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2018년 출생아 수는 1523만 명으로 196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처= Daily Expres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이 엄격히 통제해 오던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 붐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에 또 다른 역풍이 예고되면서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수십년 동안 고수함에 따라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며 인구통계학적 시한폭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다.

그러나 새로운 데이터는 한 자녀 정책 폐지가 예상한 만큼 출생률 반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신생아 수는 1523만명으로, 2017년보다 200만명 줄었다. 중국 정부는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면서 지난해 신생아 출산을 2100만명으로 예상했는데, 이 예상치보다 30%나 낮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또 중국이 대기근(Great Famine)으로 수백만명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던 196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신생아는 결국 노동자가 되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된다.

영국의 조사 컨설팅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연구 기록에 “중국의 인구학적 전망이 관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관료들로 하여금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세금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인구가 감소하는데 세금까지 줄이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연금 프로그램을 지탱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은퇴 비용을 더 걱정하게 되면서 소비를 늘리도록 장려하는 소비 증진 정책 시행도 더 어렵게 만든다.

이 같은 인구통계학적 전망은 중국이 부유한 국가가 채 되기도 전에 노령화 국가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것은 올해 무역전쟁으로 인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들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 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는 심각한 경제 역풍을 일으켜 중국의 소위 ‘영웅적인 경제 성장 시대’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더 이른 시기에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1970년만 해도 중국의 중위 연령(Median Age, 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은 미국보다 거의 10년이나 젊었다. 그러나 2015년이 되자 미국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공식 추산에 따르면 이런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2050년에는 은퇴자 한 명당 실제 일하는 근로자 수는 1.3명으로 떨어질 것이다(현재는 2.8명이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현재 수치도 중국과 비슷하지만 2035년에는 2.2명으로 중국보다는 훨씬 느리다.

이런 압박이 가중되는 데다 중국의 은퇴 연령은 여성 55세, 남성 60세로 세계에서 은퇴 연령이 가장 이른 나라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수십년간의 귀중한 경험을 지닌 채 여전히 생산적인 시기에 직장을 떠난다. 연금을 모아 노후를 즐기는 것을 선호하면서, 그들을 돌보는 것은 정부와 사회의 당연한 의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험이 풍부한 인적 자원을 낭비하며 더 많은 은퇴자들이 양산되고 있고, 이들을 젊은 노동자들이 떠받쳐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부 중국 관료들은 부모들이 어떤 벌칙 없이 아이를 2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중국의 2자녀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닝지제(宁吉喆) 중국국가통계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인구는 지난해에도 계속 증가했으며 신생아 수도 “아직 매우 건실하다”고 말했다.

▲ 출처= UN 사회경제처

그러나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Chinese Academy of Social Sciences)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인구는 2030년에 14억40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 전망에 대한 위험으로 연금과 사회복지비용의 상승을 꼽았다. 많은 민간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인구통계학적 구조가 더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부모들은 주거비용(집값)과 교육비용의 상승 등 큰 가족을 거느리는 것을 걱정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정부의 산아 제한 폐지 정책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출산이 가능한 연령층 대부분이 한 명의 자녀만을 두고 있어, 한 자녀가 일종의 표준(Norm)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쑤성 옌청(鹽城)에서 체중감량 회사를 운영하는 31살의 리안치(Li Amqi)는 “초등학교 1학년생 한 명을 키우는 데도 벅찼다”며 “둘째를 낳으면 누가 아기를 돌보느냐”고 되물었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항대부동산(China Evergrande Group)의 렌 제핑(Ren Zeping)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중국의 인구 문제가 ‘매우 긴급’하기 때문에, 정부는 세 번째 자녀 출산 제한 정책을 포함한 모든 출산 통제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또 보고서에서 “정부가 임신부터 교육까지 가족 보조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의 연금제도는 노령 인구의 90% 이상을 커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각 지방정부와 자치단체들이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자체의 연금풀을 운영한다.

그러나 많은 프로그램들은 자금이 부족해, 지방정부는 은퇴자들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국영 증권사인 국태군안증권(國泰君安證券, Guotai Junan Securities)의 화창춘(Hua Changchun)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0년까지 중국의 연금 부족액은 1조1000억위안(182조원)에 달하고, 2025년에는 3조8000억위안(63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기업들에게 돈을 더 내라고 압박하는 한편, 연금 제도를 중앙집중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런 압박이 중국의 경기 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광동성의 한 부동산 관리회사 황웨이빈 대표는 “정부가 올해 (기업이 부담하는) 연금 비용을 인상하면 회사는 손실이 나 결국 80명의 직원 중 일부를 해고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등으로 기업을 도와주지 않으면 파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