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중국 현지 기업과 잇따라 파트너십을 체결한 가운데 중국 진출 전략에 관심이 주목된다. 중국 의약품 시장은 2015년부터 미국에 이어 단일 국가 중 세계 2위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에서 의약품 매출은 아직 화학약(케미컬)이 주도하고 있으나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60대 이상 고령층도 급증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에 대한 구매력은 낮다고 평가돼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제품으로 진출하는 것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의약품 시장 급성장…중국제조2025 덕분?
중국 정부는 2015년 바이오‧의료기기 분야를 10대 핵심사업 중 하나로 꼽은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한 후 바이오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시기 이후 중국의 제약정책은 대폭 변화했다.
우선 중국 정부가 보험 약가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의약품과 관련, 질보다 양을 선택해 지역 곳곳에 약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10년대 들어 공공의료 보험제도가 전국 단위에 자리를 잡자 의료재정 지출이 약 20%씩 늘어나 약가를 통제하는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2015년 이전까지 효능이 우수한 오리지널 케미컬약이 1990년대 말부터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제네릭)을 보급해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었지만, 효과가 월등한 바이오의약품이 등장하고 선진국과 치료 반응률 등에서 두 배 넘게 차이가 나면서 중국 정부는 바이오의약품에 우호적인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중국에서 암 발병 5년 후 생존 확률은 30%에 불과했지만, 미국은 70%에 이르렀다.
2015년대 이후 중국은 신약허가신청(NDA) 시 요구되는 데이터 수준을 높였고, 제네릭 심사를 강화했다. 또 2017년 6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가입했다. 이는 선진국의 의약품감독당국과 제약협회 등이 모여 신약승인 절차의 글로벌 기준을 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다. ICH가입은 중국 또한 의약품 승인 기준을 글로벌 기준으로 높일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같은 해 ‘제13차 5개년 바이오산업발전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비중과 바이오시밀러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 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번(Prost&Sullivan)에 따르면 중국의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연평균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고,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71%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헬시 차이나 2020(Healthy China 2020)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60대 이상 고령층이 2020년 2억900만명에서 2050년 4억9000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하고 이에 따른 헬스케어 비용이 2017년부터 급격히 증가, 2025년까지 연평균 15.6%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령화의 빠른 진전은 의약품, 특히 효능과 효과가 우월한 바이오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현지기업에 판권 위임…리스크 줄이고, 빠른 실적 기대
중국에서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확대될 전망에 힘입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초부터 중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달 7일 중국 바이오제약기업 ‘3S바이오’와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권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대장암‧폐암‧비소세포폐암 치료용 오리지네이터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의 바이오시밀러 ‘SB8’ 등 일부 파이프라인의 판권을 3S바이오에 위임했다.
2016년부터 폐암, 전이성 또는 재발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763명을 대상으로 오리지네이터 아바스틴과 유효성‧안전성 등을 비교한 SB8의 글로벌 임상 3상은 최근 시험을 마쳤다. 업계에 따르면 대개 임상 3상은 글로벌 임상이므로, 중국과 유럽 등에서 임상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시판허가신청이 가능하다. SB8의 임상 결과는 올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안에 시판허가가 기대된다.
3S바이오는 1993년 설립돼 2015년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합 바이오제약기업으로 2017년 기준 매출은 약 6000억원이다. 현재 약 30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고, 중국과 이탈리아에 항체의약품, 재조합 단백질 등의 제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또 이달 11일 벤처펀드 운용사 ‘C-브릿지 캐피탈’과 두 번째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중국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에 힘을 더했다. 이 기업은 운용 자산이 약 2조원에 이른다. C-브릿지는 이후 ‘에퍼메드 테라퓨틱스(AffaMed Therapeutics)’라는 바이오제약기업을 설립해 시판허가를 획득한 제품의 판매를 담당할 예정이다.
에퍼메드 테라퓨틱스와 중국 내 임상, 인허가와 상업화를 협업하는 바이오시밀러는 유방암 치료제 ‘삼페넷(SB3, 성분명 트라스투주맙)’과 황반변성 치료제 ‘SB11(성분명 라니비주맙)’,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치료제 ‘SB12(성분명 에쿨리주맙)’ 등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지기업으로부터 판권 위임 계약과 관련한 선수금을 확보하고 제품 판매에 따른 일정 비율의 로열티 등을 지급 받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이어 현지기업에 판권을 위임해 중국에 진출하는 전략은 외국기업 이미지 탈피, 현지기업을 통한 유통망 확보 등 직접 법인을 설립하는 것보다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빠르게 매출 등 실적을 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게다가 중국은 땅 자체가 워낙 큰 나라”라면서 “헬스케어 관련 정책도 계속 바뀌고 있어, 현지 기업이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또 “중국 시장이 거대하다보니 다양한 현지 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나눠, 각각 현지기업에 판권을 위임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