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SK가스가 미국산 LPG 차익거래를 통해 유가 상승 손실을 메우며 전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소폭 상승한 프로판-프로필렌 마진 스프레드에 힘입어 국내 석화업체 공급도 유지됐다.

SK가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 감소했다. 종속회사 SK디엔디 지분 매각으로 해당 사업 실적이 회계장부에서 중단사업으로 분류된 탓이다.

SK가스는 지난해 9월 SK디앤디 지분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이후 SK디앤디 유상증자를 거치며 SK가스와 한앤컴퍼니 지분이 29.30%로 같아졌다. 실제 주식수는 단 7주 차이다. SK디앤디는 부동산사업, 풍력 및 태양광 발전사업 등을 영위한다.

즉, 종속회사에서 공동경영 체제가 되면서 SK디앤디가 실적이 배제된 반면 2017년에는 포함됐기 때문에 영업이익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중단사업으로 분류돼 지난해 실적에서 배제된 것이다. 반면 2017년에는 포함됐기 때문에 영업이익 차이가 발생했다.

SK디앤디를 제외한 2017년도 실적과 비교하면, SK가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53억원)늘어난다. 매출액 증가율도 2.5%에서 7.9%로 높아진다. 매출액 증가율 및 유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적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SK가스 실적은 유가상승과 매우 밀접하다. 매출의 99%가 액화석유가스(LPG) 유통업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프로판(Propane)과 부탄(Butane)으로 나뉘는 LPG는 주로 원유나 천연가스 추출 시에 생산된다. 원유정제 과정 등에서도 부산물로 나오지만 대체로 적다. 국내수요의 30.5%에 불과하다.

▲ SK가스는 액화석유가스(LPG)의 수입, 저장, 판매 등을 주로 한다. 싱가포르 소재 자회사 SKGI와 함께 해외 거래 업무도 영위한다. 2017년 기준 LPG 판매량 중 수출 비중은 61%다. 2016년 이후 중국 PDH 관련 물량 등이 늘어난 덕분이다. 사진=SK가스

미국산 LPG 차익거래로 유가 상승 대응

SK가스는 비수기 유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봤다. 유가 가격이 한창 오르던 지난해 2,3분기 가스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0억원 줄어든 185억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을 선방한 것은 지난해 1분기 현물 차익거래(arbitrage) 등으로 이익을 본 덕분이다. SK가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억원 많다.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에 따른 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셰일가스 생산 증가량을 늘린 것이 주요 원인이다.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일종의 부산물인 프로판 등 LPG 생산량도 동반 증가했다. 미국 에너지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미국의 프로판 일일 평균 생산량은 184만1800배럴이다. 전년 동기보다 14만3850배럴 많다.

생산량 증가로 가격경쟁력이 생겼다. 지난해 1분기 미국의 프로판 현물가격(MB) 평균은 갤런 당 0.838달러였다. 비중을 고려해 단순 환산하면 대략 톤(t) 당 435.7달러가 된다. 반면, 중동 LPG 판매 기준이 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의 프로판 계약가격(CP)은 톤(t) 당 531.6달러였다. 대략 100달러 차이다.

▲ 국제 LPG 가격 추이. 검은선이 중동 프로판 가격. 파란선은 미국 가격. 하단 회색 그래프는 사우디-미국 프로판 가격 차이. 출처=한국신용평가

국내 등 아시아 프로판 가격은 아람코 CP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중동의 경우 주로 원유 추출과 함께 프로판을 생산한다.

늘어난 미국산 LPG는 주로 아시아로 수출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국내 미국산 LPG수입량은 1447만배럴에 이르는 반면, 중동산 수입은 346만배럴에 불과했다. 즉, 미국 LPG 생산 증가로 중동산 대비 가격이 낮아졌고, 미국산 수입을 늘리며 차익을 도모해 유가 상승 손해분을 방어한 것이다.

4분기 실적 증가도 영업이익 방어를 견인했다.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거래량이 늘은 영향 등이다. SK가스의 지난해 4분기 LPG 해외 판매량은 165만7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석화업체 대상 프로판 판매 유지... NCC 대체 투입 증가도 영향

동시에 SK가스의 주요 사업인 석유화학(석화)업체 대상 프로판 판매는 외려 증가했다. SK가스의 석화업체 공급량은 전년 대비 약 14만톤 증가한 252만7000톤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SK가스 석화 유통량 90%는 프로판 탈수소화 공정(PDH)을 거쳐 주요 유분인 프로필렌(Propylene) 등을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판 기반 제품을 만드는 업체로 향한다. 주요 거래처는 효성, 태광산업, SK어드밴스드 등이다.

유가 상승에도 프로판 거래량이 유지된 까닭은 프로판-프로필렌 마진 스프레드 유지 덕분이다. SK가스 같은 유통사 마진은 LPG도입가격에 인센티브가 얹어지는 구조다. 따라서 프로판 가격이 올라가도 마진이 보장되면 공장가동률이 유지돼 매출에 큰 변동이 없게 된다.

지난해 프로판-프로필렌 스프레드는 톤(t) 당 500달러 내외를 유지했다. 심지어 유가가 한창 오르던 2분기에는 오히려 570달러까지 올라가면서 프로필렌 가동률이 유지됐다. 중국 등의 프로필렌 공장 증설 완료로 프로판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2017년 2분기 스프레드는 416달러였다.

▲ 아시아 프로필렌 수급(좌) 및 프로필렌-프로판 마진 스프레드(우). 출처=한국신용평가

프로판이 나프타분해설비(NCC)의 대체재로 사용된 영향도 일부 있다. SK가스 석화사업에서 NCC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내외로 비중이 적은 편이다.

통상 석화업체는 나프타 대비 프로판 가격경쟁력이 좋을 경우 일시적으로 LPG 대체 투입 비중을 늘린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프로판/나프타 가격이 92~93%를 밑돌 경우 프로판 투입을 늘린다.

지난해 석화업계의 프로판 대체 투입량은 늘어났다.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도 올라 프로판/나프타 가격 비율이 84%까지 이르렀다. 원유 가격이 한창 비싸던 지난해 5~10월 지난해 2분기 나프타 가격 평균은 톤 당 650.6달러였고, 중동 프로판 가격은 545달러였다. 나프타는 원유 증류 등에서만 생산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화학제품업 분야의 나프타 사용량은 3759만7000배럴로 전년 대비 59만9000배럴 감소했다. 반면 LPG 사용량은 3694만7000배럴로 전년 대비 59만1000배럴 증가했다. 거의 대체한 셈이다.

한편, 자회사인 윤활유 보관업체 지허브의 지난해 매출은 463억원으로 직전년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SK어드밴스드로 등으로부터 비롯되는 지분법 이익은 428억원으로 약 67억원 줄었다. 프로필렌 마진 스프레드가 높았지만 제품 판매량은 줄어 SK어드밴스드 실적이 감소한 등의 원인이다. SK가스는 SK어드밴스드의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