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과 수도권 주요지역의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말부터 다각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라도 미래가치가 높은 지역, 그중에서도 가성비 좋은 아파트에만 청약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아파트 거래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청약시장에도 차별화 양상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9.13 대책의 후속조치인 청약제도 개편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청약 단지들의 경쟁률도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1월 14일 당첨자를 발표한 경기도 하남시 위례신도시의 ‘위례포레자이’의 평균 경쟁률은 130.33:1로 나타났다. 해당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위면적 3.3㎡당 1820만원에 분양됐다. 주변 시세는 단위면적당 약 3000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향후 수익을 기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모이면서 총 487가구에 6만3400명이 넘는 청약통장이 모였다. 특히 청약대상의 범위가 서울과 경기도, 수도권 수요자들까지 포함하면서, ‘기타지역’의 경쟁률은 최고 726.00:1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용면적이 85㎡를 초과하는 대형 평형에 속하지만 최대 공급금액이 8억9900만원으로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9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것도 흥행 요소 중 하나로 기능했다.

위례포레자이가 자리한 하남시 학암동은 지난해 8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이후,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관계로 하남시청에서 구성한 ‘분양가 심의위원회’의 통제 아래 신규 청약단지의 분양가를 산정하고 있다. 위례포레자이가 1월 북위례 분양시장의 첫 포문을 열었고, 향후 대우건설 등 다수의 건설사들이 분양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3월엔 북위례 지역 가운데 송파구 권역에 속하는 장지동에서 계룡건설이 분양을 계획 중이다. 송파구 역시 규제지역에 속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전망이다. 다만 향후 위례신도시의 가격대를 공유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수요자들이 촉각을 세우는 중이다.

더욱이 계룡건설의 ‘위례신도시 리슈빌’은 입지 측면에서 이미 분양된 GS건설의 위례포레자이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요인이 잠재하고 있다. 이미 일정 정도 생활환경이 갖춰진 남위례 지역과 가장 가까운 A1-6블록에 자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타의 북위례 지역 단지보다 지난해 10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민자적격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 위례신사선 역사와도 가깝다는 점이 미래가치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역에서 지난해 10월 분양한 인천시 서구 가정동의 ‘루원시티 SK리더스뷰’는 총 1448가구 모집에 3만5443개의 청약자가 분양을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24.48:1로서 규제지역 청약 단지들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공급가는 단위면적 3.3㎡당 1237만원으로 인천지역이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결과다.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 분양가의 매력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모든 평형 분양이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됐다. 인천 지하철 2호선과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선이라는 입지상 매력도 흥행에 더욱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루원시티 SK리더스원은 9.13 대책 전 분양 승인을 받은 관계로, 무주택자 이외의 수요자들도 다주택 소유 여부와 전매제한 규제를 피해 분양을 받을 수 있었다.

서울 청약도 ‘불패’ 아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8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서울에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초기 분양률은 100%다. 이는 3분기 99.6%에서 0.4%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초기 분양률이란 HUG가 주택분양보증서를 발급한 후 입주자 모집승인을 받은 시점부터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로 경과한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률을 의미한다. 인천 역시 3분기보다 4.7%포인트 오르며 100%의 완판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95.3%, 수도권 평균은 96.4%였다.

5대 광역시는 평균 97.0%로 집계됐지만 기타 지방은 61.4%로 대도시와 지방의 양극화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충남과 경북이 각각 52.7%, 56.1%를 보이는 등 약세가 두드러졌다.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의 흥행 랠리와는 달리 차츰 하향하는 추세다. 서울, 수도권의 인기 지역 내에서도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분양가의 규제를 받지 않거나 강남과 같이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고분양가인 지역은 1순위 미달과 미계약이 나타나기도 했다.

판교 신도시와 가까운 성남대장지구의 ‘판교 더샵 포레스트’와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등이 청약률 하락의 신호탄이 됐다. 해당 단지들은 지난해 12월 청약 신청을 받았지만 1순위 당해지역의 배수 모집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공급되는 네 블록 가운데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도 6.9:1으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해당 단지들은 추가 모집 끝에 완판이 되긴 했지만 ‘판교 생활권’이라는 표현이 무색한 결과라는 평가다.

본래 대장지구는 북위례와 함께 청약제도 개편의 영향으로 분양이 지연된 곳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청약제도가 도입된 후 시장의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리트머스지’로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청약시기가 도래하자 열기가 식어버리면서 이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 부동산 업계는 당시 기대에 못 미친 청약 결과의 원인을 두고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와 입지상 결점, 미래가치의 불투명함을 꼽았다.

서울시 광진구에서 분양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역시 평균 경쟁률 2.34:1에 머물면서, 서울 지역도 청약률 둔화의 예외가 아님을 보여줬다. 해당 단지는 730가구 모집에 1706명이 모였지만, 전용면적 85㎡를 넘는 모든 유형의 주택에서 1순위 모집이 미달됐다. 특히 115.9843D 유형은 2순위 기타지역까지 신청을 받았지만 여전히 4가구가 모자란 상황에서 청약이 종료됐다. 분양가가 최고 16억원대에 육박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대출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미달뿐 아니라 미계약과 부적격 당첨자도 앞으로 청약시장의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강남권에 공급되는 아파트에서 이러한 경향이 다수 포착된다. 지난해 11월 서초구에서 분양한 ‘래미안 리더스원’은 평균 경쟁률 41.69:1, 최고 경쟁률 422.25:1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12월 들어 26개로 추정되는 미계약 물량이 발생했다. 업계는 당시 당첨자들이 최소 13억원에서 최대 39억원에 이르는 분양가에 부담을 느끼고 계약에 나서지 않았거나, 청약제도 이해가 미비한 ‘부적격’ 당첨이었다고 설명했다. 강남·서초구이기 때문에 고분양가는 예상된 부분이었지만 청약과 계약 사이의 간극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 홍제동 일대는 단위면적당 약 1700만원~2289만원 선에 시세가 책정돼 있다. 출처=네이버 부동산.

2월 신규 단지 경쟁력 있을까

2월에도 분양가 규제를 적용받는 단지들이 속속 분양을 앞두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서울 지역에선 효성중공업이 서대문구 홍제동에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를 선보인다. 18동에 전용면적 39~114㎡로 구성된 총 1116가구 규모로, 419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해당 단지는 홍제역 2번 출구와 인왕초등학교 등이 가깝고, 홍제동 일대의 ‘균형발전촉진지구’와 역세권 지하개발 등 개발호재가 맞물려 있는 입지다.

홍제동 S공인중개사는 “역과 바로 붙어 있고, 업무시설이 밀집한 종로 접근성이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중개사는 “주변에 비교할 만한 단지인 홍제 센트럴 아이파크의 시세는 32평에 7억원 정도”라면서 “해링턴플레이스의 분양가가 6억원을 넘는다면 신축의 이점 외에 평가할 요소가 적기 때문에 미래가치에 대해 얘기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 확인매물에 따르면 1월 말, 홍제 센트럴 아이파크의 전용면적 84㎡ 시세는 고층 기준 9억6000만원 정도가 최고가다. 이 때문에 일부 중개사 사이에선 3억원 정도의 차익이 남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해링턴플레이스는 홍제3주택재개발사업지로서 당초 계획에 따르면 일반평균분양가는 단위면적 3.3㎡당 1980만원 선이다. 중개사들은 전용면적 84㎡ 기준 최저 6억3000만원에서 최고 7억원 이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신축 프리미엄과 주변 개발호재를 감안한 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역시 2월 분양을 준비 중인 안양시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도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추첨제 물량 조정과 함께 분양가 규제를 받을 전망이다. 9개동에 전용면적 59~105㎡로 이뤄진 1199가구가 들어서고, 일반분양 물량은 659가구다. 해당 단지는 주변에 안양천, 학의천 등 녹지환경을 갖추고 있고, 안양중앙초등학교의 학군과 이마트 등 편의시설을 이웃하고 있다. 다만 1호선 안양역, 4호선 범계역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환경이다.

비산동 M공인중개사는 “정체는 조금 있지만 서울시 금천구 접근성이 높기도 하고 입지가 나쁘지는 않아서 1순위 마감은 무난히 이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분양가가 단위면적당 약 2100만원 선에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시세를 감안하면 조금 높은 편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개사는 “워낙 주변 시세가 싸고 3년의 전매제한도 있기 때문에 차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무주택자가 실거주용으로 마련하기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 안양시 비산동의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 주변 시세는 약 17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출처=네이버 부동산.

향후 청약 시장 전망은?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향후 청약시장은 경쟁력 있는 곳에 쏠리는 현상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가격이 폭등한 기존 아파트 거래보다 저렴한 기회에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청약시장이 ‘반짝’ 떠올랐지만, 대출규제와 전매제한으로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될 곳만 넣는’ 경향이 커질 것이란 내용이다. 즉 전체 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적극성은 낮아지는 한편, 서울과 수도권 ‘알짜’ 단지는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9~10월 이후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의 상승세는 분명 꺾여있고, 기존 아파트 거래량과 분양권·입주권 시장도 밝지만은 않다”면서 “한동안 분양권 시장이 강세였지만, 전체 부동산 시장은 유동적인 면이 있어 유독 분양권 시장만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을 밝혔다. 다만 권일 팀장은 “청약 경쟁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지만 주요 지역의 신규 분양물량은 모두 완판되고는 있다”면서 “1년 이상 미분양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청약시장 전체가 불황을 맞을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권 팀장은 “가격 측면에서 서울 접근성이 높은 수도권의 민감도가 높은 한편으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의 예시가 보여주듯 서울 역시 높은 가격에 대해선 수요자들의 민감성이 떨어진다”면서 “서울은 분양 잠재 수요가 여전히 높지만, 수요자와 건설사들도 하향국면에 접어든 청약 경쟁률의 원인과 해법을 두고 여러 고민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권일 리서치팀장은 대장지구·검단신도시의 낮은 경쟁률에 대해 “전매제한 요소는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결정적인 요인이라 보기는 어렵다”면서 “신도시는 확장 가능성이 있지만 비교 대상도 적고 미래가치도 불투명한 점이 아직 수요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