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개발에는 자본의 논리가 크게 작용한다. 게임의 출시 이후 벌어들일 수익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부분 유료화 게임이 대다수인 국내 시장의 특성상 세세한 BM(비즈니스 모델)이 필수적이다. 게임성 자체에서도 최근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위한 논의가 개발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스타트업 개발자가 인디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닌 이상, 온전히 개발자의 의도대로 만들어지는 게임은 사실상 없다. 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국내에 창의적인 신작 게임 출시가 어려운 이유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회사는 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가장 안전한 방법을 고민한다. 이런 고민을 깊게 하는 게 사업팀의 역할이다.

성공을 위한 접근 방법이 다르다

▲ 게임사 개발팀과 사업팀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방법론이 조금씩 다르다. 사진은 회사 관련 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게임 개발팀은 보통 게임을 설계하고 개발 방향을 문서화하는 기획팀과 일러스트, UX·UI(사용자 경험·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을 책임지는 아트팀, 코딩을 통해 게임을 실제로 구현하는 프로그램팀으로 나뉜다. 개발팀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 그 자체에 많이 집중한다. 반면 사업팀은 게임을 통한 회사의 수익성에 우선순위를 둔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두 집단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개발팀과 사업팀의 근본적인 목표는 일치한다. 출시한 게임이 인기를 끌고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개발자라고 해서 ‘좋은 게임만 만들면 수익을 내지 못해도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같은 목표를 위해 서로 다른 방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발자들은 대체로 이상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게임성을 갖추면 유저들은 게임을 알아봐 주고, 기꺼이 금액을 지불할 것이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상식적인 생각이지만 현재 게임 시장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다. 게임 개발 경력 15년 이상인 A 씨는 “개발자들은 자기 게임이 얼마나 멋지게 나오느냐에 가장 큰 관심을 둔다”면서 “같은 게이머로서 다른 게이머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은 욕망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익과 상관없는 무언가를 넣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팀에서는 주로 객관적인 과거 데이터와 최근 게임 시장의 흐름에 집중한다. 모바일 게임 업체 사업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시장에 나와 있는 게임들을 분석하고 신규 게임이 시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자사가 앞서 출시했던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어떤 부분이 먹혀들었는지, 또는 최근 게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게임들은 어떤 공통 요소가 있는지 등을 분석하는 식이다.

BM 설계… 결국은 시장이 말하는 대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성공의 공식이 있다고 분석하는 분위기다. 적어도 앱마켓 매출 순위 TOP 10 안에 들어가는 게임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일정 수준의 IP, BM 방식, 장르, 마케팅 방식 등이 그 예다. 사업팀 입장에선 이런 지표들을 무시할 수 없다.

인기 게임들의 BM 구조가 비슷한 건 유저들이 과금을 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협소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게임 개발자 출신 B 씨는 “모바일 게임의 콘텐츠는 방대하지 않기 때문에 과금 요소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수집욕을 끌어올리거나 본인 캐릭터를 더 강하게 키우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게 거의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이라는 건 한 군데만 바뀌어도 다른 것들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서 “사업팀에서 어떤 요청이 들어오면 그런 요소로 인해 자기들이 지키고 싶은 부분들이 망가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C 개발자는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 BM을 넣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문제는 어느 정도인가다. 수익률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페이 투 윈 방식으로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트리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하면 게임 수명이 짧아질 것을 개발자들은 우려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업체에서 3년 차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D 씨는 “신입 개발자일 때는 회의에서 타이틀을 구입하는 방식의 유료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그냥 주말에 혼자 인디 게임을 만들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말을 했던 입장도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유료 모바일 게임의 가격이 너무 저렴하고 사실상 유료 모델로 성공한 모바일 게임 사례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는 “개발자 입장에서 봐도 국내 게임 시장은 창의적인 게임이 나오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업팀이 자주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 수익 모델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넣는다고 해서 무작정 비난하기는 어렵다. 결론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이익 추구를 위해 검증된 방법을 선택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업팀 관계자는 “게임 개발은 충분한 시간적·물적 여유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고, 개발팀과 사업팀 간 서로 중요한 것들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충돌이 많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개발팀은 주관적인 취향을 기반으로 한 요소를 넣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고 차별화된 핵심 요소를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하지만, 사업팀은 시장에서 흥행하고 있는 게임들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갖추고 그 다음 단계를 진행할 것을 원하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수익 모델에 대해서는 “BM도 단순한 패키지 판매 방식에서 새로운 방식의 모델도 나오며 진화하는 추세다”면서 “게임업계 관계자들도 또 한 명의 유저이기 때문에 최대한 과금을 통해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BM 외에도 논의하는 부분은 세세하다. 게임의 방향성이나 UX·UI 디자인에도 관여한다. 그는 “종종 AD(아트 디렉터)가 요즘 유행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게임이 개인의 취향에 휘둘리게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개발 방향이 대중적인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사업팀도 연구·개발과 폴리싱 작업(게임 출시 전 게임을 다듬는 작업)에 참여한다. 게임을 같이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