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금융감독원과 한국기업평가의 2018년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시장 통계가 큰 차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ABS 시장은 정보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온 만큼 시장의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두 기관의 집계가 다른 이유는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통한 유동화 포함여부다. 이 방식을 통한 유동화가 전체 ABS 발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금감원 공식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규제 회피 목적의 유동화 거래가 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연도별 ABS 발행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지난 1월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ABS 발행 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ABS 발행총액은 49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4.2% 감소했다. ABS 발행금액은 2016년 60조7000억원, 2017년 57조6000억원, 2018년 8조20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기업평가가 발표한 ‘2018년 ABS 발행시장 분석’에는 지난해 ABS 발행총액이 194조8500억원으로 전년대비 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발표한 수치와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금감원과 한기평의 통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발행통계에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통한 유동화 포함 여부 때문이다. 금감원의 통계는 공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통한 유동화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한기평은 2006년부터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통한 유동화 실적을 포함한 ABS 발행통계를 반기 단위로 집계·발표하고 있다. 금감원이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통한 유동화를 포함하지 않아 ABS 시장의 정보 투명성이 크게 저하됐다는 주장이다.

▲ 신용등급 미공시 유동화거래 현황. 출처=한국기업평가

한기평이 신용평가를 실시한 거래를 기준으로 집계한 신용등급 미공시 유동화 거래 현황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신용등급 미공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발행은 중단됐다. 반면, 미공시 유동화사채 발행은 증가했다. 규제가 강화된 ABCP와 달리 미공시 유동화사채는 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없고 신용평가나 신용등급 공시에 관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2월부터 신용등급 공시 의무화,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강화 등 ABCP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면서 미공시 ABCP 발행은 불가능한 상태다.

양승용 한기평 연구원은 “미공시 유동화사채 발행 증가로 유동화 시장의 투명성 저하 등 과거 ABCP가 야기했던 부작용과 문제점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면서  “투자자, IB 등 관계자들에게 ABS시장이 거래되는 기반 등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통한 거래를 집계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ABS 발행실적을 유동화회사 형태별로 집계. 유동화법을 적용 받지 않는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통한 거래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임. 출처=한국기업평가

2018년 거래건수기준 상법상 유동화 회사의 거래 비중은 전체 ABS 발행시장의 92%를 차지하며 주류로 자리 잡았다. 상법상 유동화 회사의 거래비중이 높은 이유는 유동화 전문회사에 비해 발행절차가 간소하고 발행비용이 절감되며, 유동화 회사를 재활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동화 전문회사가 자산유동화법의 주요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유동화자산의 범위, 유동화증권의 종류, 관리방법 등을 금융위원회에 등록 해야 하는 등 수개월이 소요된다. 또 등록 가능한 자산유동화 계획이 1개뿐으로 복수의 유동화 계획 추진 시 재등록의 번거로움, 공시의무 부담, 미준수 시 벌칙 부과 등으로 발행자들이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선호하고 있다.

한기평은 최근 상법상 유동화회사가 증가한 결정적 원인으로 ‘규제 회피 목적’의 유동화거래가 상법상 유동화회사로 쏠린 점을 꼽았다. 유동화 전문회사는 감독당국의 부동산 PF ABS 발행기준 강화와 차익거래 목적의 유동화 규제 등의 영향으로 발행절차가 번거로워 회피한다는 설명이다. 2018년 거래건수 기준으로 부동산 PF 유동화의 518건 중 508건(98.1%), CDO의 708건 중 692건(97.7%)가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통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희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상법상 유한회사를 통한 발행증가는 자산유동화법상 특례의 실질적 효익보다 공시의무 부담과 발행절차의 번거로움 해소 등의 편익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 대부분의 ABCP가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통해 발행되고 있어, 2013년 이후 시행된 CP규제 강화는 유동화회사 형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됨. 출처=한국기업평가

특히 사모거래 비중이 높은 ABCP 발행시장은 현황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2018년에 발행된 ABCP 1313억건은 전부 상법상 유동화회사를 통해 발행됐다. 더불어 2018년 ABCP 발행금액은 2017년 대비 15.4% 증가한 15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시장의 77.3%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양 연구원은 “과거에는 오토론, 신용카드채권 등 소비자금융채권 유동화에서 조기상환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ABCP 거래가 폭넓게 활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소비자금융채권 유동화가 침체된 상태로 유동화전문회사의 ABCP 발행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전자단기사채법 시행,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강화 등 2013년 이후 시행된 CP규제 강화는 유동화회사 형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감원관계자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발행되는 등록유동화증권만 집계하고 있다”면서 “비등록유동화증권이어도 공모방식으로 발행하면 집계가 가능하지만 1%가 채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며, 금감원에 등록되지 않은 ABS를 집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강화방안’을 발표하고 공시가 부족한 비등록유동화증권 발행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공시 체계가 미흡할 경우 유동화증권 발행자는 부실한 기초자산을 이용해 유동화하려는 유인에 직면할 수 있으며, 부실 자산을 토대로 자산유동화가 과도하게 일어날 경우 시장충격 시 상당 규모의 부실이 증권 투자자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대응책으로 ▲ 비등록 유동화증권 발행 시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 정보입력을 의무화해 등록·비등록 유동화증권간 규제차익을 해소 ▲등록·비등록 유동화증권 모두 유동화 관련 공시범위를 확대 ▲ 유동화증권 발행자에 대하여 신용위험의 일정비율을 보유하도록 하는 등 위험보유(risk retention) 규제 도입을 검토를 제시했다.

정희채 연구원은 “그간 민간 위주로 관련법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개정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며 자산유동화법에 따른 ABS 발행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면서 “공시에 따른 정보 비대칭 완화, 거래 투명성 제고 및 투자자보호를 위해서는 자산유동화법에 따른 ABS 발행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기평의 ABS 발행통계는 신용등급 공시 거래의 경우만으로 통계 산정한 결과이므로, 반드시 미공시 거래의 영향을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