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는 SK에너지의 배당규모가 2년 연속 잉여현금흐름(FCF)을 상회했다. 그간 실적 개선이 배당확대에 일조했지만 최근 정제마진이 급감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반전됐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만큼 SK에너지의 공격적 배당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유업계가 호황을 뒤로하고 다운사이클로 접어드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변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오는 13일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anch)는 3·5·10년물로 각각 1000억원을 모집한다. 희망금리밴드는 3년물과 5년물이 –15bp~+15bp, 10년물은 –15bp~+20bp로 제시됐다. 주관업무는 NH투자증권이 담당한다.

지난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SK에너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직전년도대비 적자전환(-4889억원) 했다. 이듬해부터 유가의 완만한 회복, 석유제품 수급 및 정제마진 개선 등에 힘입어 실적은 급격히 회복됐다. 연평균(2015~2017년) 1조4000억원 규모의 EBITDA를 기록하면서 우려를 씻어냈다.

작년 3분기까지도 실적 호조는 지속했으나 4분기 들어 유가가 급락하면서 재고관련 손실(3600억원)이 발생했다. 다만, 연간기준으로 1조원이 넘은 EBITDA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 SK에너지 현금흐름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이익창출력만 본다면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지난 2017년 1조원, 2018년 3분기 8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하면서 현금흐름이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잉여현금흐름(FCF) 조차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차입금 규모는 2016년 725억원에서 2017년 1조374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1조9758억원으로 확대됐다. 순차입금 의존도는 2018년 9월말 기준 13.5%로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폭(2016년 0.6%, 2017년 7.9%)은 가파르다.

같은 기간 자본적지출(CAPEX)도 2030억원(2016년)에서 3112억원(2018년 3분기)으로 늘었다. 지난 1월 유가가 반등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예상되지만 최근 정제마진 급락은 부담이다.

아시아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두바이유 기준)은 1월 넷째주 기준 배럴당 1.7달러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 정제마진이 1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09년 12월 첫째주 이후 처음이다.

국내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추정된다. 생산을 할수록 손해인 셈이다. 그러나 가동을 멈추기 어렵다. 정제마진이 상승으로 경쟁업체가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 하락의 원인으로는 미국의 석유생산시설 확대에 따른 유가하락이 지목되고 있다. 휘발유 제고 등도 역사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유가 반등 기대감은 낮다. SK에너지의 실적 개선도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고배당·투자재원 확보...‘곳간’ 내주는 SK에너지

SK에너지가 배당을 급격히 늘린 이유로는 SK이노베이션의 비(非)정유사업 확대가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7년 오는 2020년까지 1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투자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SK에너지 등 주력 자회사들의 배당확대도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배당축소로 현금흐름 악화를 방지할 수 있지만 그룹차원의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감안하면 조절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배당기조와 업황 등을 감안하면 SK에너지의 현금흐름은 다소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총차입금 2조2268억원 중 단기성차입금은 4835억원으로 상환압박은 높지 않다. 현금성 자산은 2500억원에 불과하지만 자금조달 등을 감안하면 유동성 위험은 낮다.

그러나 업황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룹 투자와 SK에너지의 배당정책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다.

IB 관계자는 “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회사채 시장 수요가 풍부해 크게 우려하진 않는다”며 “배당은 과도하지만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 대응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룹 차원의 투자·고배당 정책은 그 기조를 돌리기 어렵다”며 “업황 우려와 함께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어 금리 수준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