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부터 서울시 택시 요금이 인상됐다. 이는 5년 만의 인상이며 인상폭은 평균 26% 수준으로, 지난 5년간의 물가 상승률에 대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서울시 외에도 전국적으로 택시 요금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었고, 이후에도 전국 지자체 단위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이용자, 즉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명확하다.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데 요금만 올리느냐, 이러려고 카풀 막았던 거냐? 여기서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는 건 택시의 서비스 질과 실제 필요한 시간인 출퇴근, 심야시간에 잡기 어려운 부분 등에 대해서다. 특히, 최근 카풀 반대 시위와 관련해 택시에 대한 일반 여론이 더 나빠진 시점에 인상이라 더더욱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택시요금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보자. 현재 택시요금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조 및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27조 제2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정하는 기준과 요율의 범위에서 운임이나 요금을 정해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한다. 즉 정부에서 요금을 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요율 범위는 큰 의미가 없다.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같이 최대 xx%면 그 XX%가 기준 값인 것처럼.

택시 요금을 정부에서 정하고 있는 것은 택시 또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같이 포함된 시내, 시외버스 등과 같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용 차량이 아닌 면허에 의해 운행되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거의 대중교통으로 판단, 가급적 낮은 비용을 책정해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로 인해 적정한 요금 체계가 아닌 정치논리, 물가안정 논리가 택시 요금에 자꾸만 반영된다. 이는 실제 필요한 비용대비 저비용의 택시요금을 만들어 냈고 이로 인해 택시업계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요금 경쟁을 하기보다 항상 정해진 요금으로 그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향평준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유통업계에 주로 근무해서 가격경쟁, 서비스 경쟁이 너무도 익숙하다. 똑같은 상품이지만, 누군가는 편의점에서 정가를 주고 사고 누군가는 온라인에서 할인된 가격에 산다. 또 누군가는 백화점 매장에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구매한다. 내가 당장 필요할 때는 가까운 24편의점에서, 여유가 있을 때는 온라인 매장 혹은 마트에서.  

그런데 어느 날 법으로 모든 유통업체는 그 규모와 업태를 막론하고 동일 상품을 동일 가격에 팔아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 같은 라면은 편의점, 백화점, 마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구분 없이 똑같이 1000원에만 팔아야 한다고 정해진다면 말이다. 경쟁이라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정해진 상권이나 출점 위치에 따라 고객이 정해지고 따로 경쟁할 만한 것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어디를 가나 같은 상품은 같은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잠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도서정가제를 생각해 보면 실제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업태에는 그 가격이 충분하지만 어떤 업태에서는 그 가격에 팔면 손해가 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업태에서는 1000원짜리 라면을 팔지 않을 테고, 오히려 선택에 제한을 받게 된다. 새벽 2시에 배가 고파 라면을 먹고 싶은데 걸어서 혹은 차를 타고 잠시 이동하는 거리에 있는 유통업체 어디에도 라면을 팔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약간이 비약이 있을 수 있지만, 가격이라는 것은 이처럼 누군가 통제해서 될 것이 아니라 업체들이 각각 생각하는 서비스의 수준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른 업체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 만큼으로 설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국에 1681개의 택시 업체가 있고 그중 서울에 254개의 업체가 있다. 그러나 누구도 택시 업체가 어디인가에 관심이 없다. 왜? 어떤 택시를 타더라도 같은 거리/시간 요금이고, 서비스 수준은 예측불가하기 때문이다.

어떤 업체가 특별히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고, 누가 더 싸거나 비싸지도 않는 서비스. 수백개의 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이용자가 모르는 서비스. 그게 바로 택시다. 택시업계가 이번 요금인상과 함께 제시한 서비스 개선 5대사항을 왜 전체 택시업계가 공통으로 내는 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254개의 업체가 있다면 당연히 최소한 10가지 이상의 특화 서비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택시는 출퇴근 시간에 가장 확실하게 시간 내에 모셔다 드립니다. 우리 업체는 심야 시간 안전귀가에 최고입니다. 자녀를 동반한 이동에는 B 택시를 찾아주세요. 짐이 많을 때는 E택시. 택시 요금 부담 없이 월 이용횟수로 타는 5회 택시 등. 이렇게 특화 서비스와 그에 맞는 요금을 적용하는 택시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언제까지 택시업계는 정부에 요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소비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택시를 타기 위해 도로로 한 발 더 나가야 하는 걸까?

택시 요금을 대중교통의 범주에서 최대한 낮은 비용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의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 동안 택시 업체도 택시 운전자도, 이용 승객도 불만인 현재 요금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같은 비용 내에서 뽑기 운을 기대하는 서비스가 아닌, 가격을 중심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 경쟁을 하는 택시가 생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