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전기차에서도 스마트폰에서처럼 무선충전 기술이 이목을 끌고 있다. 지정된 장소에서 플러그를 꽂아 충전을 하는 대신 차를 세워 놓으면 자동으로 충전이 되는 기술인 WPT(Wireless Power Transfer·무선전력전송)가 업계서 연구 중이다.

무선충전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지만 만약 무선 고속충전 기술이 모바일 기기서처럼 전기자동차에서도 구현된다면 전기차 확산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전기자동차 무선충전 개념도. 출처=Charged EVs,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스마트폰 충전방식과 유사

WPT기술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술과 비슷하다. 전력을 보내는 송출코일(Tx)과 이를 받아 배터리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수신코일(Rx)이 바닥과 전기차에 각각 설치된다. 다만 직접 송수신코일을 접촉시킨 자기유도방식의 스마트폰 무선충전방식과 달리 일정한 간격이 벌어진 자기공명결합방식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업계서는 WPT가 주차장 등에 설치가 되면 주차장 전체를 충전소처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충전소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수시로 충전을 할 수 있어 배터리 용량을 크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현재 전기차 무선충전방식은 전기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서도 충전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원재료 첨가와 같은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접적인 충전관련 연구는 자동차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WPT방식은 2개의 진영이 구축돼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와이트리시티(WiTricity)와 퀄컴(Qualcom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와이트리시티는 미국 MIT의 연구 프로젝트가 기업으로 발전한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주로 진동 자기장 기반의 공명유도결합을 사용해 무선 전력 전송 장치를 제조한다. 퀄컴은 전자유도 기술을 개량한 자기공명결합방식에 의한 WPT 기술을 개발 중이다.

양사의 가장 큰 차이는 송수신 코일의 형상이다. 와이트리시티는 동심원 모양의 서큘러 코일(Circular Coil)을 사용하고, 퀄컴은 루프가 2개 있는 더블D(Double D)라고 불리는 형상의 코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트리시티 진영에는 도요타, 혼다, 닛삿 등 일본의 자동차 업계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작년 4월 와이트리시티 진영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헀다. 퀄컴 진영에는 리어, 리카르도 등 영국과 미국 업체들의 참여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알려진 새로운 업체 참여 소식이 없어 와이트리시티 진영에 다소 밀리는 상황이다.

WPT는 현재 자동차 기술 표준화 단체인 미국 자동차엔지니어협회(SAE)에서 국제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WPT표준인 ‘SAE J2954’의 표준화는 올해 안에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WPT 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차 출시도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BMW의 i3. 출처=삼성SDI

WPT 획기적 기술이지만 과제도 많아

WPT방식도 스마트폰 무선충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충전 효율’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무선충전에서도 송출코일과 수신코일이 최적화된 위치에 놓이지 않으면 충전 효율이 유선충전에 비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전기차 무선충전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범선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 무선충전에서도 스마트폰 무선충전에서처럼 충전 효율이 가장 큰 이슈”라면서 “예를 들면 무선충전이 유선충전에 비해 송수신코일 위치가 잘못 놓여지면 30%이상의 효율 감소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가 전기자동차 무선충전에서 관건”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도 “주차장에 설치된 송출코일의 위치와 전기차에 설치된 수신코일의 위치가 잘 맞지 않으면 충전 효율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정확한 위치에 주차하는 숙련도에 따라 충전 효율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WPT 시스템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관계자는 “충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전기차에도 DC-DC 컨버터를 설치하는 양방향 WPT 기술도 개발 중인데 이 기술도 전기차 무게가 무거워진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충전된 전력을 집으로 보내는 V2H와 그리드로 보내는 V2G 등의 기술이 등장해 단점을 상쇄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WPT는 시내 주차장 대부분에 시스템이 갖춰지고 나면 주로 시내 주행을 많이 하는 전기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WPT 표준화 작업에서는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파 강도와 안전성 확보도 표준화 작업의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