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격변에 돌입한 가운데 LG유플러스의 미디어 전략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IPTV를 중심으로 동맹과 인수합병, 나아가 세분화된 타깃층 공략으로 발빠른 진격전을 추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동맹과 인수합병...그리고 전략의 변화
LG유플러스는 2018년 넷플릭스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5G 통신에서 화웨이와 손을 잡은데 이어 미디어에서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와 전격 동맹을 선언한 셈이다. 일각에서 콘텐츠 수익 배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다 넷플릭스 포비아에 몰린 지상파 등의 견제가 시작됐지만, 큰 틀에서 보면 성공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최근 넷플릭스의 조선판 좀비물 <킹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가운데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후 미디어 경쟁력을 차분하게 키우면서 케이블 인수합병에도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이 한 때 인수를 시도했으나 무위에 그쳤던 CJ헬로가 대상이다. CJ헬로는 케이블 MSO의 1위 기업이지만 유료방송 시장 전체에서 케이블의 존재감이 사라지며 매물로 나온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손을 잡으며 진정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 미디어 전략은 외부와의 동맹이나 인수합병에만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 아니다. 내부를 관통하는 핵심철학도 선명한 편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12월19일 5G 성장을 위한 3대 핵심가치로 선도적인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고객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 제공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마케팅을 제시한 가운데, 상호작용이 가능한 초고화질 실감형 미디어에 집중했다. 5G와 미디어의 결합을 중요한 로드맵 중 하나로 설정해 힘있게 추진한다는 각오다.

CES 2019가 열리던 지난 1월, LG유플러스는 구글과 가상현실 콘텐츠 공동 제작에 합의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공동 콘텐츠 펀드를 조성, 올 상반기 내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으며 신규 제작 콘텐츠는 LG유플러스의 가상현실 전용 플랫폼과 유튜브에서 독점 제공돼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지속적으로 콘텐츠 확대에 나설 예정이며 향후 개방형 플랫폼, IPTV 전용 가상현실 등도 공개할 예정이다.

모바일 영상 플랫폼도 리뉴얼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모바일 영상 플랫폼 ‘U+비디오포털’의 명칭을 ‘U+모바일tv’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명칭 변경과 함께 고객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UI를 적용했다. 시청중인 콘텐츠 ‘이어보기’, ‘찜한 콘텐츠 찾기’ 등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메뉴를 첫 화면에 배치했다. U+모바일tv 앱을 실행하자마자 이전에 보던 영상을 바로 이어보거나 찜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 중 94%를 세로로 사용하는 고객 경험을 반영해 세로화면 재생 기능을 추가했으며 차세대 5G 상용화를 앞두고 대용량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에 적합한 스포츠 및 공연 미디어 서비스인 U+프로야구, U+골프, U+아이돌Live 를 특별관에 배치했다. 고객 맞춤 추천 기능도 대폭 강화했으며 IPTV 서비스 U+tv와의 연계성을 한층 높였다. U+tv 내 콘텐츠와의 구매 연동 및 상호 이어보기가 가능하며, 통일된 UI로 고객이 집 안팎에서 일관된 콘텐츠 시청 경험이 가능토록 했다.

▲ LG유플러스의 모바일 플랫폼이 변경됐다. 출처=LG유플러스

5060을 잡아라
LG유플러스의 미디어 전략이 5G를 중심으로 강력한 시너지 로드맵을 설정하는 한편 대내외적 플랫폼 강화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12일 의미있는 성과가 공개됐다. 바로 50+ 세대를 위한 전용관 출시다.

LG유플러스는 12일 건강에서 취미, 여행까지 50대 이상 세대가 필요한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쉽고 편하게 즐기는 미디어 서비스 ‘U+tv 브라보라이프’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서비스를 준비하며 5060 세대의 고객조사를 진행했으고, 그 결과 50대 이상 세대를 위해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건강에서 취미, 여행까지 필요한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미디어 서비스를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50대 이상 고객 특화 자체 제작 영상 158편을 탑재해 무료로 제공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출연해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 주요질환에 대해 믿을 수 있는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우리집 주치의> 90편을 서울대학교병원과 공동 제작해 공개하고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나의 두 번째 직업>도 준비됐다. 고급 스마트폰 활용법 영상 22편과 여름 울산 십리대숲길, 겨울 지리산 노고단 등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힐링 영상 32편도 눈길을 끈다.

50대 이상 세대의 관심 주제 콘텐츠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구성한 대목도 중요하다. ▲건강 ▲여행 ▲취미 ▲피플로 구성된 카테고리로 사용자 환경을 구축했다. 중장년층의 시청을 돕기 위해 서비스 화면은 전체적으로 눈이 편안한 녹색을 사용해 눈의 피로감을 최소화한다. 또 기존 서비스 대비 30% 커진 글씨와 직관적 아이콘과 이미지를 활용해 답답함 없이 쉽게 콘텐츠를 탐색이 가능하다.

▲ LG유플러스가 5060을 위한 전용관을 출시했다. 출처=LG유플러스

홈미디어상품담당 이건영 상무는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배우고 즐기고 참여하며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IPTV 서비스를 선보인다“며 “다양한 연령대 고객에게 다채로운 즐거움과 배움을 제공하는 ‘인생 최고의 IPTV 서비스’로 앞으로도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 발굴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이번 시도는 다른 경쟁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으로 빠르게 진격했다는 상징성과, 내밀한 미디어 로드맵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5060 세대는 ICT 기술과 거리가 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SNS를 비롯해 최소한 미디어 플랫폼 업계에서는 5060 세대의 존재감이 강한편이다. 실제로 구글 유튜브 이용현황을 보면 5060 세대의 강세가 눈길을 끈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49억분에 불과했으나 8월 64억분, 12월에는 87억분으로 크게 늘어났다.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자 943만명은 1인당 1달 동안 유튜브를 평균 922분 사용했으며, 1회 실행할 때 평균 9분을 시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5060 세대의 유튜브 시청 시간 증가는 정치적 지형과 관련이 많지만, 이들이 더 이상 ICT 미디어 플랫폼의 사각지대가 아니라는 점도 의미한다. LG유플러스는 최근의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되는 미디어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이는 키즈 콘텐츠 전략에 비견될 정도로 의미있는 승부수다.

▲ 5060의 유튜브 시청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와이즈앱

LG유플러스의 미디어 전략이 고무적으로 흘러가고 있으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는 옥수수와 지상파의 푹 만남을 끌어냈으며 KT는 IPTV와 위성방송을 중심으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조만간 케이블 방송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LG유플러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