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 상향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의 보유세, 건강보험료 증가액 예시. 출처=국토교통부.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아파트 가격이 연속으로 13주 동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표준지와 표준단독주택 가격 공시의 파장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준지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에 제한적인 영향이 있을 테지만, 개별주택과 토지가격의 상승에 따른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의 공시지가는 평균 9.4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지역별로 서울이 13.87%로 가장 높았고, 광주 10.71%, 부산 10.26%, 제주 9.74%로 뒤를 이었다.

지난 1월 발표된 표준 단독주택 가격 변동률 역시 서울지역은 17.75%로 가장 높이 올랐고, 전국 평균도 9.13% 상승했다. 이에 따라 표준지, 표준 단독주택을 기반으로 평가하는 개별토지, 개별주택도 약 10~20%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공시에서 무엇보다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상승 정도였다. 국토부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2018년 단위면적 ㎡당 750만원으로 공시된 용산구 이태원의 한 필지 가격은 2019년 812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전체 60㎡의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 4억5000만원에서 4억8200만원으로 오른 수준이다. 해당 필지의 보유세는 지난해 수치인 89만4000원에서 약 10.5% 올라 올해 98만8000원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건강보험료는 지난해와 같은 32만원으로, 이는 해당 필지의 보유자는 종합소득이 2887만원으로 집계된 데 따른 것이다.

또 다른 예시인 종로구 화동의 경우 전체 7억9161만원에서 8억7891만원으로 공시가격이 올랐고, 보유세는 지난해 175만5000원에서 12.5% 올라 197만5000원이 부과될 전망이다. 반면 건강보험료는 지난해 54만원에서 8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해당 필지 보유자의 종합소득은 연 6899만원과 승용차 2400㏄ 1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 전국 아파트 가격은 11월 12일부터 누적해서 약 0.78% 하락했고, 같은 기간 서울 강남4구는 1.9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한국감정원.

상승곡선만 보이는 가격 공시 영역과는 달리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연일 하락 중이다. 서울지역의 집값은 13주 연속, 전세가격은 15주 연속 하락하는 양상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보합으로 전환한 11월 5일부터 현재까지의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은 –0.96%를 기록했다. 아파트 가격을 약 7억원으로 가정할 때 약 670만원 하락한 셈이다. 전세가격은 –1.40%로 매매가보다 더 높은 폭의 변동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매매가격 –0.78%, 전세가격 –1.04%였다. 아직 안정됐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하락한 가격 또한 이번 공시가격 산정에 반영되는지 궁금한 수요자들로 한국감정원 애플리케이션은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공시가격 상승이 아파트 가격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세금 부담이 높아지면 무리한 대출로 집을 매수한 사람일수록 못 버티고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매물이 쏟아지면 공급량도 많아지는 효과가 있어 적지만 가격 하락의 영향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통계를 얼핏 보면 모든 단지가 하락한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실제로 지금도 오르는 단지가 있기 때문에 실거래 가격 중심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변동률에 따라 차등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실거래가 통계와 그에 따른 공시가격 상승분의 오차는 크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표준지 공시지가 변동은 주로 상업용이나 업무용 부동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유세에 부담을 느낀 임대인들이 임차인에게 세금을 전가하면서 임대료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한 토지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가능성이 미약하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랩장은 “주거용 부동산 정책과는 다르게 일자리 창출·경제성장률 부양을 위해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선 규제완화책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또한 다수의 SOC사업과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번 공시지가 상승은 토지보상금을 띄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함 랩장은 토지가격과 개별 집값 상승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집값은 대출규제, 전월세시장 안정 등의 영향으로 세입자의 임대료 인상 전가 행태나 주택가격 상승으로 작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개포주공5단지의 전용면적 61.19㎡ 주택은 지난해 1월까지 약 3억원이 올랐고, 세금은 35만원 정도 상승했다. 출처=한국감정원.

4월 있을 주택가격 공시 따른 세금 상승분은 얼마?

서울시 강남구 개포주공 5단지의 전용면적 61.19㎡인 한 주택 가격은 2017년 6억800만원에서 지난해 7억200만원으로 공시됐다. 공시가격은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넘어오면서 약 9800만원이 늘은 셈이다.

지난해 해당 가구가 부과받은 재산세는 105만4800원이었고, 지방교육세 21만960원, 도시계획세 58만9680원으로 총 납부한 세금은 185만5440원이었다. 반면 2017년 재산세는 82만9200원, 지방교육세는 16만5840원, 도시계획세는 51만720원으로 총 납부금은 150만5760원이었다. 1년에 약 34만9690원이 늘어난 수치다.

과세표준은 주택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인 60%를 곱한 값이다. 공시가격이 6억원 이하일 경우 직전년도 납부한 세액의 110% 수준을 상한비율로 적용받는다. 다만 과세표준 3억원을 초과했기 때문에 57만원과 함께 3억원 초과금액분의 0.4%를 더한 값을 세율로 계산한 값이다. 지방교육세는 재산세의 20%, 도시계획세는 재산세과세표준에 0.14%를 곱한 값이다.

해당 면적을 가진 매물의 실거래가는 6월 13억5000만원에서 9.13 대책 발표 전후로 16억5000만원까지 뛰었지만, 점차 하락해 2월 현재 14억9000만원에 머물고 있다. 2019년 1월 1일 기준인 15억7000만원으로 세금이 징수될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1년 전인 2018년 1월 1일 12억9000만원에서 약 2억8000만원이 오른 수준이다. 2018년 공시가격과는 5억8800만원의 격차가 있다. 2017년 1월 가격은 9억6000만원으로, 공시가격과 약 2억8000만원의 차이가 난다. 어림잡아 1억원당 약 35만원이 추가로 비례해 징수된다고 가정하면, 현재의 시세를 더 높게 반영한 가격이 공시될 경우 약 150만원의 세금이 늘어날 것이란 가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포동의 J공인중개사는 “공시가격에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 이미 금액대가 높아 그만한 세금은 부담하고도 남을 가구들이 수두룩하다”면서 “급매물은 나타나지 않고 있고, 매수자들 역시 드물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10일까지 단 한 건의 거래도 성사되지 않은 서울시 광진구의 아파트 단지들은 지금이 적정 가격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광진구 구의동의 경우 지난해 폭등기에도 변동폭이 크지 않은 점과 개발 호재가 남은 점 등을 근거로 부담이 적은 분위기다. 강변역, 테크노마트 등과 이웃한 ‘현대프라임아파트’는 전용면적 84㎡의 시세가 현재 10억원 수준이다. 서울 내 다른 지역이 수억원씩 급등한 시기에도 해당 단지는 12월 10억8000만원으로 고점을 찍었을 뿐 그다지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해당 면적의 한 가구는 2018년 1월 1일 5억원의 공시가격이 고시됐다. 해당 주택은 재산세 57만원과 지방교육세 11만4000원, 도시계획세 42만원을 더해 총 110만4000원을 납부했다.

중개사들은 주변 단지들도 비슷한 상황으로, 실거래가 없어 ‘시세 하락’으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구의동 B공인중개사는 “급하게 내놓은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가 전혀 되고 있질 않아 시세라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개사는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과 개별난방 전환 등의 호재가 남아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주하거나 투자하려는 수요자들이 많다”면서 “다만 거래가 되려면 본인 소유의 주택이 팔려야 현금 융통이 될 텐데, 그 거래마저 안 되니 순환이 멈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H공인중개사는 “감정원의 설명처럼 매물이 적체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매수인이 오면 보여줄 집들은 적당히 있지만, 다급하게 팔아야 한다는 사람은 적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해당 중개사는 공시지가, 공시가격 상승에 대해 “부동산 활황기엔 관심이 많겠지만 지금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라면서 “광진구, 특히 구의동은 크게 떨어지는 지역도 아니고 지난해에 터무니없이 오르지도 않아서, 8000만원 떨어졌다는 통계가 실무자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중개사는 “11억원에 가격을 올려서 내놓은 사람들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눈치고, 세금 부담을 느낄 만큼 급한 사람도 적다”면서 “오히려 2년이 지나면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데, 과거에 ‘갭투자’한 사람들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마포구 도화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주변 H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은 부담을 별로 느끼지 않고 있고, 가격을 내리는 현상도 없다”면서 “급매로 30평대에 최고가보다 약 3000만원 내린 매물이 있긴 하지만 본격 ‘하락’이라기엔 미약하다”고 말했다. 중개사는 “공시가격과 공시지가에는 주택 보유자들이 아직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체감이 안 되니 덜 민감한 분위기”라면서 “세금보다 집값이 훨씬 많이 올랐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표준지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인 9.42%를 넘은 지역으로, 15% 이상 상향된 서울 강남구, 서울 중구 등 7곳이 꼽혔다. 출처=국토교통부.

전문가들, “체감하긴 아직 일러”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지가·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투매와 매매가 하락 가속화의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한다. 김영곤 교수는 “세금 영향이 클 텐데, 오히려 세금이 오른 만큼 호가를 높여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면서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불경기라 수익률을 보장받을 여건이 안 되는데, 매수자들이 눈독을 들이겠나”라며 반문했다. 김 교수는 부동산 보유자들이 세금 부담을 피하고자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면 오히려 매매시장이 급랭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곤 교수는 다만 시장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 내다봤다. 그는 “선진국이라면 부동산을 하나의 금융 상품으로 보고 자금 회전을 하는데, 한국은 그런 경향이 높지 않다”면서 “실례로 강남역 사거리에 있는 한 토지의 주인은 공시지가와 세금 부담이 한참 상승할 텐데도, 본전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산가들 사이에 현금 유동성을 준비해 놓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에, 재력가들을 겨냥한 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포주공5단지는 해당되지 않지만, 국토부가 지난해 9월 13일 발표한 종합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구입할 때에는, 실거주 목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 것도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등기 이전의 시점에 따라, 부문별 과세의 시점에 따라 세금 부담은 차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 가운데 건축물의 재산세는 7월, 주택분의 재산세는 7월과 9월 절반씩, 토지 재산세는 9월에 징수될 계획이다. 종합부동산세는 12월 일괄 부과된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점차 현실화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적정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토지를 보유한 기업과 대형 상가 등이 지금까지 적게 낸 세금을 맞춰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섭 부장은 “향후 보유세로 정착시키는 것은 다음 문제이고, 현실화율을 높이는 게 1차적인 목적”이라면서 “서울지역 13%는 예년보다 높긴 하지만, 이번 공시지가 상승은 아파트 땅값 상승분만 반영했을 뿐 불평등 해소라는 정부 기치에 부합하기엔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