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최근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펫테크 기업 ‘핏펫’과 손잡고 ‘모바일을 활용한 반려견 비문인식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비문(鼻紋)은 반려견의 코 문양으로 사람의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빠르면 오는 3월부터 펫보험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반려견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예정이다.

디텍트는 어떤 앱인가?

반려견의 비문인식을 활용한 핏펫의 전용 앱 이름은 ‘Detect(디텍트)’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의 펫보험을 가입한 반려견 보호자들은 반려견의 비문 사진을 디텍트에 저장해 활용할 수 있다.

비문 사진은 디텍트에 여러 번 등록하게 된다. 펫보험을 최초 가입할 때와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 등이다. 보상단계에서 다시 비문을 등록하는 이유는 반려견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엉뚱한 반려견이 보험금을 받거나 보험금이 중복 지급되는 등의 모럴해저드 현상이 사라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러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 고객이 건강한 반려견을 통해 펫보험에 가입한 뒤 아픈 반려견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가 있었다”며 “비문인식이 도입되면 이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디텍트 개발은 완성 단계에 와 있다. 이미 동물병원 등을 통해 시현 절차도 마친 상태다. 보험회사와의 시스템 연동 부분을 놓고 조율 중인 상황이다. 빠르면 오는 3월이나 4월쯤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비문인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일각에서는 반려견 비문인식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핏펫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비문과 관련해서는 이미 여러 논문들이 있는데다 캐나다에서는 1937년부터 비문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며 “비문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닌 꾸준히 시도돼 왔던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반려견의 비문인식은 유기견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보완적인 수단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많은 반려견들의 비문인식을 통해 늘어나는 유기견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비문인식을 반려동물 공인 등록방법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기존에 반려견 개체를 식별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크게 외장형 칩과 인식표, 내장형 마이크로칩 삽입 등 3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외장형 칩과 인식표는 잃어버릴 수 있어 큰 의미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내장형 마이크로칩의 경우는 반려견의 보호자들이 꺼려하는 편이다. 침습적일뿐 아니라 이후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보호자들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지난 2017년 반려동물 등록률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고정욱 핏펫 대표는 “이번 비문인식 시스템 도입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개체식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며 “이를 통해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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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에 미칠 영향은

반려견의 비문인식 도입으로 인해 펫보험 가입률이 올라갈 전망이다. 거기다 손해율은 줄어들고, 반려견 개별마다 보험 관리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등록된 반려견만 가입이 가능한 펫보험으로 인해 보험 가입을 생각하지 못했던 보호자들이 많았다”면서 “미등록 반려견을 받아주는 펫보험이라 할지라도 개체식별을 위한 사진제출 등 여러 가지로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이유로 펫보험의 가입률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라며 “이는 결국 보호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내장 칩을 삽입해 반려동물 등록을 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비문인식을 통해 펫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보호자들이 늘게 되면, 자연스럽게 펫보험 가입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또 비문인식은 그 동안 어려웠던 개체식별을 쉽게 함으로 잘못된 보험금 지급이나, 중복 지급 등에 대한 모럴해저드를 막아 손해율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나아가 반려견 개별마다 보험 관리를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타 보험회사의 참여 가능성은

반려견의 비문인식 솔루션은 현재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만 이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펫보험을 판매 중인 보험회사는 현대해상을 비롯해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등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핏펫은 비문인식 솔루션과 관련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와 미팅을 앞두고 있다.

아직 이 두 회사의 비문인식 도입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경우 등록이 안 된 반려견도 보험 가입이 가능함에 따라 손해율이 높고, 모럴해저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비문인식 도입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칩이 등록된 반려동물만 보험 가입이 가능한 보험사의 경우에도 보험 가입 반려견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비문인식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반려견 외에 반려묘 등 확대 가능성은

현재 비문인식 솔루션은 반려견에만 한정돼 있다.

핏펫 관계자는 “고양이도 비문인식 구현이 기술 개발에 있어서 가능하지만 우선적으로 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리적으론 고양이뿐만 아니라 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의 경우 코가 커서 기술적으로 더 쉽고 관련 논문도 많다”면서 “광우병 등 가능한 사업 범위도 넓다”고 덧붙였다.

즉 지금은 반려견의 비문에 집중하고 추가적으로 기술이 보완되면 코가 작은 고양이의 비문인식까지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핏펫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비문인식은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설립하는 데까지 크게 확장될 것”이라며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풀어놓고 다른 층에 쇼핑을 하러 다녀오는 등의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테마파크 업체에서도 비문인식을 통한 이 같은 미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