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가여래·십육나한·사천왕(釋迦如來·十六羅漢·四天王), 티베트16~17세기, 면본 채색. 중앙에 석가여래, 좌우에 사리불과 목건련의 두 제자, 주변으로 십육나한, 하부에는 사천왕과 화상 달마탈라 우바새 두 시자(侍者)를 묘사하였다. 전체적으로 채색 탕카 양식이지만 모든 존자의 몸과 의복의 선을 금니로 묘사하고 있다.

티베트불교회화 탕카 걸작선 ‘Thangka Masterpiece’전이 애호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서울 평창동, 화정박물관1층 전시실에서 32점을 선보이며 6월23일까지 전시 중이다. 탕카는 일반적으로 면 바탕에 광물성 안료와 금니(金泥)로 제작한다.

석가, 아미타와 같은 여래, 관음과 문수, 미륵 등의 보살, 조사(祖師), 만다라(曼茶羅) 등 다양한 주제와 불교의 가르침, 각 종파의 계보와 세력을 과시하는 촉싱과 같은 독특한 주제로 티베트인들의 삶에 대한 기원 등이 표현되고 있다.

전시장엔 쫑까빠(Tsong-kha-pa) 등 금동불상도 함께 감상 할 수 있는데 탕카와 함께 고고한 분위기에 압도됐다. 조희영 학예실장은 “탕카의 다양한 구성과 아름다운 색채, 풍부한 묘사를 통해 티베트불교미술의 품격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다”라고 전했다.

▲ 1999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2세의 한국방문 중 한광호 박사에게 영국명예시민훈장(Command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수여하였다.<사진=화정박물관>

◇세계최대 탕카 컬렉터

화정 한광호(1923~2014)박사는 만주 하얼빈 청강현 출생으로 1960년대 화학과 제약 사업에 뛰어들었고 76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62년부터 한국고미술품 중심으로 수집하던 중 탕카와 운명적 만남이 이뤄진다.

가교를 이어준 사람이 기마민족설(騎馬民族説)발표로 유명한 일본 고고학자이자 탕카 권위자인 에가미 나미오(江上波夫, 1906~2002)다. 한 박사는 80년대 후반 세계에 퍼져있는 탕카를 수집, 이는 총2,500여점으로 세계최대 탕카 컬렉터반열에 오르게 한다. 2001년 도쿄, 후쿠오카, 토야마, 오카야마, 교토 등 일본5대도시에서 ‘탕카의 세계-티베트의 미술’전을 가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 육도윤회도(六道輪廻圖).

한편 1965년 한광호 박사는 대영박물관을 처음 방문하게 된다. 그때 취약한 한국문화재상황을 보고 한국실 개관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2000년 대영박물관한국실(Korea Foundation Gallery)개관을 지원하고 100만 파운드를 기부하여 한국문화재구입비용을 후원하게 된다. 특히 2003년 9월 대영박물관에서 ‘티베트의 유산: 한광호 소장 탕카(Tibetan Legacy: Painting from Hahn Kwang-ho Collection)’전시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4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해외에 알리고 보존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는 1992년 (재)한빛문화재단, 99년 화정박물관을 설립하여 1만 여점이 넘는 수집 문화재를 기증했다. 독일십자공로훈장(독일정부, 1989), 옥관문화훈장(문화관광부, 1997년)을 수훈했고 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부터 한국학대학원 명예문학박사학위(2004)를 받았다.

▲ 달라이라마 3세, 티베트 18세기, 면본 채색 금니. 화면에는 손과 발모양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티베트 초상화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