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발전이 너무 빨라, 현재 몇몇 스마트폰 기반 플랫폼은 의사들에게는 마치 우버(Uber) 같은 존재가 되었다.   출처= Doctor on Demand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남긴 유명한 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당신의 주치의를 좋아한다면, 그를 주치의로 계속 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가 싫으면 어떻게 하지?

그들은 당신의 혈압을 재고, 고무 망치로 무릎을 몇 번 쳐보고는 500달러를 청구한다. 또 몇 푼어치의 화학 물질을 사용해 혈액 검사를 하고 당신의 헤모글로빈 수치가 괜찮다고 말해주면서 1200달러를 청구한다. 게다가 4개월 후에나 약속을 잡으면서 사업자 등록증을 팩스로 보내 달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2019년이다. 당신의 주치의를 해고할 때가 되었다.

미국 성인의 절반이 그런 것처럼 우리는 대개 고혈압 증상에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그리고 당뇨병 초기 증상을 보일 뿐이지만, 일련의 과장된 진단이 우리로 하여금 의사를 끊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제 웹 기반의 건강정보 회사 웰니스FX(WellnessFX)의 앱을 통해 매년 199달러만 내면 혈액검사를 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스마트 의료기 회사 오므론 헬스케어(Omron Healthcare)의 블루투스 연결 혈압측정기는 혈압을 추적하고 심방세동이나 불규칙한 심장박동까지 추적 기록한다. 스마트 피트니스 제품을 만드는 피트비트(Fitbit)의 저울은 체중 변화를 계속 추적하고, 디지털 침대 제조사 뷰티레스트(Beautyrest)의 수면추적기(Sleeptracker)는 우리의 렘 수면(REM Sleep, 수면의 여러 단계 중 빠른 안구 운동이 일어나는 단계로, 이 단계에서 꿈을 꾼다)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준다. 애플 워치(Apple Watch)는 휴식기 맥박을 도표로 나타내며 간단한 심전도 그래프를 보여주기도 한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신뢰도도 높아진다.

우리는 또 병이 났을 때도 의사를 찾는다. 그들이 처방전을 발부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5분간의 진료에 과다한 보험료를 지급하기에 지친 보험사들은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셔터 헬스(Sutter Health)는 한 번 방문 비용이 129달러인 워크인클리닉(Walk-In Clinic, 예약이 필요 없는 진료소)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케어는 더 저렴하다. 앥덤 블루 크로스(Anthem Blue Cross)는 고객들에게 49달러의 화상 진료 플랫폼인 라이브헬스(LiveHealth)를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애트나(Aetna)는 미국 최초이자 최대의 원격 의료 회사인 텔라독(Teladoc)과 제휴해 진료비를 38달러로 낮췄다.

소비자가 주도하는 진료 옵션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닌 진료 방식을 이미 완전히 바꾸었다.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치아를 보여주고 80달러에 치아 교정기를 주문할 수 있다. 여드름 치료도 감염 부위 사진을 업로드하면 매월 우편으로 치료약을 받을 수 있다. 기술은 모든 면에서 비용을 낮추고 치료술도 개선하고 있다.

▲ 이젠 전화기와 스마트워치로 집에서도 심장박동을 측정할 수 있다. 출처= iSTOCKPHOTO

기술 발전이 너무 빨라서, 현재 몇몇 스마트폰 기반 플랫폼은 의사들에게는 마치 우버(Uber) 같은 존재가 되었다. 닥터 온 디맨드(Doctor on Demand), 플러시케어(PlushCare), 암웰(Amwell), 미엠디(MeMD) 같은 원격 진료 서비스 업체들은 이미 주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은 고용주의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긱 이코노미(Gig-Economy) 노동자들을 위해 온디맨드 케어를 제공하는 역시 긱 이코노미 의사들이다.

오늘 자신의 건강 상태를 업로드하고 24시간 연중무휴로 원하는 플랫폼에 연결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오프라인 진료 체계에서는 진료 시간이 아니면 이메일이나 문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의사와 전화 통화도 거의 할 수 없다. 그들은 20세기 지불 체계에 갇혀서 그 시간에는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들에게 경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진짜 의사와 상담하고 나서 절대 당신의 증상을 구글에서 검색해 보지 마라.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당신은 게실염(결장에 염증이 생겨 장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증상)에서부터 간질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온갖 걱정만 쌓일 테니까 말이다.

당신이 정말로 아프다면 비뇨기과, 산부인과, 위장 전문의, 이비인후과, 호흡기내과, 이톨로지스트, 풀몬스터, 심장병 전문의 같은 전문 의사들을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 될 즈음이면 공제 금액을 다 소진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보험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전문의들조차 원격진료가 내원 환자들을 줄일 수 있는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의사들은 (기업처럼) 규모를 늘리지 않기 때문에, 진료의 진정한 미래(성장)는 디지털 진단이다. 최고의 의사라도 한 번에 한 명의 환자밖에는 볼 수 없지만, 영리한 코드 조각은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환자들이 기록하는 모든 데이터는 똑똑한 인공지능 기반 진단에 쌓인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인공지능은 더 똑똑해진다. 새로운 기술은 집에서도 콜레스테롤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고, 포도당을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혈액 검사, 알츠하이머 검사, 갑상선 자극 호르몬 검사, 심지어 특정 질병의 경향을 보여주는 DNA 검사까지 가능하다.

데이터, 데이터, 또 데이터.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다. 고전 영화 <마이크로 결사대>(Fantastic Voyage, 뇌사상태에 빠진 과학자를 살리기 위해 잠수함을 미생물 크기로 축소시켜 혈관에 투입, 뇌의 응혈을 제거하는 1966년작 SF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캡슐이 위 속에 들어가 pH 수치를 전달해 주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이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많은 시험과 더 많은 캡슐이 데이터베이스에 개인화된 정보를 축적할 것이다.

이러한 측정의 목표는 당신이 꼭 어떤 병에 걸렸거나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는 흑백 진단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더 많은 데이터가 기록됨에 따라, 머신러닝 기술로 이미 알려진 질병의 진행 패턴을 탐지해 치료비용이 덜 들고 더 효과적일 때 그 질병을 다룰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의료계에 기술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그 기술 혁명은 당신의 의사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