아욱국(650g) 그리고 햇반(210g 기준 홈플러스 개당 최저가격 853원 적용)으로 한 상을 차린다면 가격은 5653원(2회 제공 기준)이다.

홈플러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메뉴에 들어가는 주요 식재료 가격을 살펴봤다. 위와 같은 한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소고기(호주산 100g, 1만7900원), 느타리버섯(1팩, 1000원), 소불고기양념장(280g, 2190원), 봄동(1단, 1990원), 된장(450g, 2990원), 볶음용 멸치(100g, 8990원), 건새우(100g, 9990원), 아욱(1봉지, 1290원) 등이 필요하다. 이 모두를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4만6340원이다.

정확히 1회분으로 나누어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장보기비용만 비교했을 때 8배가량의 큰 차이를 보였다.

30대 1인 가구 조현정(32·여) 씨는 “마트에서 아무리 소포장 식재료를 판매한다 하더라도, 한 끼에 다 먹기에는 남는 양이 많고 가격도 비싸다”면서 “오히려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편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동원 관계자는 “산지의 생산자 조직이나 가공업체와 계약을 맺고 원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다 보니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보다 낮다”면서 “따라서 기후에 따라 가격 등락폭이 클 때도 가격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가격 측면에서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김장만은 직접 해먹는 50대 이상 주부들도 김장보다 포장김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편의성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격도 이유 중 하나다. 해마다 반복되는 한파와 폭염으로 무, 배추, 마늘 등의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반찬에서 판매하는 7데이세트는 2만2400원에 43개 메뉴 중 7가지의 반찬과 국을 선택할 수 있다. 출처= 더반찬 모바일앱

2018년 10월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20포기(4인 가족) 기준 김장 소매가 평균가격이 33만5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추 20포기에 해당하는 50㎏의 포장김치를 구매한다면 29만4000원(대상㈜ 종가집 포장김치 10㎏짜리 5만8900원 기준) 정도면 가능하다. 4만 원가량 싸기 때문에 김장하는 데 필요한 준비 과정까지 생각하면 포장김치를 사 먹는 게 상대적으로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차례상에도 가정간편식이 오르기 시작했다. 40대 주부 정씨는 “최근 가정간편식이 워낙 잘 나오다 보니 이번 설에는 직접 요리하지 않고 간편식을 이용했다”면서 “보통 2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15만원 수준에서 준비할 수 있었고 요리를 해야 하는 시간에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019년 1월 말 발표한 설 차례상 장보기 비용은 24만5422원이다. 정씨는 이번 명절에 차례상 평균 가격보다 40% 낮은 가격으로 준비한 것이다. 편의성과 가성비까지 갖춘 간편식으로 주부들이 마음이 돌아선 이유다.

김태희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가정간편식의 빠른 성장 뒤에는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물가상승이 숨어있었다”면서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가 가정간편식 시장 성장에 한몫 톡톡히 하고 있지만 치솟는 밥상물가도 한 축을 담당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가정간편식은 과거 좋지 않은 인식에서 벗어나 고급화, 세분화되면서 영양식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식품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편의와 가격 모두 갖춘 가정간편식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